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법위기 핵심은 재판 불신

기사입력 2017.10.1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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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총재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가 사법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뜻을 받든 것이다. 환영의 뜻을 표한다. 국회는 이날 무기명투표를 실시해 출석 의원 298명 가운데 찬성 160명, 반대 134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 표차로 가결된 것은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물론이고 보수여당 의원을 조차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 결과로 보인다. 대법원장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의 수장이다.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3000여 법관들의 리더로, 대법관 13명과 함께 최고·최종심 법원인 대법원의 재판도 담당한다. 대법관 제청 및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지명 동의 권한도 갖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이 같은 막중한 임무를 앞으로 6년간 수행하게 됐다. 지금의 사법부는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사법부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위기이다. 김 후보자 앞에는 산적한 과제가 놓여 있다. 김 후보자는 무엇보다 ‘판사 블랙리스트’로 대표되는 세계 최하위 수준인 사법부 신뢰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전관예우를 근절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관료화된 사법행정을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것도 중요하다. 사법부는 법원 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재판하지 않는’ 판사들이 장악했다. 김 후보자는 ‘50대 서울대 출신 남성 법관’ 일색인 사법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제청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세대·성별·직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법원의 구성이 새로이 바뀔 때마다 해당 시기에 대법원 인적 구성의 다양화라는 가치를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 1월 1일 임기가 끝나는 김용덕, 박보영 대법관 후임자 제청부터 그 약속을 실천했으면 한다.

헌법은 다수결이나 합의 논리에 구애받지 말고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라는 임무를 사법부에 맡겼다. 당연히 김 후보자도 약자 및 소수자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 김 후보자의 지명을 놓고 그간 논란이 벌어진 것은 그의 경력·경험 부족과 함께 법원 내 특정 성향 판사 모임 회장을 지내는 등 정치·이념 편향을 띤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법원 내 서클 수장처럼 지냈던 사람이 사법부 대표자로 임명되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그 서클 소속인 한 판사는 법원 게시판에 ‘재판이 곧 정치’라는 글을 올렸다. 같은 서클 소속인 또 다른 판사는 대선 다음 날 ‘지난 6~7개월은 역사에 기록될 자랑스러운 시간들’이라는 글을 썼다.

판사가 아니라 정치인들이다. 김명수 대법원에서 이런 판사들이 득세하면 사법부는 그나마 남아 있는 국민 신뢰마저 잃게 될 것이다. 대통령 임기(5년)와 대법관 임기(6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한 정권이 대법관 임명권을 거의 독점하는 일은 생겨나지 않는다. 이번에도 통상적인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면 5명은 전임 정부가 임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권 경우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가운데 김재형 대법관을 뺀 13명 모두를 임기 내에 임명하게 된다. 대법원은 중요 판결을 통해 사회 가치관의 방향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자면 국민 골고루 가치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사법부는 한 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고 심판 기능의 마비는 사회 혼돈으로 귀결된다. 사법부는 헌법정신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김명수 사법부가 이념 대결을 넘어 법과 양식이 승리하는 정의로운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사법부 독립을 지키는 길이고 사법부 수장이 직을 걸고 지켜야 할 가치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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