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기사입력 2016.12.2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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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나경택 칼럼]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이 나라 경제와 안보 위기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이 믿고 의지할 새로운 보수정당의 탄생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새누리당을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를 ‘가짜 보수’로 자칭하며 “신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박(비박근혜)계 리더 격인 김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구상에 아직 비박 대다수가 동의한 것은 아니다. 다른 비박 리더인 유승민 의원은 “나는 당 안에서 개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고 탈당은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은 탈당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사퇴한 정진석 원내대표의 후임을 결정할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비상대책위원장 선출 등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다. 친박이 다수인 당내 경선에서 비박이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비박은 ‘경선에 실패해 탈당한다’는 웅색한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결단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김 전 대표가 표현한 대로 친박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노예’였다. 이 노예근성이 불러온 친박 패권주의가 4·13 총선을 참패로 이끌었다. 그럼에도 친박은 박 대통령 앞에서 찍소리도 못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일체의 건전한 비판도 배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금기시하는 노예근성이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도 죽이고 새누리당도 죽였다”는 김 전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죽은 새누리당’ 간판으론 설령 비박이 당권을 잡는다고 해도 내년 대선에 희망이 없다. 비박은 몸을 던져 박 대통령과 친박의 전근대적인 전횡을 막지 못했다. 탄핵정국에서 ‘회군’하려던 비박을 돌려 세운 것도 촛불집회였다. 탈당을 꺼리는 것도 나가면 얼어 죽지 않을까 하는 ‘웰빙 본능’ 때문이다. 비박이 친박 못지않게 보수정치를 망친 책임을 지려면 광야에서 풍찬노숙할 각오를 해야 한다. 비박이 새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먼저 당을 떠난 탈당파와 합류해 보수신당을 세운다면 친박 내 탄핵찬성파까지 흡수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것은 친박이나 비박 모두의 책임이다. 새누리당 의총에서 친박계 정주택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정책위의장으로 뽑인 이헌재 의원도 친박계다. 친박계가 똘똘 뭉쳐 이들을 당선시켰다. 국민의 최순실 국정 농락과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을 개탄하고 분노하는데 새누리당은 친박 색채가 더 진해졌다. 민심 역행도 이 정도면 시쳇말로 ‘역대급’이다. 민주당이 “정 원내대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을 지나치다고만 할 수가 없다.
 
이날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최고위원들이 일괄 사표했다. 그렇게 버티던 친박 지도부가 갑자기 물러난 것은 친박 원내대표가 선출되니 걱정이고 당권력을 놓치고 밀려날지 모른다는 걱정이다. 대표 권한대행까지 맡게 된 정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 구성을 책임지게 된다. 신임 정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친박 핵심들에게 2선 후퇴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지지율 15%짜리 당 대선 주자 한 명 없는 당의 권력이라도 놓지 않겠다는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런 당의 얼굴이 이 친박에서 저 친박으로 바뀐다고 감동할 국민은 거의 없다. 정 원내대표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며 화합을 호소했다.
 
당내 친박 모임은 창립 선언문에서 ‘배신의 정치 타파’를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결국은 분당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비박은 정치적 결단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친박과 방향이 다를 뿐 대의가 아니라 소리를 탐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치적 모험을 해 본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 한마디로 ‘웰빙 정치인’들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민심에 역행하는 친박과 웰빙 비박이 기이하게 공생하고 있는 정당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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