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탄핵 국가적 불행이자 비극

기사입력 2017.03.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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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박근헤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지 11일 만에 검찰 수사를 받은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뇌물 수수, 공무상 비밀 누설 등 총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검찰청사로 들어가며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5년 검찰에 출두하고 구속 수감됐다.

두 사람 모두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하다가 1997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검찰에 나왔다가 자살해 더 이상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하되 사건 처리를 미룸으로써 생길 수 있는 혼란은 피해야 한다.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 탄핵 찬·반 진영으로 갈려 극단으로 치달았던 갈등이 검찰청사 앞에서 재연될 수도 있다. 결국 구속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어느 쪽으로 가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이 무거운 짐을 졌다. 8년 만에 다시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도 착잡할 것이다. 정도 차이가 있을 뿐 박 전 대통령의 전임자들도 대부분 밝은 얼굴로 청와대를 나오지 못했다. 사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다른 전직 대통령 상당수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정도의 잘못을 저질렀다. 지금과 국민 눈높이가 달랐을 뿐이다. 대통령이나 그 핵심 측근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나라는 우리 외엔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 문제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청와대에 입성하는 즉시 현대판 제왕이 돼 권력을 휘두르다 말년에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게 하나의 공식처럼 됐다. 그러면서 정작 필요한 정책 집행은 거의 불구에 가깝다. 한국식 대통령제는 수명이 다했다. 탄핵 결정으로 이미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박 전 대통령도 참담하겠지만 그런 대통령을 보는 국민의 심정도 다르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이 밤늦게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면서 뇌물수수와 직권 남용 등 13가지 혐의 모두를 전면 부인한 것도 국민을 불편하게 만든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가 “내가 아는 누나는 아직까지 자신이 잘못했다는 인식이 없을 것”이라고 한 말이 맞는 듯하다.

정치적 고려 없이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정도이고 검찰이 살 길이다. ‘촛불’도 ‘태극기’도 검찰수사를 지켜보며 향후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을 끝으로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 바란다. 이번 사태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정경유착 관행을 끊는 전기가 된다면 불행 중 다행일 것이다. 이현재 전 경제부총리는 지금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없앨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역대 대통령 모두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며 대통령직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수치스러운 관행을 끊어내야 할 때다. 차기 대선주자들은 박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 검찰 포터라인에 서는 사람이 5년 후 자신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대한민국 역사상 11명의 대통령 가운데 내각책임제 또는 과도기 2명을 제외하고 9명이 사법처리 또는 가족·친인척 비리로 치욕적인 말로를 맞았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세 아들 구속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의 사법처리와 내곡동 사저 특검을 정치 현장에서 지켜보고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

차기 주자들도 지금은 박 전 대통령의 불행이 남의 일처럼 보이겠지만 권력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지금의 이들로는 대통령의 비극과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두가 이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실패한 대통령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국민은 바란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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