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법정 싸움, ‘자서전은 참고범위내의 것’ 판결

이태석 신부 관련 서적 판매금지가처분 신청 결국 기각
기사입력 2011.09.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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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소송은 진행되었나?

527일부터 시작된 일명 이태석 신부 어린이책 소송이 결국 기각으로 결정 났다. 애초에 본 소송은 도서출판 북오션이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어린이 대상 서적 우리 신부님, 쫄리 신부님을 출간하자, 이태석 신부가 쓴 친구가 되어주실래요?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재단법인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이하 한국 살레시오)에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일반적으로 익히 알려진 인물의 위인전이나 평전의 경우에는 출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저작권이나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며, 법원에서도 여러 가지 판례를 통해서 표현의 자유를 지켜주었었다. 이는 소멸시점이 70년인 저작권과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 인물의 일대기는 저작권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어떠한 시각이든 한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 인류의 문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최근에 가장 인기 인물인 스티브 잡스에 대한 수많은 서적이 출간되는 것도 스티브 잡스가 외국인이라 국내에 책이 나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린이에게 도움이 되는 위인전 형태의 서적에 저작권 침해로 판매금지가처분 신청이 들어온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출판계에서는 귀추를 주목하고 있던 사건이었다.

 

  출판계 vs 종교계

소송이 진행되자 일각에서 이익이 되는 모든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종교인들이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다는 측과 그래도 고인의 가족에게 허락은 받아야 한다고 옹호하는 측으로 나뉘어 자칫 출판계와 종교계간의 싸움으로 비화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종교계와 출판계의 싸움이 아니라 한국 살레시오의 그릇된 판단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살레시오는 직접 이태석 신부 관련 어린이 서적을 출간하려 하였으나 이에 앞서 북오션 출판사에서 먼저 책이 나오자 시장을 선점당한 것에 대한 일명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한국 살레시오는 출판사 측에 연락을 하여 허락도 없이 출간을 했다고 항의를 하였고, 출판사 측에서 법적 책임은 없으나 고인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여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겠다는 의견까지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 살레시오는 이를 거부하고 저작권 소송 전문 법무 법인을 대동하고 판매금지가처분신청을 낸 후 생활성서사를 통하여 어린이 서적인 내 친구 쫄리 신부님을 출간하였다. 실제로 한국 살레시오의 변호사는 살레시오회와 생활성서사가 비슷한 서적을 준비하고 있기 차후 비슷한 서적이 출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재판장에서 말하기까지 해서 출판계의 공분을 샀다.

판매금지가처분신청 이후에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다룬 수종의 서적이 출간되었지만 한국 살레시오는 이에 대한 소송은 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자신의 앞길을 막은 출판사에만 소송을 진행한 것이다.

  자서전은 참고 범위 내의 것

한국 살레시오는 우리 신부님, 쫄리 신부님친구가 되어주실래요?의 내용을 참고하여 기술된 서적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자서전은 서적의 모델이 되는 본인이 직접 진술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평전이나 위인전에서는 일상적으로 자서전을 주요 참고 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법원에서도 대상자의 생애에서 주요 사건이 다루어지고 그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다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례를 내린 바 있다.

소송 이후 이택선 신부와 관련한 많은 책이 나오고 있으나, 그에 대한 행적을 다룬 부분은 대동소이하다. 이 때문에 관계자들은 무리한 소송을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재단법인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는 소송 자격 없어

결국 826일 재판장에서는 신청을 기각했다. 애초부터 진행될 수 없는 소송이었다. 재판장의 판결은 저작권 침해 여부를 떠나서 재단법인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가 이태석 신부의 저작권을 대표하여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단법인 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는 한국 살레시오회의 재산 관리를 위하여 설립한 재단법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수도회의 회칙이나 정관에 이에 대한 아무런 근거가 없는 기관이었다.

한국 살레시오의 의견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결국 재산 관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단체이며, 이태석 신부의 높은 뜻이 전국에 퍼져나가는 일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나눔을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한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가 널리 퍼져 모두에게 나눔의 씨앗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 개인의 입장에서, 재단법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말미암아 이 소송이 시작된 것부터가 가슴 아픈 일이다.

[나현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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