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판사 인신공격 법치 국가인가

기사입력 2018.03.0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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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현직 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준 항소심 판경르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이재용 판결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는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법관이 다른 법관의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는 것은 금기처럼 되어 있다.

 

김 부장판사는 2014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선거법 위반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를 향해 ‘지록위마(사슴을 가리켜 말이라함)’라 비판했다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재판과 관련해 “판경 유착이 돼 버렸다”며 “궤변으로 재벌 편을 든 판결”이라고 했다. 안민석 의원은 “재판정을 향해 침을 뱉고 싶었다”고 했다.

 

 정청래 전 의원은 “법복을 벗고 식칼을 들어라”고 했다. 재판장인 정형석 판사가 야권 정치인들과 친·인척이어서 이런 판결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고 상복같은 것을 입고 나온 의원도 있었다. 재판 결과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법리적 견해 차이여야 한다. 민주당의 판사 비난은 원색적인 막말뿐이다. 정치권에 양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너무 도가 지나치다. 법정 소란과 다를 것이 뭐냐는 생각이 든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의 자세가 아니다. 인터넷상의 재판부 공격도 도를 넘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재판장 파면’ 클릭이 18만건을 넘어섰다. 재판장 가족 계좌 추적, 특별 감사 주장도 있다. 한 법원 직원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석궁 만드는 법 아시는 분’이라는 제목으로 ‘진심 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이런 사람이 법원에서 일하고 있다. 이 사람이 있을 곳은 시위 단체이지 법원이 아니다. 재판부는 판결 후 여권과 인터넷에서 어떤 공격이 있을지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정 판사는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결정은 실형을 유지하는 것이었지만, 고민 끝에 사건의 성격을 고려해 석방을 결정했다”고 했다. 정 판사도 쉬운 길을 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법리가 가리키는 길로 갔다.

 

이 사건은 특검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더 큰 죄를 가하기 위해 이 부회장을 희생으로 이용한 것이란 견해가 많았다. 법률과 양심이라면 이 무리한 수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이다.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하는 판사가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이미 독립된 재판이라고 할 수 없다.

 

특검의 수사와 기소가 여론의 영향을 받았고 따라서 특검기소 내용의 대부분을 기각한 판결에 비판적인 여론이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판결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넘어 판사들을 향한 정신적 린치에 가까운 집단 인신공격은 재판의 독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여당의 대표적인 인사들이 앞장서 분노 운운하고 억측을 늘어놓는 것도 무책임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원내대표회의에서 “사법부를 존중하는 마음에 앞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법사위원장을 지낸 박영선 의원은 삼성과 법관의 유착인 ‘삼법유착’이라고 부르며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 부회장 1심 판결이 나올 때쯤 서울고법에 형사 13부를 신설해 사건을 배당했다”는 황당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우상호 의원은 “법원에 정경유착 근절 의지가 없다”며 비난했다.

 

법원 판결도 비판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입법부나 행정부의 판결에 대한 비판은 삼권분립 원칙의 훼손이 될 수 있다. 재판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 못지않게 여론으로부터 독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한 환경을 만들 책임은 누구보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있다. 지금은 법원이 대응을 자제할 때가 아니다. 김 대법원장이 나서서 외부의 재판 독립 침해 형태에 단호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야 할 바로 그 시점이다. 사법 제도 자체의 위기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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