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사단 100주년 공연 파행

기사입력 2017.06.28 15:42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기자]주한미군 2사단을 가리켜 ‘인계철선(클레이모어 같은 폭발물과 연결되어 건드리면 자동으로 폭발하는 철선)’이라 했다. 한반도에서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전방의 미 2사단이 즉각 연루될 수밖에 없으므로 미국 개입이 보장된다는 의미였다.

1917년 창설된 미 2사단은 미 본토에서 40년, 유럽에서 4년, 한국에서 56년간 주둔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맨 먼저 도착했고, 유엔군 가운데 맨 처음 평양에 입성했다. 군우리 전투 때는 사단병력의 3분의 1을 잃기도 했다. 한국전쟁 때 2만4000여명의 인명피해를 냈으며,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도 소속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과는 유독 인연이 깊은 한·미 동맹의 상징부대다.

하지만 한국 시민들에게 남긴 상처도 컸다. 1992년 술집종업원 윤금이씨를 무참히 살해한 잔혹한 성범죄가 맨 먼저 떠오른다. 한·일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6월13일 벌어진 신효순·심미선양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56번 지방도로를 지나던 미2사단소속 장갑차가 두 여중생을 밟고 지나갔다.

주한 미군 관련 사건들은 대부분 한국민의 공분을 사기 일쑤였다. 경기 의정부시가 마련한 ‘주한미군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가 일부 단체의 항의에 파행으로 끝났다. 대부분의 초청 가수가 불참했고 인순이, 크라잉넛은 무대에서 사과만 한 채 내려갔다. 민주노총 등 단체들과 누리꾼들이 2002년 미 2사단 소속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 15주기(13일)’를 앞두고 시 예산으로 미군 위안잔치를 연다며 가수들과 소속사에 거센 비판을 했기 때문이다.

미 2사단은 의정부 동두천 등 접적 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유사시 미군 증원 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한국을 방어하는 미군이다. 6·25전쟁 발발 28일 만에 제일 먼저 부산항에 도착한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창설일은 10월 26일이자만 내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할 예정이어서 행사를 앞당긴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한 미 2사단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우정과 송별의 의미를 담으려 했다”며 유감스러워했다.
 
15년 전 효순이 미선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치 미군이 고의로 저지른 것처럼 반미시위로 확대시켰던 좌파 성향의 단체들이 이번에는 가수들에게 ‘디지털 테러’를 가해 미군에 상처를 입힌 형국이다. 미선 양의 아버지는 2012년 신문 인터뷰에서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 사고는 “반미와 친북적인 정치인들로 교체되던(대선운동) 시기에 발생하는 바람에 반미세력의 주장을 확신시키는 발화점이 됐다”고 당시 주한미군 제2사단장은 회고록에 적었다. 미 2사단이 평택으로 이전하는 데는 2002년 촛불시위로 불거진 반미감정과 노무현 정부의 ‘전시작전권 환수’가 한몫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수 싸이는 2004년 “미군과 그 가족들을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이자”는 반미 랩으로 물의를 일으켰지만 미 백악관은 2012년 자선공연에 그를 초청했다. 의정부시가 52년간 지역에 주둔하면서 안보를 지켜준 미 2사단에 송별의 의미를 담아 감사 행사를 마련한 것이었는데 반미 단체들이 판을 깨버린 것이다.

사드는 동맹국 미국이 주한미군을 북 미사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이다. 배치 비용도 미국이 댄다. 부수적으로 우리 국토 절반가량도 사드 방어 범위에 들어간다. 미 2사단은 6·25전쟁 때 한국을 구하러 미국 본토에서 가장 먼저 달려온 부대다. 한 전투에서 사단 병력의 3분의 1을 잃는 큰 희생도 치렀다. 15년 전 발생한 효순·미순양의 비극은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었지만 교통사고였을 뿐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 힘만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어 미국의 힘을 빌리고 있는 처지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www.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