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2018 책의 해’에 고서점(古書店)에서 본 <판문점(板門店)>

기사입력 2018.04.0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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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지난 3월 22일 서울 종로구 출판문화회관에서 ‘2018 책의 해 출범식’이 열렸습니다. 이날 출범식에서 공개한 표어 ‘함께 읽는 2018 책의 해-무슨 책 읽어?'는 책과 멀어진 독자들이 함께 읽는 재미로 책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소통을 확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무슨 책 읽어?'는 온라인상에서 쉽게 퍼지고 찾을 수 있도록 해시태그(#)를 활용해 디자인했다는데, 먼저 온라인에서 ’책의 해‘ 분위기를 띄운다고 합니다. 시민들이 책과 관련된 영상을 직접 제작해 올리는 ‘나도 북 튜버(book+Youtuber)’, 4월 한 달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변에 “무슨 책 읽어?”라고 묻는 릴레이 태그를 다는 등의 미션을 수행하면 선물을 주는 ‘위드 북’ 캠페인을 실행한다고 합니다.

 

북 튜버 뿐 아니라, 북 트럭, 북 캠핑…‘책의 해’인 2018년 내내 책읽기 본능을 자극할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점이 없어 책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도 책읽기 바람을 불러올 이벤트들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출판사, 서점, 도서관 등 책 생태계 전반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하는 ‘책 생태계 포럼'도 매달 한차례씩 개최된다고 합니다. ’자랑스런 선진국 대한민국‘입니다. 모두가 책 속에 파묻힐 2018년의 대한민국? ’책의 해‘ 행사들이 아주 훌륭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왠 ’SNS‘ 타령? ’책만 읽는 시대는 갔다.“고 하지만...“빛 좋은 개살구”는 “겉만 번지르르하고 그에 맞는 알찬 내용이나 실속이 없음을 이르는 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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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림출판사의 板門店(韓國民族分斷の現場)

 

책(冊)!! ”그 속에는 인류가 수천년 동안을 두고 쌓아 온 사색과 체험과 연구와 관찰의 기록이 백화점 점두(店頭)와 같이 전시되어 있다. 이 이상의 성관(盛觀), 이 이상의 보고(寶庫), 이 이상의 교사가 어디 있는가. 책만 펴 놓으면 우리는 수천년 전의 대 천재와도 흉금을 터 놓고 마음대로 토론할 수 있으며 육해 수만리를 격한 곳에 있는 대학자의 학설도 여비도 학비도 들일 일 없이 집에 앉은 채로 자유로 듣고 배울 수 있다.”(유진오/독서법)

 

비록 역사(歷史)가 “직업 ; 문학가, 법학자, 교육자, 정치가,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한 유진오(兪鎭午)님의 말이지만 소개해 봅니다. 원시 문명이 가장 먼저 발달했던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기원전 300년경부터 찰흙 책을, 이집트와 지중해 지역에서는 파피루스로 두루마리 책을 만들었고...우리 선조들은 1234년(고려 고종 21년)에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하여<고금상정예문>을 인쇄했습니다. 그러니 그동안 ‘책’에 대한 말들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책은 동서고금에 걸친 지식의 보고(寶庫)! 연간 수십만 권에 이르는 새 책들이 출판되고 있습니다. 그 책들은 서점(書店) 등을 거쳐 고서점(古書店), 헌 책방으로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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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센느강 강변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프랑스 파리의 센느(Seine)강 강변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가 처음 문을 연 것은 1919년 12월 어느 추운 겨울, 선교사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로 이주한 실비아 비치에 의해서 였습니다. 그녀는 파리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문학에 대한 불타는 열정으로 오데옹(Odéon) 가(街)에 서점을 차리게 되는데, 이 서점은 에즈라 파운드, 제임스 조이스, 헤밍웨이 등 당대 최고의 작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특히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 초판본을 출간한 곳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을 애서가(愛書家)라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문학의 박물관이자 휴머니즘의 성지라고 합니다. 필자가 프랑스 파리7대학교(université PARIS DIDEROT)에 교환교수로 가 있을 때, 자주 찾던 곳은 이 서점을 비롯한 강변의 헌 책방들과 파리 시내에 있는 도서관이자 미술관인 퐁피두센터(Centre Georges Pompidou)였습니다. 거의 매일 찾은 센터는 프랑스 문화를 깊게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고, 강변의 책방들은 삶을 재조명해 볼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도 서울대 부근 헌 책방을 자주 찾습니다.

 

최근 그 책방(흙 서점)에서 헌 책 한권을 발견했습니다. <板門店>(韓國民族分斷の現場)입니다.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판문점’이라서 눈에 띄었습니다. 133매의 사진이 수록된 이 사진첩(저자 웨인 커크브라이드/Wayne A. Kirkbride)의 부제(副題)는 “板門店への道/ 판문점으로 가는 길”이고, 발행처는 한림출판사, 1986년 재판 발행, 차례는 ‘A.판문점에 이르는 길. B.역사적 배경. C.판문점 도끼만행사건’, 글은 일본어와 한글로 되어 있습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부근의 고서점 [흙서점].jpg
서울 관악구 서울대 부근의 고서점 [흙서점]

 

1980년대에 발행된 책이지만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출판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출판사를 검색했는데, “창립 55주년 기념 특별 브랜드전. 1963년부터 책과 함께 해 온 한림출판사!”라고. 명멸(明滅)해 온 출판사들 속에서 명맥을 유지해온 ‘한림’의 하순영 기획편집차장님은 <板門店>이 영문판과 일본어판 2권이라고 했습니다. 어쨌거나 이 책들은 2018년 새로 태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8 책의 해' 주요 사업 계획을 보면 아주 대단한데, 이런 책에는 관심이 없겠죠!!!

 

최근 서점 '반디앤루니스'를 운영하는 서울문고가 영풍문고가 속해 있는 영풍그룹 계열사로 포함되면서 국내 오프라인 서점 시장이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의 양강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가하면 서울 지하철 잠실역에는 공식적으로 새 책과 헌 책을 함께 파는 대형 책방 ‘알라딘’이 성업 중입니다.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는 주무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인데, 시인이라서 ‘알라딘’을 〈천일야화 The Thousand and One Nights〉에서 가장 알려진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으로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관민(官民) 합동’! 참 좋습니다! 어쨌거나 '2018 책의 해‘가 정말 국민들이 좀 더 책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생색내기에 급급한 ’관민 합동‘이 안 되기를 빌어 봅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원정 때 <일리아드>를 귀중한 상자에 넣어 가지고 다녔다는 것은 하나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기록된 말은 유물 중에서도 가장 귀중한 유물이다. 그것은 다른 예술품보다도 더 우리에게 친밀한 것인 동시에 더 보편적인 것이다. 그것은 인생 자체와 가장 가까운 예술품이다. 그것은 어느 언어로나 번역될 수가 있고 읽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명의 입김 자체로 조각될 수도 있다.”(H.D.소로우/ 숲 속의 생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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