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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정연태 기자]이명박 정부가 만든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거론된 인사들이 지난 10여 년간 억눌렸던 감정들을 속속 표출했다.'MB 블랙리스트'에 오른 김규리는 어제(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 몇 자에.. 나의 꽃다운 30대가 훌쩍 가버렸네. 10년이란 소중한 시간이... 내가 그동안 낸 소중한 세금들이 나를 죽이는 데 사용되었다니"라는 글과 함께 블랙리스트 명단을 캡처한 사진을 게시했다.
조정래 작가는 13일 한 언론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하도 오래전부터 당해온 일이라서 별로 놀라울 것은 없는데, 군사독재도 아니고 국민이 직접 뽑아서 만들어 놓은 민간 정부가 이런 일을 했다는 게 참 한심스러울 뿐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연예인 블랙리스트'를 처음 공개적으로 거론해 파문을 일으켰던 김미화도 한 통신사와 인터뷰에서 "10여 년을 제가 서고 싶은 무대에 서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앞서 지난 11일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와 국정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 예술계 인사들에 대해 방송 퇴출과 감시 등을 했다"고 밝히며 국정원이 2009년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통해 관리했던 문화예술인 명단을 공개했다.
이명박 정부가 만든 '문화 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사는 문화계 6명, 배우 8명, 방송인 8명, 가수 8명, 영화인 52명 등 총 82명이다.
이들은 대개 방송이나 강연, SNS 등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등 정치·사회 문제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문화 예술계 인물들이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여섯 차례에 걸쳐 블랙리스트 인사들을 퇴출하라고 국정원에 지시했고, 국정원은 이들을 퇴출하기 위해 연예인 기획사 세무조사, 방송사 관계자 인사 조처 유도 등의 방법을 동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