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북한 “쐑소리” <심청가>, 창극 <춘향전>과 ‘<피바다>식 가극’

기사입력 2018.05.0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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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2015년 재형상된 춘향전의 무대 [사진-조선신보].png
북한 2015년 재형상된 춘향전의 무대 [사진-조선신보]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판소리 음조와 발성법의 기본이 여유롭고 긴 시조의 음조와 탁성(쐑소리)이었으므로 그것은 아름답고 유순하고 우아한 우리 민족의 고유한 노래 음조와 자연스러운 발성법에 맞지 않는다. ⪡판소리는 남녀 성부가 갈라져있지 않고 쐑소리를 내기 때문에 우리 시대 인민들의 사상 감정과 비위에 맞지 않습니다.⪢(<김정일선집> 2권, 59페지). 지난날 판소리가수들은 쐑소리를 내는 것을 마치도 자기들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특질로 간주하면서 탁성을 창의 기본으로 삼았다. 그러나 탁성은 가수들의 발성에서 남녀 성부가 구별되지 않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목소리마저 상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판소리는 우리의 민족성악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민족악기의 음색에서 탁성이 나게 한데도 적지 않은 작용을 하였다.”(<조선의 민속전통 6> 민족음악과 무용, 202쪽)

 

“심청가는 부모에 대한 효성을 반영한 민간설화에 토대하여 18세기 초중엽에 창작되 판소리 대본으로서 봉건시대 우리 인민의 아름다운 정신도덕적 풍모, 행복에 대한 소박한 념원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의 기본 줄거리는 심봉사의 딸 심청이 소경으로 된 자기 아버지의 눈을 띄우기 위하여 쌀 300섬에 몸을 팍고 물에 빠져죽었다가 다시 인간세상에 태여나 행복을 누리는 것으로 엮어져있다...

 

⪡심청가⪢는 당대 인민들의 비극적 운명을 왕의 ‘선정’에 의하여 구원되는 것으로 묘사하여 놓은 제한성을 가지고 있으나 인민의 아름다운 정신도덕적 풍모, 행복한 생활에 대한 동경을 보여주면서 불합리한 봉건사회의 현실생활을 폭로한 것으로 하여 당시로서는 진보적인 작품이였다.”(위의 책, 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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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선집 표지.

 

위 <조선의 민속전통 6>의 글을 요약하면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가 ‘쐑소리’, 즉 탁성(濁聲)을 싫어해서 판소리를 없애버렸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 없으니까 ‘민족음악의 계승발전’이라는 미명(美名) 아래 망발(妄發)을 한 것입니다. 판소리에는 “현대적 미감과 시대적 요구”에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심청가>가 “인민의 아름다운 정신도덕적 풍모, 행복한 생활에 대한 동경”을 보여주었다고 하면서도, 두 부자(父子)가 개인적으로 탁성이 싫어한다고 판소리를 싹슬이한 것입니다. 더 구체적인 이유는 <김정일선집>에 있습니다.

 

<조선대백과사전(4)>은 <김정일선집>을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의 불후의 고전적로작들을 수록한 혁명과 건설의 대백과전서적인 총서. 위대한 장군님의 탄생 50돐을 맞으며 1992년 1월에 조선로동당출판사에서 제1권(국판, 494페지)을 발행하였고 1993년 1월에 제2권(국판, 490페지)을 발행하였다.

 

앞으로 련속 발행되게 된다. <김정일선집> 제1권에는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1964년 4월부터 1969년 9월까지의 기간에 하신 력사적인 연설과 담화 등 46건의 고전적로작들이 수록되여있으며 제2권에는 1970년부터 1972년까지의 기간에 발표하신 29건의 고전적 로작들이 들어있다.(…)”(192쪽)고 적고 있습니다.

