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북한의 선군팔경(先軍八景)-②‘다박솔 초소의 설경(雪景)’

기사입력 2017.11.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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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1995년 원단(元旦), 당시 북한의 국방위원장 김정일은 주민들에게 ‘신년사’ 대신 "피눈물 속에 1994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합니다."라는 메모 형식의 글을 보냈습니다. 이날 새벽. 김정일은 ‘금수산 기념궁전’을 참배하고, 가장 먼저 '다박솔 초소’를 방문했습니다. ‘다박솔 초소’는 이때까지만 해도 이름 없는 동해안의 포병부대(해군사령부 소속) 초소에 불과했습니다. 눈길을 헤쳐고 병사들을 만난 그는 “나는 오로지 군을 믿고 나아가겠다.”라는 취지의 담화를 나누었습니다. 이후 사람들은 ‘다박솔 초소 방문’을 본격적인 선군정치의 출발점으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름 없는 동해안의 초소에 불과했던 ‘다박솔 초소’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하는 ‘팔경’ 중 하나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지구촌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선정(選定)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멋지게(?) 이 ‘다박솔 초소’의 경치 중에서 설경(雪景)을 ‘팔경’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북한의 월간지<천리마> 2005년 2월호는 ‘아름다운 조국강산’이라는 연재물에서 "선군8경-다박솔 초소의 설경>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위대한 장군님께서 초소를 찾으셨던 그날의 설경은 참으로 장관이였다. 촘촘히 늘어선 다박솔에 밤새 내려앉은 서리꽃이 아침해빛을 받아 눈부신 빛을 뿌리고있어 참으로 희한한 설경을 이루었습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초소의 절경을 한동안 바라보시다가 이런 곳을 다박솔초소라고 부른다고 말씀하시였다.”(87쪽)라고 적혀 있습니다. 
다박솔초소의 김정일

위 기사는 “그렇다! 다박솔초소의 언덕은 결코 이 땅의 평범한 산길이 아니다. 다박솔초소의 언덕, 그 이름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펼치시는 선군정치와 함께 조국이 알고 인민이 알고 세계가 아는 선군의 산정으로 시대의 절정우에 높이 솟아오르게 된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우리 장군님 다박솔초소를 잊지 못하신다. 다박솔초소의 설경은 가장 엄혹했던 시기의 잊지못할 주체84(1995)년 양력 1월 1일과 함께 우리 군대와 인민의 마음속에 뜨겁게 자리잡은 선군8경의 하나로 영원히 빛나리라.”(87쪽)로 마무리되어 있습니다. 
다박솔 초소

북한의 월간 화보지 <조선> 2005년 2월호도 ‘선군8경’이라는 연재물에서 “다박솔초소의 설경”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을 보면, 김정일이 ‘다박솔초소’를 방문한 다음, 그가 “분계연선의 최전방지휘소와 눈덮인 고지, 파도 사나운 섬초소에 이르기까지 수만리 전선시찰의 길을 쉬임없이 걸으시였다. 이 길에서 그이께서는 인민군대를 혁명과 건설에서 선봉적 역할을 다해나가는 주력군으로, 제일기둥으로 키워 사회주의조국을 지키고 강성대국건설의 새 시대를 열어놓으시였다. 다박솔초소에 펼쳐지는 설경은 위대한 선군령장의 불멸의 자욱과 더불어 선군시대의 절경으로, 선군8경의 하나로 자랑높다.”(13쪽)라고 쓰여 있습니다. 
다박솔 초소

위에서 살펴본 <천리마>와 <조선>을 글을 읽고 나면, ‘선군8경’이 ‘절경(絶景)’이나 선경(仙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옛말에 “여산(廬山) 풍경에 헌 쪽박이라”(도무지 어울리지 않고 당치 않다는 말)고 했는데...어쨌거나 북한은 이 ‘다박솔초소의 설경’을 ‘절경’으로 선전하느라 열심이었습니다. 그 선전 방법 중 하나가 문학작품 창작입니다. ‘다박솔’이 뭔지도 모를 것 같은 어린이가 <다박솔 초소야>라는 시(詩)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수많은 ‘다박솔 초소’를 소재로 한 작품 중 하나인 <다박솔의 눈송이>(<조선문학>주체94(2005)년 제1호, 6쪽)입니다. 

다박솔 초소“눈송이 흰 눈송이/ 다박솔 솔잎에 흰 눈송이/ 조용히 깃드는 이 마음에/ 가득히 고여라 뜨거움이/ 이제는 그때로 부터 머나 멀리/ 세월은 흘렀어도/ 그 엄혹하던 력사의 그날을 못잊어/ 그날처럼 고요한 눈송이 흰눈송이/ 여기 그 어디에 서도 들려오는 듯 싶다/ 수령님의 한생어린 붉은기/ 장군님 마음속에 안으시고/ 여기에 먼저 찍으시던/ 그 발자국 소리가 다른 길은 우리에게 없기에/ 딴 목숨도 우리에게 없기에/ 설의 첫 인사도 병사들과 나누시며/ 스스럼없이 포가에 손을 얹으시고/ 하시던 그 말씀이/ 하늘가 저 멀리/ 그날에 말없이 바라보시던/ 장군님 뜨거우신 그 마음/ 지금도 그 가슴에 뜨거워/ 흰눈이 어찌 무겁다 하랴/ 흰눈이 어찌 뜨겁다 하랴/ 너는 그날에 벌써 오늘을 안았거니/ 너보다 뜨겁고 무거운것 있으랴/ 자랑스런 오늘의 선군이 시작된 못잊을/ 그날을 새기고 또 새기는/ 이 마음에 불탄다/ 그날의 붉은기런 듯/ 붉은 노을이 비껴간다 하늘땅에/ 눈송이 붉은 눈송이/ 다박솔 솔잎에 붉은 눈송이/ 준엄하던 지나간 그날을 되새겨주는/ 붉은 눈송이 붉은 눈송이”

 

본(本) [청로 이용웅 칼럼]북한의 선군팔경(先軍八景)-②‘다박솔 초소의 설경(雪景)’에는 사진 4장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이 중 김정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북한의 월간 <KOREA> 2005년 1월호 기사 “On the road of sungun Leadership Into an Invincible Army”의 사진 [사진 설명 : The leader Kim Jong Il gives on-the-spot guidance at the Tabaksol post 0n January 1, Juche 84(1995)]입니다. 그런데 ‘선군팔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오늘의 수장(首長)이 이 사진을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나마 문학예술에 애정을 가졌던 김정일을 떠올리게 하는 ‘다박솔 초소의 설경’입니다. 김정은이 2018년 원단(元旦)에 ‘선군정치’의 요람(搖籃)을 찾지 않는다면? 북한의 선군정치는 ‘빛 좋은 개살구’?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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