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어려운 게 계파 싸움

기사입력 2011.08.09 17:07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정치는 2류들의 게임’이라고 한다.

시험에서 수석합격을 했던 수재들이 정치에 들어가 2류들과 난타전을 벌이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가? 조선시대 시험성적이 가장 좋았던 인물이 율곡 이이(1536~1584)이다.

 9번 수석을 한 구도장원의 기록보유자다. 그러나 48세에 세상을 떠났다.

 너무 빨리 갔다는 느낌이 든다. 머리 좋은 사람은 애매한 상황에서 머리 나쁜 사람보다 훨씬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저술가로 뽑히는 두 인물이 원효대사와 다산 정약용(1762~1836)이다.

다산은 과거에서 차석을 하였는데, 수재가 유배와 만나니까 주옥같은 저술이 쏟아져 나왔다. 강진으로 유배를 가지 않고 서울에서 계속 정치를 하였더라면 어떤 업적을 남겼을까?

율곡처럼 빨리 죽었을까?

물론 예외도 있다.

 그때 과거시험에서 다산을 제치고 수석을 차지한 인물이 서영보(1759~1816)이다

 대제학을 지냈고‘만기요람’의 저자이다.

서영보의 아버지인 서유신도 과거 수석을 하여 대제학을 지냈고, 서영보의 아들인 서기순은 차석을 하였다.

서영보의 직계 6대 후손이 친박계의 서청원이다.

민주당의 천정배는 신안군 암태도라는 섬 출신인데, 흔히 목포의 수재라고 일컬어진다.

중2때 전남학술경시대회에서 수석을 하였고, 서울법대도 수석입학했다.

 딸 2명도 공부를 잘해서 모두 서울대를 나와 큰딸은 서법고시에 합격해 부산동부지법에서 판사를 하고, 둘째 딸은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관으로 있다.

민변을 창립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 산좌 역할을 했지만 현실 정치에서 큰 재미는 못 보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이 천정배라면 한나라당은 원희룡이다.

제주 출신인 원희룡은 학력고사에서 전국수석을 했고 서울대법대 수석입학에다가 사법시험에서도 수석합격을 하였다.

 특히 학력고사 전국수석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수재임에도 불구하고 책상물림의 얼굴이 아니라 말 타고 다니는 북방유목민족 특유의 야성이 들어가 있다.

그런 원희룡도 지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4위에 그쳤다.

인삼이 홍삼으로 변하려면 한번 솥단지에 찌는‘법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치법제’를 거쳐야 빨리 죽지 않는다.

민주당은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에 야 4당 통합특위 연석회의를 공식 제안했다.

 야 4당이 야권 통합을 위한 법적 절차를 연내 마무리 짓고, 하나의 정당으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에서도 선진당과 우파 시민단체들을 아우르는 보수 대연합에 나서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의 선거는 중도 우파의 한나라당과 중도 좌파의 민주당이 중심을 이루고 다른 군소 정당들이 가세하는 2강 다약 구도하에 치러졌다.

우파와 좌파 진영이 이런 야당제 구도를 깨고 각각 하나의 정당 아래 뭉쳐 미국의 공화·민주당이나 영국의 보수·노동당 같은 양당 체제로 바뀐다면 우리 정당사의 획기적인 변화다.

 지역 위에 이념과 정책은 덤으로 얹힌 듯한 현재의 기형적 정당구조를 이념과 정책을 축으로 하는 현대적 구조로 바꾸는 것은 80년대 이래 우리 정치의 숙제였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야 4당은 각기 따로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이념과 정책 면에서 서로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사실과 정반대다.

 야 4당은 한나라당 정권을 반대한다는 것 말고는 같은 것이 거의 없는 정당들이다.

만약 이런 형태의 통합 야당이 내년에 집권하면 북한세습체제를 인정하고 주한미군 주둔을 반대하며 FTA 같은 국가의 생존 방책을 모조리 반대하는 이들의 손에 국가의 운명이 맡겨지는 꼴이 될지 모른다.

 민주당은 누가 정권의 몸통이고 누가 꼬리인지 알 수 없는 통합야당에 다수 중도층이 과연 표를 줄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한나라당도 극단적 우파 노선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과의 통합 논의에 들어가면 비슷한 처지에 빠질 수 있다.

[나경택 기자 ]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www.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