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위기 슬기롭게 대처하자

기사입력 2017.12.1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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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총재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북한 김정은을 ‘병든 강아지’라고 불렀다. 지난 달 29일 북한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한 후다.
 
‘병든 강아지’는 병들어 자기 토사물을 먹는 강아지를 이른다. ‘미친 개’는 힘이라도 좋지, 병든 강아지는 비실비실하기까지 하니 받아들이기에 따라서는 더 경멸적일 수도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향해 ‘미치광이’ 라는 말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그러다가 성에 안 찼는지 깔보는 식의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게 올해 9월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의 ‘미사일 쏘아대는 꼬마’다. 이번에 나온 ‘병든 강아지’의 같은 계열이다.

트럼프는 그러다가도 김정은이 다소 고분고분해지는 것 같으면 ‘꽤 영리한 녀석’이라는 식으로 치켜세워 주기도 했다. 김정은은 트럼프의 ‘미사일 쏘아대는 꼬마’에 ‘망령든 노인’이란 말로 반격했다. 김정은이 정확히 어떤 한국말을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고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그 말을 ‘dotard’로 번역해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어버이연합 시위대를 지칭하기 위해서도 그 말을 썼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오지’국가라고 부른 북한 덕분에 많은 미국인이 뜻밖에 ‘dotard’란 고색창연한 단어를 알게 됐다. 김일성대 영문학과 출신 탈북자로부터 북한의 영문학과는 몽골 해군과 비슷하다는 재밌는 비유를 들은 적이 있다. 몽골은 바다가 없어 해군은 실전 훈련을 할 수 없다. 북한 대학의 영문학과 학생들도 주로 책을 통해 영어를 배울 뿐 실제 쓰이는 영어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세익스피어나 초서의 글에나 나오는 단어를 실생활에 쓰는 영어처럼 썼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대북원유공급 중단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런 고강도 압박이 북핵 개발 저지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계적으로 제재 가짓수를 늘리고 강도를 높인들 효과를 거둘 수 없다. 대북 원유 공급 중단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북한 정권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원유공급 중단이 가장 현실적인 압박 수단인 것은 맞다. 하지만 북한 체제를 바탕으로 모는 것을 원하지 않는 중국이 이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설령 중국이 원유공급을 전면 중단한다 하더라도 북한이 원유수입선을 러시아로 돌리는 길도 있다. 북한 주민에게 인도주의적 재앙을 안겨줄 수도 있다. 지금은 효과가 불분명한 대북 접근을 놓고 시시비비할 시간이 없다. 미국은 북한의 해상 운송 통로를 끊기 위한 새로운 자원의 해상 차단도 예고했다. 무역 해상봉쇄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해상봉쇄는 자발적 이행에 의존하는 소극적 제재와 달리 적극적 행동으로 대상국을 질식시켜 백기를 들게 만들 수 있다.

더욱이 아무리 북한 해상을 철저히 봉쇄해도 대북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육상 운송로를 활짝 열어놓은 상태에선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다. 김정은이 ICBM 도발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상 앞으로 핵·미사일 실험은 자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설정한 목표를 달성한 만큼 대대적인 평화공세를 펼 공산도 크다. 그런 만큼 지금은 북한을 달랠 때라고 중국은 판단할지 모른다. 하지만 기세등등한 김정은은 ‘핵보유국 지위’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 게 뻔하다.

그러면서 또 다른 도발, 특히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둔 한국에 대한 국지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북한은 더욱 무모해질 뿐이다. 누가 북한을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만들었는가!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단 며칠만이라도 잠갔다면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진 않았을 것이다. 중국은 방조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초치소한의 책무를 해야 한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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