 

‘제2권’의 “민족문화유산을 옳은 관점과 립장을 가지고 바로 평가 처리할데 대하여”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일군들과 한 담화. 1970년3월 4일.”입니다. 여기서 김정일은 가령 창극 <춘향전>을 가극무대에 옮긴다면 “지난날 판소리로 하였다고 하여 오늘도 판소리로 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판소리는 옛날 량반들이 술이나 마시면서 흥얼거리던 쒝소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민족고전가극들을 아름답고도 유순하고 민족적 정서가 풍기는 맑은 목소리로 형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위에서 김정일이 언급한 ‘민족고전가극’은 ‘민족 가극 <춘향전>’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정일은 1988년 8월 <춘향전>을 “민족문화유산계승발전의 본보기 작품으로, 시대의 걸작으로”(1쪽) 만들 구상을 가지고 ‘창조현장’을 찾아 “밤 늦게 까지 작품창조사업”(1쪽)을 지도하면서 “작품이 종래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근본원칙을 명철하게 지도”(1쪽)해 주었다고 했습니다.

 

김정일은 자신이 집필했다는 <음악예술론>에서 “민족가극 <춘향전>은 월매와 향단, 방자의 성격 형상문제를 비롯한 일련의 부족점들을 오늘의 시점에서 바로잡은 결과 <피바다>식가극 창작원칙에 기초한 새형의 민족가극으로 훌륭히 창조될 수 있었다.”(130쪽)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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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의 민속전통6 표지

 <조선의 민속전통 6>은 창극이 “우리 시대에 와서 민족적 특성과 현대성을 훌륭히 구현한 주체적인 민족가극으로 빛나게 계승 발전되였다.”(249쪽)고 하고 “해방 후 우리 나라의 극음악은 민족적인 음악극형식은 창극, 서양음악극형식인 가극의 두 갈래로 발전하여 왔다.”(250쪽)고 했습니다. 여기서 ‘서양음악극형식’은 ‘오페라’이다. 이 형식을 탈피하기 위해 창작된 가극이 “우리 식의 전혀 새로운 혁명가극 <피바다>식 가극”(250쪽) 입니다. 북한이 자랑하는 ‘5대 혁명가극 <피바다>, <꽃파는 처녀>, <밀림아 이야기하라>, <당의 참된 딸>, <금강산의 노래>가 대표작 입니다.

 

지금 북한에선 새롭게 제작되는 <피바다>식 가극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김정일이 그렇게 자랑하던 ‘혁명연극’을 계속 제작하여 마땅한데...김정일이 사망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의 아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변화하는 것 같기도 하고...김정은의 문예관이 다를 수도 있고...2018년 4월 1일 평양에서 남한예술단 공연을 관람한 그의 모습은 분명 김일성 부자와는 달랐습니다.

 

<피바다>식 가극을 공연해서는 외화벌이가 거의 불가능하고, 2018년 다시 공연할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은 좀 벌이가 되겠지만...북한 문화예술은 변해야 합니다.

 

 김일성 부자가 잘못한 일 중 하나가 판소리와 창극을 없앤 것입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은 그것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을지 모릅니다. 북한에서 1960년대의 창극 <춘향전>이 올해 음력설(2.19)을 계기로 평양대극장에서 다시 무대에 올라 대반향을 일으켰다고 재일 <조선신보>가 2015년 4월 29일 ‘평양발’로 보도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새로 형상된 민족가극 <춘향전>은 인상 깊은 명곡, 인민들의 사상감정에 맞는 선율들로 관객의 호평을 받았는데, 가극의 재형상은 피바다가극단의 창작가, 예술인들에 의하여 실현되었습니다.

 

하지만 2015년의 북한 창극은 창극이 아니고 <피바다>식 가극이었습니다. 김정은 시대의 북한 문화예술은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K-팝’도, 창극도, 쐑소리도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오는 5월 6일(일) 막(幕)을 내리는, 서울 명동 국립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남한의 국립창극단 <심청가>을 평양으로 초청하면 멋진 ‘김정은’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그가 진정한 민족음악 계승발전의 주역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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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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