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권력은 없다

기사입력 2009.06.1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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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휘청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성폭력 사건 이후 조직내부는 계파 갈등에 휩싸였다. 산하 조직들은 상부 지침에 반발해 줄줄이 독자노선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 발간된 ‘민주노총 충격 보고서’라는 책은 이 조직이 오늘날 위기에 처한 이유를 잘 말해준다. 민주노총 탄생의 산파역을 했던 저자(고 권용복 뉴라이트신노동연합 상임대표)는 이 책에서 노동자 권익보호라는 미명에 가려진 민주노총 지도부의 비리를 폭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 재정위 간부들은 공금 5억2000만원을 횡령해 주식투자를 했다. 고위 간부를 지낸 모씨는 2001년 이후 4년간 택시운송조합 간부들로부터 8000만원의 뇌물을 받아 개인 빚을 갚았다.

2001년 9월부터 3년이상 민노총 핵심인 현대자동차노조 전.현직 간부 20명은 38명을 취업시키고 7억8000만원을 받아 골프, 해외여행, 부동산투자 등에 썼다. 이 밖에도 납품업체에 뇌물과 성접대요구, 일는 안 하고 특권층처럼 행세하는 노조전임자 횡포 등 충격적인 내용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민노총의 맨얼굴은 이미 노조가 아니라 ‘노동권력자들’을 위한 부패집단에 가깝다. 민노총은 핵심 간부의 여성조합원 성폭행 파문과 비현실적 강성 투쟁 등에 대한 비판을 수습하기 위해 12일 ‘코드’가 맞는 정당 및 외부단체와 함께 이른바 혁신대회를 연다고 한다. 하지만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끼리 모여 얼마나 본질적인 개혁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노총이 왜 이 꼴이 됐는지 설명해주는 일이 벌어졌다.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소속 현대차지부 아산공장위원회의 위원장 등 집행부 11명이 사퇴한 것이다. 현대차노조는 1월 19일 울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아산공장 노조지부장을 지냈던 사람을 제명시켰다. 사기도박에 연루됐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전 지부장 제명을 주도했던 아산공장 노조 사람들이 울산의 여관에서 도박을 한 사실이 드러나 집행부 사퇴로 이어진 것이다. 제명된 전 지부장은 현대차노조 내 ‘범민투’. 제명을 주도한 아산공장 노조 집행부는 현대차노조 주류 ‘민투위’ 계열이다.

민투위 대의원들의 여관 도박은 범민투가 폭로했다. 도박 파문에 계파 투쟁이 얽혀 있는 것이다. 현대차노조엔 민투위, 범민투 말고도 민노회, 민혁투, 민주현장 등 10여개 파벌이 있다. 파벌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노조 권력이 그만큼 달콤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노조가 4만 조합원에게 걷는 조합비가 한 해 102억원이다. 이 중 46억원은 상급단체 금속노조에 맹비로 흘러들어 간다. 기아차노조에선 연 31억원의 맹비 납부를 거부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금속노조는 220개 지부에 조합원이 16만명이다. 민노총은 금속노조 같은 연맹조직 15곳과 지역 본부 16곳을 거느리고 있고 조합원이 65만명이다.

권 씨 보고서를 보면 현대차노조엔 전임자 90명, 임시 상근자 124명, 대의원이 520명에 이른다. 권 씨는 ‘대의원에 당선되면 그날부터 일은 안 하고 감독자처럼 현장을 어슬렁거리며 특권층 행세를 한다’고 썼다. 100억대 예산과 730명이 놀고 먹는 자리가 있으니 그걸 둘러싼 파벌 싸움이 치열한 것이다.

권 씨는 “민노총 간부들은 안전화, 작업복 같은 사업장 물품을 입찰하거나 검수할 때 업체로부터 상납받는 게 관행이다. 협력업체 사무실을 방문해 뒷돈을 받는다”고 노조 권력의 구린 뒷모습을 폭로했다.

시대착오적 이념과 전투적 노동운동에 집착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썩을 대로 썩은 민노총을 이대로 두고는 일자리 창출도 국가경쟁력 강화도 국가 선진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권력의 말로는 비참하다’
[나경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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