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관련 미술시장의 비리

기사입력 2011.05.0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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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테일러는 1963년 소러비에서 26만달러를 주고 반 고흐의생레미병원의 뜰을 샀다.
 나치를 피해 독일에서 남아공으로 망명했던 마가레트 보트너라는 사람의 자손들이 2000년대 초 이 그림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939년 나치가 빼앗아간 할머니 그림이다.
그림을 살 땐 나치 약탈품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리즈가 조심성이 없었다.
그러나 2005년 캘리포니아 법원은 소송 시한 3년이 지났다며 리즈의 손을 들어줬다.
 1997년 오스트리아 레오폴드 미술관은 에곤 실례 작품 150점을 뉴욕 모던아트 미술관의 초상화를 비롯한 두 점이 나치 약탈품으로 드러났다.
뉴욕 검찰은미국 약탈 재산법에 따라 압류하겠다고 나섰다.
신문들은 실례 작품이불행한 여행을 했다고 썼다.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소장한 피카소의앙헬 페르난데스 데 소토의 초상화도 비슷한 곡절을 겪은 끝에 작년 런던 크리스티에서 600억원에 팔렸다.
 프랑스 컬렉터 자크 월터는 1955년 뉴욕에서 반 고흐오베르의 정원을 샀다.
 월터가 이태 뒤 이 작품을 프랑스로 들여오자 정부는 바로 국보로 지정하고 해외 반출을 금했다
. 별수없이 월터는 92년 파리의 은행가에게 국제가격 6분의 1 값인 5500만 프랑(76억원)에 팔았다. 월터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94년 파리법원은 국가가 14500만 프랑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오리온그룹 비자금 의혹에 관련된 사람들이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 작품플라워의 소유권을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오리온그룹 계열사가 서미갤러리와 수백억 원대의 미술품 거래를 하면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확보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차장 재임 시절 전군표 당시 청장에게 서미갤러리에서 산 그림을 상납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부산 2저축은행에서는 대주주인 은행장이 그림의 담보 가치를 과다하게 평가해 아들에게 부정 대출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자식에게 부동산을 넘겨주면 많은 세금을 내야 하지만 미술품을 주면 세금을 피할 수 있어 변칙적인 상속과 증여수단으로도 악용된다. 우리 미술시장에서는 몇 억원짜리 그림을 사고팔아도 누가 사고 누가 팔았는지 알 수가 없다.
 미술품을 사고파는 데 따르는 취득세, 등록세, 소득세도 없도. 미술시장의 비리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미술품이 실명으로 거래되도록 서둘러 제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는 미술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계속 미뤄져 왔다. 정부는 1990년부터 이 제도를 추진했으나 2008년 소득세법에 그 내용을 포함시키고도 부칙을 통해 2011년 시행으로 유예했고, 지난해 다시 2013년으로 연기했다.
 조세 원칙상 미술품이라고 해서 과세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미술시장의 각종 비리가 드러난 이상 양도세 과세를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우리 미술시장은 연간 매출액이 3000억원 정도로 중국·일본의 10분의 1 규모다. 화가 중에는 박수군·이중섭처럼 작품 판정 가격이 몇 억원 되는 인물도 있지만 작품만 팔아 생계가 가능한 작가는 미술협회 등록 미술인 25000명 중 10%도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미술품이 요즘처럼 변칙 상속과 뇌물의 수단으로 빈번하게 등장하고, 화랑이 공공연한 비자금 조성 통로로 악용된다면 국민 생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미술품 거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거래 자료를 추적하는 등 감시 체계와 능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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