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트럼프 회담취소, 김정은 꼬리 내렸다

기사입력 2018.05.2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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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다음 날짜를 정하지 않은 무기연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북한이 우리와 정상회담을 요청했다고 전달받았고 나는 당신과 만나기를 고대했지만 최근 당신이 공개적으로 드러낸 분노와 적개심에 비춰볼 때 이 시점에서 회담을 갖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당신은 당신의 핵 능력에 대해 말하지만 우리의 핵 능력이 훨씬 강력하다"면서 "우리가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언젠가는 만나기를 고대한다"면서 "생각이 바뀌면 주저 말고 알려 달라"고 했다. 순항하는 듯하던 미·북 정상회담에 이상 기류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김정은이 중국 시진핑과 두 번 만난 이후 남북 고위급 회담을 돌연 취소하면서 미·북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북한이 미국의 선 핵폐기 요구에 반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일괄적인 핵폐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고 24일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선 "단계적인 비핵화 방식이 어쩌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어떻게든 북한을 달래서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보려는 성의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우리 특사단이 미·북 정상회담을 갖자는 김정은의 제안을 전달했을 때 참모진들과 상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즉각 수락했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미치광이라고 불렀던 김정은에 대해 "고귀하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회담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공을 들여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란과 맺었던 핵 협정을 깨는 대신 오바마 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북한과 핵 협상을 성공시켜 차별화하겠다는 의욕도 보여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적대적 태도를 문제 삼았지만 실제는 비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북 간 접촉에서 북핵 폐기를 둘러싼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인 비핵화를 부분적으로 수용할 의사를 비췄지만 북한이 과거 25년간 해온 대로 단계별로 대가를 챙기는 방식을 고집했을 경우 이 상태로 정상회담을 갖기는 곤란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담화는 “만나서 한 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라며 비핵화 이행은 물론 이를 위한 합의도 단계별로 하자는 태도를 내비쳤다. 동결부터 검증, 폐기까지 단계마다 합의 후 이행하는 과거 방식을 답습하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정은이 황급히 낮은 자세로 전환한 것은 어떻게든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다급함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외부 공세엔 늘 더 거친 반격으로 맞서던 아버지 김정일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이런 태도라면 김정은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 앞으로 정중한 비공개 서한을 보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정상회담 ‘재 고려’를 위협했을 때처럼 이번에도 대미 나팔수 뒤에 숨었다. 무엇보다 비핵화 방식도 기존 단계적 해법을 고수했다. 이래선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씻을 수 없다. 북한은 전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면서도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과정’이라고 규정해 핵보유국 지위임을 은연중 드러내 자발적 비핵화 의지를 의심케 만들었다. 결국 미·북 간 대화 복원이냐, 극한 대결이냐는 김정은의 결단과 행동에 달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일이 잘 풀려 지금 예정된 정상회담이 열리거나 나중에 어떤 시점에 열릴 수도 있다”며 회담의 완전 무산이 아닌 연기, 나아가 ‘6·12 싱가포르 회담’의 부활 가능성도 열어뒀다. 대화는 언제든 되살릴 수 있다. 그 전제는 김정은의 진정한 변화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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