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면 감천’평창 마침내 해냈다

기사입력 2011.08.0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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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거목단 수적천석’먹물로 톱질해도 나무가 잘리고 물방울이 계속 떨어지면 돌이 뚫린다는 뜻이다.

 중국 북송 때 숭양 지방의 사또 장괴애가 한 말이라고 송나라 학자 나대경이 쓴「학림옥로」에 전한다.

장괴애가 관아 창고에서 옆전 한 닢을 훔친 관원을 심문하는 대목에서다.

옆전 한 닢이 무슨 큰 죄냐고 관원이 항변하자‘일일일전 천일천전’하루 한 푼일지라도 천 일이면 천 푼이라며 덧붙인 게 바로 이 말이다.

 당시 정황으로 보면‘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정성을 다해 끊임없이 노력하면 큰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하는 말로 굳어졌다.

 명나라 홍자성이「채근담」에서‘승거목단 수적천석’을 배우는 사람이 견지해야 할 자세로 언급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부단한 정성과 노력의 의미로 자주 인용되는 말엔‘우공이산’도 있다.

「열자 탕문편」에 보인다. 우직하게 한 가지 일을 계속 물고 늘어지면 하늘을 움직여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는 거다. 중국 마오쩌둥이 즐겨 사용했던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하루 전까지 사저에 걸어 두었던 액자 글귀도‘우공이산’이다. 당나라 때 시선 이백에게 학문의 자세를 일깨운‘마부작침’은 어떤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일의 함의 또한 끈기와 정성이다

‘정성’은 유·불교에서 삶의 바탕으로 가르치는 덕목이다.「중용」에서 정성은 하늘이 준 도리이고 정성을 실천하는 게 사람의 목표다. 그래서‘무성무물’정성스럽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음이다.

 불교는 깨달음을 얻는 일도, 세상을 살아가는 일도 정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지극한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구하면 반드시 얻는다.”는「잡보잠경」의 가르침이 그 예다.

평창의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 성공은 10여년간의‘부단한 정성’이 이뤄낸 쾌거다.“평창 코리아”남아공 더반의 낭보에 온 국민이 감격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겨울올림픽 유치위원회, 사회각계, 정부와 기업, 강원도민, 그리고 아낌없이 성원한 국민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유치 성공에는 지난해 벤쿠버에서 보여준 겨울스포츠의 떠오르는 강국으로서 면모도 한몫했을 것이다.

 김연아의 환상적인 피겨, 모태범·이상화·이승훈의 쾌속 질주가 세계인의 가슴에 짙은 인상을 남겼다.‘새로운 지평’을 내세운 치밀한 전략도 좋았다.

대통령과 기업총수들까지 나서 지지를 부탁하는 진정성도 10C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여름과 겨울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포뮬러 원(F1)을 모두 개최하는‘스포츠 그랜드 슬램’을 이뤘다.

이는 세계에서 5개국 뿐이다.

이런 규모의 국제대회는 성숙한 시민, 선진화된 사회, 그리고 탄탄한 국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민 모두가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만하다.

문제는 폐막 이후다.

잔치는 성대하게 치러놓고 뒤치다꺼리 하느라 밑 빠진 독에 세금을 퍼 넣는 상황이 생겨서는 안 된다.

기왕에 조성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겨울스포츠 명소로 거듭나는 것이다. 천혜의 자연과 완벽한 경기시설, 여기에 올림픽 홍보 효과를 이용해 세계 최고의 겨울 휴양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이 100만 명만 늘어도 10년간 32조 2000억 원의 경제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꿈이 그냥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무역 규모는 서울올림픽 성공시켰던 1988년 1125억 달러에서 올해는 1조 달러로 9배 이상 커졌고, 그와 함께 경제규모(GDP)도 1923억 달러에서 1조 143억 달러로 5배 이상 팽창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를 향해 문을 활짝 열어젖힌 덕분에 세계 경제의 부침 속에서도 성장의 길을 달려 풍요로운 나라로 나가고 있다.

평창올림픽도‘평창과 강원도만을 위한 올림픽’을 넘어 국도 전체를 올림픽투구로 바꾸겠다는 차원으로 눈길을 높여 한 번 더 세계를 향해 활짝 문을 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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