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은 법치의 상징이다.

기사입력 2011.10.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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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 역사는 대법원장의 이름을 따 시대를 구분한다. '얼 워런 대법원' '워런 버거 대법원'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 하는 식이다.

1953년 시작된 얼 워런 대법원은 미국 사법사상 가장 진보적인 판결을 많이 내렸다.

피의자에게 변호인 선임권과 불리한 진술 거부권을 줘야 하고,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성경을 의무적으로 외우게 하면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정치 문제라며 재판 대상에서 제외했던 선거구 획정을 사법부 판단 대상으로 삼은 것도 이때다.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1986년부터 연방대법원을 보수주의 쪽으로 이끌었다.

이 시절 대법원은 총기 소지 금지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가 유죄판결을 받기 전이라도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한 법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미 대법원 판결은 기본적으로 대법관 9명의 성향에 따라 좌우된다.

그러나 대법원장이 재판장으로서 어떤 철학과 리더십으로 대법원을 이끄느냐에 따라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 대법원도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13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재판의 재판장을 맡는다.

 대법관들의 비공개 토론으로 진행되는 이 재판을 진행하는 사람이 바로 대법원장이다.

토론이 끝나 잠정 결론이 정리되면 대법관 중에 가장 후임자부터 찬성이나 반대 또는 제3의 의견을 낸다.

 선임자부터 의견을 말하면 후임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주장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동양적 문화를 감안해 생긴 관행이라고 한다.

 이때 대법원장도 대법관의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낸다.

 대법원장들은 대개 자기가 어떤 의견을 주장하면 다른 대법관들이 영향을 받을까 봐 토론에 깊이 관여하기를 사양한다고 한다.

 그러나 특정 정치 성향이나 신념이 강한 대법원장은 자기주장을 강력히 펼쳐 자기가 원하는 결론을 유도하기도 한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말한다.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재판의 진정한 권위는 국민의 승복에서 오고 국민의 승복은 법관에 대한 존경과 신뢰에서 나온다면서 법관은 법률 전문가이기 전에 훌륭한 인품과 지혜를 갖춘 인격자라야 한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신뢰받는 법관과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법관 인사 제도·재판 제도와 절차·법원 조직 등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에게 최대 도전은 사법부에서 이념의 색깔을 빼는 일이다. 그는 사법부의 사명은 법치주의를 구현함으로써 일관성이 유지되고 예측 가능성이 보장되는 것이라고 했다.

 법에는 좌와 우가 있을 수 없고, 진보와 보수로 가를 잣대도 없다.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 사회는 사사건건 이념적으로 충돌한다. 최근 역사교과서 문제는 웅변한다.

 ‘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냐를 놓고 황당한 격론을 벌인다. 이런 현상은 이용훈 전 대법원장 시절 횡행하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재판과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강기갑 의원 공중부양 사건, MBC PD수첩 사건 등에서 나온 편향 판결 논란에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만 볼 수 없다는 대법관의 인식까지 공개되는 지경이다.

 개인 소신과 성향을 저울과 칼이어야 할 법과 구분하지 못하는 법관들은 엄연히 존재한다. 일반인이 나라의 정체성과 체제에 대해 헷갈리지 않는다면 이상할 정도다.

 양 대법원장은국민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재판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공정성을 확인할 때 사법부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재판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려면 현재 일부 사건에서만 실시하는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판결문을 비롯해 각급 법원 판결문도 인터넷을 통해 모두 공개해 학계·변호사업계·시민단체가 언제든지 재판 결과를 비판하고 평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법원장의 취임이대한민국을 지키는 사법부’‘국민을 위한 사법부구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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