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인명과 재산 손실 증폭시킨다

기사입력 2011.08.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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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역사상 수많은 홍수와 해일을 겪었다.

유럽의 지형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네덜란드라는 이름 자체가‘저지대’를 가리키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나라는 국토 전체가 낮고 평평하다.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해야 해발 321m에 불과하고 많은 곳은 아예 해수면보다 낮다.

유럽 대륙의 동쪽과 남쪽의 고지대에서 발원한 라인강, 마스강, 스텔더강이 모두 이 나라로 흘러와서 바다로 들어가고, 그 강들의 하구에는 수많은 지류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따라서 자국 영토가 아니라면 이국땅에서 큰 비가 와도 그 물이 전부 이 나라에 흘러와서 넘치곤 했다.

특히 상류에서 큰물이 내려오는 것과 만조 혹은 해일이 겹치면 엄청나게 큰 피해를 보았다.

 역사상 최대 홍수로 알려진 1421년 성엘리자베스 축일의 홍수 때에는 1만명이 죽고 20여 마을이 물에 잠겼다. 1287년에는 거대한 민물 호수였던 플레보호의 북쪽 입구가 물에 휩쓸려가면서 호수가 바다와 연결되어 커다란 내해가 되었다.

 홍수가 아예 지형을 변화시킨 것이다.

최근 사례로는 1953년 홍수를 들 수 있다.

 이때 약 64만 에이커가 물에 잠기고 18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10만명이 집을 잃었고, 가축 10만마리 이상을 잃었다. 당시 암스테르담 시는 거의 5m 높이의 물에 잠겼다.

1995년에도 라인강과 마스강의 수위가 올라가서 25만명의 주민들과 100만마리의 가축들을 소개하는 대역사가 벌어졌지만 다행히 큰 피해 없이 끝났다.

 이처럼 네덜란드의 역사는 물과의 전쟁의 연속이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물의 위험에 맞서 제방을 쌓고 간척사업을 하여 폴러라 불리는 간척지를 만들었다.

 13세기 이래 이 나라에서 이처럼 간척을 통해 얻은 땅이 1만㎢로 국토 전체 면적의 20%나 된다.

 그러나“신이 세상을 만들었다.

그러나 네덜란드인들은 네덜란드를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오늘날에는 치수 방식이 더 발전하여 보통 때에는 물길을 열어두어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살아나도록 하면서 심한 폭풍우가 칠 때에는 댐을 닫아 안전을 확보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6~27일 수도권과 강원지역에 쏟아진 기습호우로 서울·춘천에 산사태가 발생해 62명의 사망·실종자를 냈다. 이틀 동안에 내린 비는 서울 관악구 남현동 같은 곳에선 시간당 113mm나 내려 47년 만의 최대 강우량을 기록했다.

수도권의 대중교통이 마비되고, 정전사태가 겹쳤으며 통신두절 현상까지 나타났다.

수해의 안전 기준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폭우가 언제 쏟아질지 모르기 때문에 상습침수지역의 하수도 배수시설 지하저류조 제방 등을 확충해야 한다.

수해방지시설이 과거 기준으로 설계돼 요즘과 같은 게릴라성 집중호우에 취약하다.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고 수해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춘천 산사태의 경우 기상청의 강수량 예측이 틀렸을 뿐 아니라 사고 1시간 전 인근 배수로가 막혀 주택이 침수됐다는데도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 날씨가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뚜렷한 징후다.

6~9월 넉 달 동안 열대지방의 우기와 같은 날씨가 이어져 매년 겪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10여년간 우리나라엔 장마철에 내린 비의 양이 더 많았다.

 지난해에도 추석 연휴에 폭우가 쏟아져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장마 이후의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올해에도 충분히 예견됐지만 무방비 상태로 여름을 맞았다가 피해를 키웠다.

수재는 인재와 결합해 인명과 재산 손실을 증폭시킨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가장 긴급히 해야 할 일 중 하나인‘물폭탄’피해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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