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속연장 결정 수용하기 어려워...정치보복 내게서 마침표 찍기를'”

한사람의 믿음이 배신으로...모든 명예와 삶을 잃어
기사입력 2017.10.1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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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월간 참담·비참…재임기간 부정청탁 없었다  
- 모든 책임 내게 묻고 공직자·기업인들엔 관용을” 
- 변호인단 “재판 당위성 못느껴” 전원 사임계 제출

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율즁앙지법으로 구속 연장 후 처음 연린 8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선데이뉴스신문=정연태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은 16일 내년 4월까지 구속기간이 연장된 후 처음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구속 연장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80번째 공판에 출석해 “구속돼서 주 4회씩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들이었다”며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돌아왔고 이로 인해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저는 롯데, SK뿐만 아니라 재임 기간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으며, 재판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오늘은 저에 대한 구속기한이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3일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하지만 검찰이 6개월 동안 수사하고 법원은 6개월 동안 재판을 했는데 다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변호인단은 사임의 의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4분 동안 준비한 원고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간 박 전 대통령은 끝으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혔으면 한다”면서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 모든 책임은 제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기업인과 공직자들에게는 관용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약 10분간 휴정한 뒤 변론이 재개된 법정에서 유 변호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무죄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란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저희 변호인들은 더 이상 본재판부에서 진행하는 향후 재판절차에 관여할 어떤 당위성도 느끼지 못했고 피고인을 위한 어떤 변론도 무용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날 유영하 변호사 등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무죄추정과 불구속 재판이란 형사법 대원칙이 힘없이 무너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변호인들은 더 이상 본 재판부에서 진행하는 향후 재판절차에 관여할 어떤 당위성도 느끼지 못했다”며 전원 사임계를 제출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히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고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임을 강조했다.

한편 유영하 변호사 등 변호인단 7명이 이날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항의성 표시로 전원 사임계를 재판부에 제출한 것과 관련해 재판부는 변호인단 없이는 사실상 재판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만큼 사임 의사를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일단 전원 사임계를 제출한 만큼 17일 예정한 재판은 열지 않고, 사임 의사 재고를 당부한 뒤 일단 다음 재판은 19일에 진행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발언 전문]

구속돼 주 4회씩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 왔고, 이로 인해 저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시던 공직자들과 국가 경제를 위해 노력하시던 기업인들이 피고인으로 전락한 채 재판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하지만 염려해주신 분들께 송구한 마음으로,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마음으로 담담히 견뎌 왔습니다. 사사로운 인연을 위해서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심신의 고통을 인내했습니다.

저는 롯데와 SK뿐만 아니라 재임기간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충분히 밝혀졌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저에 대한 구속 기한이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13일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6개월 동안 수사하고, 법원은 다시 6개월 동안 재판했는데 다시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저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변호인들은 물론 저 역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변호인단은 사임의 의사를 전해왔습니다.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습니다. 더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절 믿고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언젠가 반드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합니다.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습니다. 모든 책임을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들과 기업인들에게는 관용이 있길 바랍니다.

[정연태 기자 balbari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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