베풂과 나눔의 아름다운 기부

기사입력 2010.07.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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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은 모으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도 어렵다.

그래서 장자는 재산을 지키려 궁리하는 것은 도둑을 위해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설파했다.

“상자를 열고, 주머니를 뒤지고, 궤짝을 여는 도둑에 대비하려면 반드시 끈으로 묶고, 자물쇠를 채운다. 이것이 세상의 지혜다.

그러나 큰 도둑은 궤짝을 지고, 상자를 들고, 주머니를 둘러메고 달아나면서 끈과 자물쇠가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세상의 지혜라는 것은 큰 도둑을 위해 재물을 잘 꾸려두는 것 아닌가.”기부를 통한 나눔의 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숭고한 행위다.

우리는 80대 노부부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았다. 조천석(86)씨와 부인 윤창기(82)씨가 평생 모은 1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에 발전기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조씨 부부는 이웃을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을 그렇게 실천했다.

 부인 윤씨는“무언가 특별하기 때문에 기부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갖고 있기 때문에 기부를 하는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조씨는“과학기술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조씨 부부의 숭고한 뜻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으로 보여준 것이다.

어렵게 모은 재산을 내놓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아름다운 기부자’들은 자신에게 쓰는 돈은 아까워하면서도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서 선뜻 재산을 내놓는다.

조씨 역시“평소 허튼 돈은 쓰지 않았다.”며“그렇게 모은 재산인 만큼 가장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조씨 부부의 기부 결심에 영향을 주었다는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해 8월 300억 원 이상의 부동산을 KAIST에 기부했다. 평생 술·담배는 물론 음료수조차 사먹지 않을 만큼 검약해 모은 재산을 사회와 나라를 위해 아낌없이 내놓은 것이다.

사회가 어려울수록 기부를 통한 나눔 문화가 절실하다.

우리 사회는 지금 양극화의 고통에 직면해 있다.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계층이 많다. 지난 6·2 선거에서도 한 방송사 여론조사는 투표를 결정한 가장 큰 요인으로‘궁핍한 살림살이’를 꼽았다. 기부를 통한 나눔은 이런 사회 양극화의 그늘을 줄이는 묘약이 될 수 있다. 나눌수록 고통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웃사랑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 때 사회통합도 가능해진다. 자선사업하는 부자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 부부가‘기부선언 운동’을 시작했다. 미국 400대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재산의 최소한 절반을 자선단체에 기부하자고 권하는 운동이다.

 버핏은 2006년 460억 달러나 되는 재산의 99%를 기부하기로 결정한 뒤“더없이 행복하다.”며 다른 부자들의 동참을 호소해왔다.

 유산 상속을 하지 않기로 한 머핏은“거대한 부의 대물림은 우리가 평평하게 만들어야 할 경기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530억 달러 재산을 지닌 빌 게이츠는 2008년“창조적 자본주의”를 제시하면서 기업이 이윤 추구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 완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내 맬린다와 함께 300억 달러 기금으로‘빌 맬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해 후진국의 질병과 굶주림 퇴치에 힘써 왔다. 버핏과 게이츠가 꿈꾸는 대로 400대 부자들이 다 참여한다면 한국 GDP의 70% 규모인 6000억 달러의 기부금이 쌓이게 된다.

 이미 8명의 억만장자가 50% 재산 기부를 약속했다고 한다.

‘기부 선언’운동은 지금껏 개인 재산 쌓기 경쟁에 몰두해온 자본주의 사회를 베풂과 나눔의 공동체로 바꾸려는 21세기의 새로운 자본주의 혁명이다.

 미국에선 부자 계층 20%가 전체 기부액의 80%를 내고 있다. 미국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도록 도움으로써 자기가 사는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왔다. 카네기 제단을 세운 철강사업가 엔드루 카네기는“부자의 인생은 부를 획득하는 전반기와 부를 분배하는 후반기로 나눠야 한다.”며“부자인 채로 죽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소액 기부 문화는 차츰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부유층의 고액 기부와 유산 기부는 선진국에 미치지 못한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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