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교육부 입시 정책 졸속행정

기사입력 2018.05.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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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조선시대에는 부처마다 장관 격인 판서, 차관인 참판, 차관보 격인 참의가 있었다. 참의는 논의에는 참여했지만 찬성·반대는 말하지 않았다. 참판은 ‘어떤 정책이 좋겠다’는 의견은 내되 책임지지 않았다. 판서는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을 졌다.

 

판서가 제일 높은 자리였던 것은 한마디로 결정하고 책임졌기 때문이다. 세종이 명군으로 추앙받는 건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은 삼가면서 신하들이 판단할 수 있게 했다. 판서를 포함한 신하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들의 결정을 밀어줬다. 이런 군주 밑에서 황희 같은 정승이 나올 수 있었다.

 

오늘날 대한민국 장관이 판서 역할을 하라는 자리다. 부처를 총괄하며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책임진다. 어떤 정책을 시작할지 그만둘지, 확대할지 축소할지 결정한다. 장관은 영예로운 자리다. 국가가 장관에게 힘을 부여하는 건 그가 매 순간 결정을 해야 하는 중책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100% 찬성하는 정책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김학렬 경제기획원 장관은 불도저같은 성격이었다.

 

경제 수치를 훤히 꿰며 업무가 미진한 후배들을 소나기 욕설로 몰아쳤다. “안 되면 빠져 죽자”고 했다. 책임지겠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포항제철 건설 등을 주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 민관식 문교부 장관은 굵직굵직한 교육정책을 발표하며 지금의 학교 체계를 잡았다.

 

거센 찬반 논란을 뚫고 책임을 졌다. 이 시절엔 장관 이름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았다. 언제부턴가 장관 존재가 희미해졌다. 장관들이 청와대 비서 아래 직급이 됐다는 인상이 짙다. 민감한 정책 결정은 미루고, 잭임은 아래로 옆으로 떠넘긴다. 정부 개헌안을 청와대 수석이 발표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져도 법무부 장관이 입을 닫고 조용히 있다. 장관 자리가 조선시대 참의보다 못한 실무자급으로 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장관이 스스로 책무를 반납한 결과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100개 넘는 입시 제도안을 던져놓고 ‘전문가들이 결정해달라’고 했다. 국민 참여 숙의제를 거치기 위해서라고 둘러대지만 실은 욕먹고 책임지기 싫어서라는 걸 세상이 안다. 결정과 책임을 피하고 권세만 누린다면 장관 자리는 얼마나 편하고 쉬운 자리인가! 편하고 월급 많은 ‘신의 직장’이 있다고 하는데 김 장관 식이라면 그 최고가 바로 한국 장관 자리가 아닌가 한다.

 

김 장관은 지난해 8월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를 골자로 한 개편을 추진하다 거센 반발에 부닥쳐 ‘1년 유예’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제대로 정책을 내놓기는커녕 경우의 수만 늘려 학생들과 부모들을 더 헷갈리게 만들었다. 도대체 주무부처로서 무얼 하다가 자문기구에 책임을 미루는지 알 수가 없다.

 

보수, 진보 막론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 이유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부조직법상 국가 교육정책은 마땅히 교육부가 중심이 돼 수립, 추진해야 함에도 이송된 내용이 사실상 관련 의견을 정리, 나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절대평가 확대, 수시 정시 통합 등은 교육 주체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다.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정책 수립 단계부터 소통을 통한 합의를 이끌어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책무가 있는데 이를 회피한 것은 직무 유기다! 연초의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논란에서 최근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정시 확대’ 파문 등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태다.

 

이번 사안에도 수능 강화와 무력화가 상충되는 모형부터 예전 학력고사와 비슷한 ‘원점수제’까지 포함됐다. 도무지 어떻게 하자는 건지 알 수 없다. 한때는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더니 이번엔 여론 입맛대로 따르겠다니 오락가락 행보가 도를 넘어섰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에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 될까 우려된다. 무능과 무책임으로 교육정책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된 교육부, 그 존재 이유를 묻고 싶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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