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안보 위기 초당적 대처 환영

기사입력 2017.10.1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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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총재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2013년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백악관 최후의 날’은 북한계 테러리스트들이 한국 국무총리 일행으로 위장해 백악관을 장악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워싱턴이 공습받자 미 대통령과 각료들이 한국에서 온 국무총리 방문단과 함께 지하 벙커로 급히 피신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 등장한 지하 벙커는 백악관 이스트윙(동쪽 건물) 지하에 만들어져 비상사태 때 미 핵심 지휘부가 집결하는 곳이다. 대통령 비상작전센터(PEOC)가 정식 명칭인 이 벙커는 워 룸(War Room)이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 처음 만들어졌는데 핵 공격도 견딜 수 있다. 백악관 웨스트윙(서쪽 건물) 지하엔 최첨단 정보통신 시스템을 갖추고 전 세계 안보 상황을 24시간 점검하는 상황실이 따로 있다.

2011년 5월 오사마 빈 라덴을 미 최정예 특수부대 ‘네이비 씰’이 사살하는 작전을 폈을 때 오바마 대통령 등 미 정부, 군 수뇌부가 이곳에서 긴장한 채 숨직이고 작전을 지켜보는 사진이 화재가 됐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통수권자가 지하벙커를 운용한다. 독일 베를린의 옛 황제 공관 부근 땅속 8.2m에 4m 두께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히틀러의 전시 지휘소가 있었다. 히틀러는 1945년 1월부터 이곳에 은신했다가 패색이 짙어진 4월 29일 애인 에바 브라운과 ‘벙커 결혼식’을 올린 뒤 이튿날 함께 자살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마친 뒤 청와대 지하 벙커로 알려진 NSC(국가안보회의) 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해 브리핑을 받았다. 청와대 지하 벙커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전시 대피 시설로 만들어졌다가 노무현 정부 때 국가 위기 관리 상황실로 개조됐다. 합참과 한미연합사, 육·해·공군 등 군 지휘부와 경찰의 각종 상황 정보가 실시간 집결된다. 오산 중앙방공통제소(MCRC)와도 연결돼 한반도 수백km 반경의 모든 항공기 이착륙 움직임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알 수 있다. 청와대 지하 벙커는 천안함 폭침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이 이어졌던 MB 정부 시절 특히 자주 TV에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기서 글로벌 금융위기 대책회의도 했다. 일각에선 지하 벙커 용도가 안보 이슈 관리에만 집중돼 있는데 대규모 재난관리 등 안보의 영역이 넓어진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권한대행,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5개항의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공동발표문은 한미동맹을 강화해 대북 억재력을 강화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은 용납될 수 없는 만큼 안보 현안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재확인하며, 여야정국정상설협의제를 조속히 구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날 회동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안보 상황이 엄중한데 우리가 주도할 수도 없다”며 국정 협의체를 구성해 안보 문제를 상시협의하자고 제안했다. 만찬 후엔 청와대 ‘지하 벙커’로 안내하고 안보 현황을 직접 브리핑하기도 했다. 잠깐의 만남으로 꼬인 문제가 다 풀릴 수는 없겠지만, 여야 대표가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 이상의 좋은 정치는 없다는 점을 이번 회동은 여실히 보여준다. 모름지기 정치는 상대와의 타협이며, 만남을 통해 이뤄지는 법이다. 지금은 나라 안팎 상황이 매우 어렵다. 소모적 경쟁으로 시간을 보낼 만큼 그렇게 한가한 때가 아니다. 안보 위기는 언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일촉즉발’이다.

국내의 상회이 어려울수록 여야 정치 지도자들은 각자 입장과 공통분모를 확인하면서 거리를 좁혀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회동이 그동안 막힌 부분을 뚫고 여야 간 소통과 협치의 틀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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