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비트코인 광풍

기사입력 2018.01.03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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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총재 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칭찬합시다운동본부[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프랑스 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 ‘고리오 영감’은 1830년 7월 혁명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릴 줄 알았다가 구질서로 회귀하며 상실감이 커진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 억압의 시대, 최고 가치는 돈이었고 발자크 역시 돈 때문에 글을 썼다. 소설 속 고리오 영감이나 라스티냐크는 각기 다른 이유로 돈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초기 자본주의 시대의 군상을 대변하는 인물들이다. 시대의 변곡 점에서 나타난 금전지상주의는 광기의 속성이 있다.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불기 시작한 가상화폐 ‘비트코인’ 열기는 180여년 전 프랑스 발자크가 보여준 돈 집착증만큼이나 뜨겁고, 그래서 위험해 보인다. 원래는 컴퓨터로 복잡한 연산을 풀며 채굴하는 방식 이었지만 지금은 웃돈을 붙인 거래가 폭증세다. 프랑스 중앙은행 빌루아드 갈로 총재가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기자산”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프랑스 금융시장청 로베르 오 펠레 장관은 “이게 만약 화폐라면 극악의 화폐”라고 비판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걱정이 태산 같은 쪽은 프랑스인데 정작 가격이 폭등하는 곳은 한국이다.
 
비트코인 1개당 장중 가격은 최고 2400만원을 넘었다. 한국인들이 새로운 투자에 특히 환호하고, 돈을 번 사람을 그대로 따라가는 경향도 유난하기 때문일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 광풍 속 한국을 핵폭탄이 떨어지는 지점을 뜻하는 ‘그라운드 제로’에 빚댔다.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인데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5분의 1이 원화 결제다. 체급보다 과한 핀치를 휘두르다가 제 풀에 쓰러지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1630년에 네덜란드에서 튤립 한 뿌리 가격이 집 한 채 값에 이르렀던 튤립 광풍과 비트코인은 본질적으로 같다. 투자 대상의 본질적 가치가 거의 없다는 것. 누군가 더 비싼 값을 지불할 때까지만 거래가 이어지는 폭탄 돌리기 등등. 한 가지 비트코인은 혹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결제수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다는 점이다. 이것 때문에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주요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긴급 대책을 내놨다.
 
정부차원의 태스크포스를 꾸린 지 열흘 만에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열고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것은 가상화폐 거래시장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을 만큼 혼탁해졌다는 위기감의 방증일 것이다. 이번 대책의 주 내용은 고교생 이하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계좌개설 및 거래 금지, 금융기관의 가상 통화 보유·매입 금지, 가상통화 거래소 운영 시 고객자산의 별도 예치 및 설명의무 이행 등이다. 여기에 가상통화 관련 범죄에 대한 엄정 단속 방침도 포함시켰다.

당초 거론됐던 가상화폐 거래 금지 방안 등은 제외됐다. 앞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가상계좌 발급중단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의 대책으로 ‘투전판’이 된 가상화폐 거래 열풍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 오판이다. 대책이 나온 뒤 가상화폐 관련 인터넷카페에는 “규제가 아니라 사실상 합법화”라는 식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정부 대책 발표 전 약세를 보이던 가상화폐 가격은 발표 이후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가상화폐는 하루 24시간 거래되면서 단 몇 시간 사이에도 수십%씩 오르내리면서 수많은 좀비족을 양산하고 있다. 세계의 유력 언론들은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를 ‘그라운드 제로(핵폭탄이 터지는 지점)’라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가상화폐의 거품이 꺼졌을 때 뒤늦게 뛰어든 수많은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은 뻔하다.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거래를 금융거래로 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대책을 내놓는 게 옳다. 임시방편 수준의 설익은 대책으로는 광풍을 막을 수 없다. 이런 속도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벌어질 문제에 도저히 대응할 수 없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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