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되돌아 본 2000년의 남북(북남) 정상회담(최고위급회담)

기사입력 2018.03.1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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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공동선언> 조국의 평화적 통일(평화적통일)을 염(념)원하는 온 겨레의 숭고한 뜻에 따라 대한민국 김대중 대통령(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국방위원장)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대한민국 김대중대통령)은 2000년 6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평양에서 역(력)사적인 상봉을 하였으며 정상회담(최고위급회담)을 가졌다.(가지였다.) 남북 정상(북남수뇌)들은 분단 역사상(분단력사상) 처음으로 열린 이번 상봉과 회담이 서로 이(리)해를 증진시키고 남북(북남)관계를 발전시키며 평화통일을 실현하는데(하는데서) 중대한(사변적인)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남(북)과 북(남)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 // 2.남(북)과 북(남)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북측의 낮은 단계의 련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남측의 련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 3.남(북)과 북(남)은 올해 8․15에 즈음하여 흩어진(흩어 진) 가족, 친척 방문단(친척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장기수 문제(비전향장기수문제)를 해결하는 등 인도적 문제(인도적문제)를 조속히 풀어 나가기로 하였다. // 4.남(북)과 북(남)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 // 5.남(북)과 북(남)은 이상과 같은 합의사항을 조속히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빠른 시일 안에 당국 사이의(당국사이의) 대화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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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남북정상회담-두 정상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께서) 서울을 방문하도록(하시도록) 정중히 초청하였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김정일국방위원장께서는)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2000년 6월 15일

대 한 민 국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 통 령 국 방 위 원 장

김대중   김정일

 

위 ‘공동선언’은 <이제 첫걸음입니다>(대한민국 국정홍보처)와 북한<로동신문>(2000년 6월 15일자)에 게재된 선언문을 하나로 합친 것입니다. ( )안의 것은 북한의 선언문으로 띄어쓰기 등을 원문 그대로 수록했습니다.

 

<남북(북남)공동선언>이 발표되자,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찬사를 보냈다. 열강의 수장들과 유수(有數)한 세계 언론들이 희망 찬 말글들을 쏟아냈습니다. 그 많은 말글들 중에서 하나를 살펴봅니다. ‘프랑스 제1의 신문’이라고 자처하는 <르 몽드(Le Monde)>(2000년 6월 18․19일 14면)는 “한국의 염원”이라는 기사에서 아시아의 냉전 종식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두 정상의 만남은 ‘역사적인 사건(un événement historique)'이라고 기술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에 있었던 두 정상의 만남은 역사적 사건이며, 최근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었던 한반도 안에서 전쟁 반세기 뒤에 성사된 것이다. 6월 15일 목요일 양국간에 체결된 협약은 몇 개의 중요한 원칙들, 즉 《자주적으로 통일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한다》, 종전(終戰) 후 야기된 이산가족문제와 인도적 문제들을 《조속히 풀어 나가기로 한다》 등에 그쳤다. 하지만 두 수장(首長)이 통일 전망을 얼굴을 맞대고 서로 상의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불만을 표시해서는 안될 중대한 사건(un évenement majeur)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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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남북정상회담 북한 기념우표

 

 그런데 선언문에는 ‘분단의 아픔’도 내재되어 있습니다. 분단 반세기 동안에 한글이 그 모습을 달리하는 아픔이 담겨져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1948년 1월 기존의 ‘조선어학회 언어규범’을 비판하면서 “조선어 신철자법”을 공포했고, 1966년에는 “종래의 표준어를 문화어라 부르고 언어발달의 중심지를 그들의 수도 평양으로 정하였다”(고영근,<북한의 언어문화>, 서울대학교출판부,116쪽)고 했습니다.

 

다행히 1987년에 공포한 <조선말규범집>이 “조선어 신철자법”과 비교해 볼 때 이질적 측면이 상당히 해소되었다고 하지만, ‘중대한(사변적인)’이라는 어휘가 주는 의미는 큽니다.<조선말 사전>을 보면 “중대하다(重大~) ①중요하고 크다(…)∥중대한 기사, 중대한 발언, 중대한 방송, 중대한 실책”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말 사전>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사변(事變)’은 뉘앙스가 다릅니다.

 

남한의 ‘사변’은 “①천재나 그 밖의 큰 변고 ②나라의 중대한 변사. 경찰력으로 막을 수 없는 난리 ③한 나라가 상대국에 선전 포고도 없이 무력을 쓰는 일”이고, 북한의 ‘사변’은 “①변스러운 사건 ②비상한 사건 D 중대한 일 / 전후 농촌 경제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으로 되는 것은 농업협동화 운동이 단시일 내에 성과적으로 완수된 사실이다. / 임진 조국 전쟁은 우리 나라 봉건 사회 발전에서 하나의 분수령을 이루는 력사적 ~이였다”이다. 다른 점은 ‘D 중대한 일’입니다.

 

여기서 ‘D’는 ‘의미 뉴안스 주석 앞에’ 붙이는 ‘부호’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변적인’은 ‘중대한’입니다. 하지만 ‘중대한’은 공히 쓰이는 낱말인데 구태여 ‘사변적인’을 사용한 것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일러 두기’에서 ‘각종 부호’를 설명하면서 프랑스어인 ‘뉴안스(우리말 사전 ; 뉘앙스)’란 단어를 쓴 것도 더 더욱 모를 일입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박재규 통일부장관과 김정일.jpg
2000년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박재규 통일부장관과 김정일

 

  ‘거동궤 서동문(車同軌 書同文)’ 등은 남․북한 사전에서 의미가 같습니다. 그 낱말은 ‘각 지방의 수레는 넓이를 같이 하고, 글은 글자를 같이 쓴다’는 말로 ‘천하가 통일됨’을 이르는 말입니다. 이 같은 한글의 분화현상은 국가체제와 이데올로기의 차이에서 빚어진 결과이지만, ‘하나됨’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남북공동선언’에 쓰인 언어들만이라도 하나가 되었다면 선언문에 담긴 역사적 의의는 매우 컸을 것입니다. 이번 4월 남북정상회담의 공동선언문은 하나이기를 소망합니다.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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