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강릉시 "초당순두부"

강릉사람들은 허엽의 호인 ‘초당’을 붙여 ‘초당두부’라고 불렀다
기사입력 2016.07.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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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정연태 기자]「홍길동전」을 지은 허균의 아버지 허엽은 조정에 충정어린 상소를 올렸다가 좌천되어 강릉부사로 내려왔다. 그는 나라 걱정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럴 때마다 근심도 달래고 머리도 식힐 겸 관청 뜰에 있는 우물물을 떠다 마시곤 했는데, 그 물맛이 너무나 좋아 이것으로 두부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두부는 평소 자신이 좋아하던 음식이었고, 맛있는 두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물이 좋아야 했기 때문이다. 허엽은 마음이 어지러울 때마다 정성을 다해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우물물을 떠다가 밤새 콩을 불리고, 불린 콩을 조심스레 맷돌로 갈아 촘촘한 천으로 걸러 콩물만 빼냈다. 그런 다음 콩물을 가마솥에 붓고 끓였는데, 이때 장작불의 세기를 적절하게 조절해 주지 않으면 애써 만든 콩물을 버리기 일쑤였기에 특히 신경을 썼다. 끓인 콩물을 응고시키려면 간수를 넣어야 했지만 강릉에는 천일염이 나지 않아 깨끗한 동해 바닷물을 길어다 썼다. 허엽은 이처럼 두부 만들기에 정성을 쏟으며 조정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이렇게 허엽이 마음을 다스리려고 만든 두부는 맛이 무척 담백하고 고소했다. 강릉 관청 주변에서는 부사가 손수 만든 두부가 맛있다는 소문이 났고, 그 뒤로 강릉사람들은 허엽의 호인 ‘초당’을 붙여 ‘초당두부’라고 불렀다. 이후 초당두부 제조법은 알음알음으로만 전해 내려오다가, 100여 년 전부터 몇몇 집에서 이 전통 방식 그대로 두부를 만들어 강릉 시내에 가져다 팔기 시작하며 다시 입소문을 탔다. 그러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허엽이 처음 두부를 만든 초당마을에 초당두부를 직접 만들어 파는 전문음식점이 두세 곳이 생겨나 인기를 끌자, 그 일대로 두부요리 전문점이 20여 곳 이상 문을 열어 초당마을은 ‘두부마을’로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정연태 기자 balbari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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