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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중국은 정부보다 공산당이 우선하는 나라다. 설사 정부가 망하더라도 공산당만 살아남으면 된다고 본다. 그래서 공산당 당헌인 당장을 헌법보다 위로 본다.
올해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최대 화제는 ‘시진핑 사상’이 당장에 삽입된 일이다. 이를 두고 세계 언론은 “시진핑 주석이 마오쩌둥 반열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중국 공산당 이념 체계에선 ‘주의’를 최상급으로 친다. 그 뒤로 사상-이론-관 순으로 서열이 있다. 현재 당장에 나열된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 중요 사상’, ‘과학 발전관’의 명칭과 순서는 이런 기준으로 정해진 것이다. 이 도식에 따라 시진핑 이름에 ‘사상’이 들어갔으니 그의 권력과 위상이 마오쩌둥과 동급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100% 옳은 것도 아니다.
‘시진핑 사상’의 정식 명칭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이다. 이름이 길다는 것은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는 뜻이다. 서방에선 이를 ‘시진핑 사상’이라 줄여 부르지만, 중국에선 어떤 공식 문건도 이렇게만 쓰지는 않는다.
‘시진핑 외교사상’처럼 ‘시진핑’과 ‘사상’ 사이에 특정 분야를 넣어 사용한다. ‘마오쩌둥 사상’과는 달리 ‘시진핑 사상’이라고 공식 명명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장쩌민의 ‘3개 대표 사상’도 ‘사상’이란 이름이 들어갔으면 마오쩌둥과 동급이 돼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사상’이란 단어 하나로만 권력의 힘을 단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많은 중국인은 시진핑의 위치가 신중국을 세운 마오나 개혁·개방을 총설계한 덩과 비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본다.
그럼에도 ‘시진핑’ 이름 석 자가 ‘사상’이란 왕관을 쓸 정도가 된 데는 그가 지난 5년간 반부패 숙청으로 쌓은 권력의 힘이 크다. 견제 세력이 시진핑의 눈치를 보느라 그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는 얘기다. 거기에 2050년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강국 완성’을 이루자는 목표설정도 국민적 공감도 얻었다. ‘선부(누군가 먼저 부자가 되자)’에서 ‘공부(함께 잘 살자)’로 가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한국이 ‘시진핑 사상’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떨쳐 일어나 해야 할 일을 하겠다.(분발유위)”는 공세적 중국 전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다. 시진핑 새 시대는 국제질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번 당대회에서 대국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 주석은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어떤 나라도 중국이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일본과의 영토분쟁 등 국제현안에서 미국과의 패권 다툼이 더욱 첨예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중국은 주변국과의 경쟁과 갈등이 협력의 당위성을 경시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정세에 대한 안정적 상황 관리 노력도 중국의 책무다.
지금 동북아는 북핵·미사일 위협과 미국의 강경 대응이 거듭되면서 위기에 빠져 있다. 만일 중국이 책무를 외면한 채 전략적 이익만 추구한다면 한반도 위기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동북아 안정을 원하는 중국에도 불이익으로 작용할 것이다. 시진핑 2기 체제의 중국은 세계 최강국 추구에 앞서 그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자국의 이익 외에 주변국의 이익을 고려하는 공정한 자세가 필요하다. “타국의 이익을 희생해 발전하지는 않겠지만, 동시에 우리의 정당한 권리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시 주석의 말대로 행동하면 된다. 힘을 내세워 주변국을 위협한다면 강대국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존경받는 지도국가는 될 수 없다. 한·중관계도 마찬가지다. 미국과의 갈등 사인인 사드를 빌미로 한국을 압박하는 행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한국 접근 자세를 바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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