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정치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

기사입력 2010.07.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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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공통적으로 내건 공약이 무료급식 전면 확대와 학생인권조례의 도입이었다.

곽노현 교육감이 있는 서울을 시작으로 여타 지역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곽 교육감이 추진하는 조례안은 지난해 경기도 교육청이 마련한 안을 기초로 했다고 한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최근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는 학생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도 시험 거부 학생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할 뜻을 비쳤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고의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학교장과 교사를 징계하고 학생은 결석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교육감이 평가거부 학생을 위해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학생들이 평가 시험을 안 볼 권리가 있음을 상기시킴으로써 평가거부를 부추기는 행위와 다름없다.

지역 청소년들의 학습 능력을 키워야 할 책임이 있는 교육감이 드러내놓고 평가 시험을 보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교육자적 자세라고 하기 어렵다.

 법적으로도‘평가 대상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가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제 9조 제 4항을 위반한 행위다.

 체벌 금지, 두발 및 복장의 자유, 야간 자율학습 선택권 부여, 수업시간 외 집회·결사의 보장 등이 골자다.

 이들 항목 하나하나가 우리 교육 현실에서 적잖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의 우려다.

그러나 그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인권조례 제적을 빌미로 학생들을 이념 투쟁, 정치 투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듯한 행태다.‘서울본부’측의 참여 제안서에‘인권은 학생이 정치의 주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 구실을 한다.’

‘2008년 촛불을 연 주역은 바로 10대 청소년들이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만 봐도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혹시라도 아직 세상을 보는 시각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을 추악한 정치판 싸움에 끌어들여‘홍위병’노릇을 시키려는 것은 아닌가! 교육감의 취임식 현장에 여중생을 불러“일제 고사를 없애 달라.”는 축사를 하게 하고,‘서울본부’발족식에 굳이 청소년 인권단체를 불러내 포함시킨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지난해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교과부의 징계 요구를 거부한 것도 자신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일탈 행위’다. 수원지검은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교육감에게“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며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그에게 만약 유죄 판결이 내려져 직무가 정지될 경우 경기도 교육의 행정공백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한 학교현장의 분열과 혼란 자행의 책임은 법령을 무시한 김 교육감에게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한 번 뒤처진 학생은 영구히 뒤처져 교육 대열에서 탈락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뒤처진 학생들을 조기 발견해 이들의 학습 의욕과 학습 능력을 북돋워주자는 것이다.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초등학교 6학년 82.5%가‘보통이상’, 15.9%는‘기초학력’, 1.6%는‘기초미달’로 판정됐다.

초6 때 1.6%이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중3 때는 7.2%, 고1에선 5.9%가 됐다. 교육부는 2008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토대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은 전국 1440개 교를‘학력향상 중점학교’로 지정해 인턴교사를 더 배치하고 대학생 멘토링도 지원해 줬다.

친전교조 교육감들도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만 할 것이 아니라 뒤처진 학생들을 빨리 찾아내 그들을 도울 다른 대안을 내놔야 한다. 얼마 전 가출 청소년들이 친구 대학생을 살해한 뒤 엽기적으로 시신을 훼손해 강에 버린 사건이 있었다.

이런 흉악 사건의 청소년 범죄자들은 대부분이 부모가 이혼한 탓에 할머니·할아버지와 살고 있거나 홀어머니 홀아버지 등 편모 편부 가정의 아이들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어머니 아버지가 일터로 나간 사이 혼자서 집을 지키며 밥을 끓여먹고 아무도 공부를 돌봐주지 않는 이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사회복지 정책과 교육 정책의 사각지대에 버려진 아이들이다.

 잘사는 아이들까지 점심밥을 무료로 주는 데 쓰겠다는 예산을 이런 결손 가정 아이들이 교육의 사다리 복지 정책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우리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진보의 이름에 합당한 정책이다.

신임 교육감들이 자신의 교육철학을 학교현장에 적용하더라도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마땅하다.

법을 우습게 여기면서 학교 현장을 혼란시키라고 주민이 표를 준 것은 아니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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