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투기와의 전쟁

기사입력 2017.08.1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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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총재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정부가 세제, 대출, 청약, 재건축 규제를 총망라한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투기 과열지구를 6년 만에 부활시켜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 세종시를 투기 과열지구로 지정했다.

투기 과열지구에는 분양권 전매 금지,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LTI) 40%로 강화, 자금조달계획 신고 등 19개의 규제가 적용된다. 서울 11개 구와 세종시는 투기지역으로 이중 규제해 다주택자에게 양도소유세에 가산세를 추가로 물린다. LTV와 LTI를 줄인 ‘6·19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지 44일 만에 종합부동산세를 빼고는 거의 모든 수요 규제를 동원한 초강력 대책이다.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라는 8·2 부동산 대책 명칭대로 투기로 급등한 집값은 잡아야 한다.

불로소득을 안겨 주는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경제 정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양극화와 가계부채 증가, 결혼과 출산율 저하까지 영향을 미치는 ‘분노의 근원’이기도 하다. 정부가 주택시장을 경기 부양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의미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가 계속되자 당시 정부는 부동산 수요를 띄우는 부양정책에 매달린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집값은 오르지 않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만 올라가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 시세차익을 챙기는 일명 ‘갭투자’까지 성행했다. 그러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의 집값 급등은 실수요자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세력”이라고 지적한 것은 문제를 너무 협소하게 본 것이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8학군 교육특구에 녹지까지 갖춘 강남의 재건축 시장에 수요가 몰린 탓이 크다. 초저금리로 유동성은 풍부한데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입될 수 있는 통로는 막힌 상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부동산가격 상승 이유가 복합적이긴 하지만 서울지역 공급 부족도 큰 원인”이라고 판단한 것이 오히려 맞는 얘기다. 일단 부동산시장은 정부의 초고감도 대책에 빠르게 가라앉는 분위기다. 하지만 복합적 정책이 지속가능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저금리에 풍부한 유동성, 글로벌 경기 호황으로 집값이 급등해 12차례나 부동산 안정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임기 5년 동안 서울 집값은 57%나 뛰었다.
 
부동산 공급 확대보다 ‘버블 7’지역 수요 억제에 치중한데다 대체투자 수단이 부족해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계속 유입됐기 때문이다. 적절한 공급 없이 수요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투기세력이 근절되고 집값이 계속 안정될 것으로 믿는다면 지나친 낙관이다.

무엇보다 투기과열 및 투기지구 지정은 국지적으로만 효과가 있을 뿐 풍선효과를 막지 못한다. 더구나 집값 상승세가 확연한 경기, 분당, 판교 같은 곳은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분양가 상한제도 도입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을 오르내리고, 이런 움직임이 주변 집값을 밀어올리는데도 이를 제외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이 비정상이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성장률이 2%대인 상황에서 부동산만 예외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시장안정과 서민주거안정을 동시에 이뤄내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결과는 늘 시장의 승리로 끝났다. 시장안정은 건설사와 부자 등 기득권 보호의 다른 말이다.

이번 조치에서 가진 자의 대부분은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고 인신한다고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투기세력을 솎아내고 서민주거안정을 이루려 한다면 선 분양 같은 공급자 우선 정책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거래세 중심인 세제 역시 보유세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과감한 처방이 전제되지 않는 서민주거안정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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