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김일성의 평양남새과학연구소와 북한의 ‘식의주(食衣住)’

기사입력 2018.06.0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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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평양시 동편 대동강과 남강 남안(南岸)에 위치한 사동(寺洞)구역은 평양 교외에 있습니다. 평안남도 대동군 청룡면과 율리면에 속해 있던 이 지역은 1946년 평양특별시 동구역에 편입되었고, 1958년 사동구역으로 개편 신설되었습니다. 사동구역은 '광공업'과 '근교농업' 등이 발달한 지역으로, 평양탄광기계공장, 종합주물공장, 사동도자기공장, 미림젖소농장, 미림관문발전소 등이 자리 잡고 있으며, 장천동에 있는 평양남새과학연구소는 김일성이 '창설'해 주었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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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농업'선전화'(포스터)

 

남한의 <우리말 큰 사전>(한글학회)을 보면 '남새'를 "무우, 배추, 아욱 따위의 심어서 가꾸는 나물."(752쪽)이라고 했습니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1)>은 '남새'를 "부식물로 먹기 위하여 심어 가꾸는 밭작물 곧 ≪배추, 무우, 오이, 가지, 고추, 호박, 마늘, 파 같은것≫을 통털어 이르는 말. 잎남새, 열매남새, 뿌리남새가 있다. // ~를 심다. ~를 가꾸다. △ 겨울~, 고급~, 저장~, 줄기~, 풋~, 햇~, 뿌리~, 양념~, 얼갈이~, 열매~, 온실~, 잎~, 여름~, 봄~."(567쪽)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선 '의식주'를 '식의주(食衣住)'라고 합니다. 뜻도 남한의 "사람 생활의 세 가지 요소인 옷과 음식과 집." 보다 넓은 의미, 즉 "먹고 입고 쓰고 사는것."(위 사전,1909쪽)이라고 합니다. 이 풀이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집'을 '쓰고 사는 것'이라고 한 것과 '식(食)'이 먼저 나온 것입니다. 이 점만 가지고 북한에선 먹는 것이 삶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평양남새과학연구소가 북한에서 얼마나 중요한 기관인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선대백과사전(23)>은 김일성이 평양남새과학연구소를 '창설'해 주었다고 했습니다. 김정일은 '평양온실오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으며, 그가 "세계적 범위에서 남새자원을 수집하여 연구사업을 할수 있도록 그 체계까지 세워"(26쪽) 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전은 연구소가 "새 품종 육성과 재배 기술을 연구 도입하여 수도는 물론 전국적 범위에서 남새생산을 과학기술적으로 하도록 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26쪽)고 자랑했습니다.

평양남새과학연구소. 김정은 시찰(사진자료-중국 신화사).jpg
평양남새과학연구소. 김정은 시찰(사진자료-중국 신화사)

 

이 연구소에서 '육성'했다는 품종 중에서 '평양'이란 고유명사가 붙은 이름을 가진 품종을 살펴보면, 평양분홍(1958년 육성), 평양봄붉은무우(1972년), 평양배추2호(1974년), 평양여름풋배추(1977년), 평양온실오이(1977년), 평양단수박(1978년), 평양사철홍당무우(1978년), 평양사철오이(1978년), 평양세치홍당무우(1978년) 등입니다. "열매색이 분홍빛이 도는 도마도품종"(위 사전, 35쪽)이라는 '평양분홍'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1970년대에 '육성'된 품종들입니다.

 

평양시 룡성지역에 위치한 평양온실농장도 김일성이 "처음으로 세워주신 온실남새생산기지"(<조선대백과사전(23)>,79쪽)라고 합니다. 이 농장은 "24여 정보에 달하는 대규모의 자동화된 현대식온실남새생산기지로 됨으로써 수도시민들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남새(오이, 도마도, 고추, 쑥갓, 부루, 배추 등)를 겨울철에도 공급"(위 사전,80쪽)한답니다. 이쯤 되면 일부 평양시민들은 천재지변이 없는 한, 채소 걱정은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평양남새과학연구소가 "전국적 범위에서 남새생산을 과학기술적으로" 지도해 주고 있기 때문에 북한 전역에서 야채 걱정은 없다고 큰 소리 치는 나라가 북한입니다.

 

옛날 일? 1990년대에 천재지변이 계속되자, 김정일은 '비공개 연설'에서 “천리마 제강연합기업소 쪽으로 가보니 식량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길가에 쭉 늘어섰습니다. 다른 지방에 가보아도 어디에나 식량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로 차 넘치고 있으며, 역전과 열차 칸에는 식량을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오늘 식량문제로 하여 무정부상태가 조성되고 있는데는 정무원을 비롯한 행정경제기관 일꾼들에게 책임이 있지만, 당일꾼들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도, 시, 군당 일꾼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배고파 일하러 나오지 못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불러 일으켜 풀 먹는 집짐승과 버섯 같은 것이라도 기르게 하면 식량보탬을 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다큐멘터리 김정일>,306쪽)라고 했답니다.

 

"불난 끝은 있어도 물난 끝은 없다"고 했던가요. 계속되는 물난리와 가뭄(북한에선 가물이라고 함)에 '나랏님'인들 어찌 했겠습니까! 그로부터 세월은 흘러 김일성∙김정일은 죽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2012년, 2015년에 평양남새과학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었습니다. 그는 "연구소에서 다수확 품종의 남새(채소)종자를 새로 육종해 내는 성과를 이룩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연구 시찰 보도는 없었습니다. '육성'된 품종에 대한 홍보도 별로 없습니다.

평양남새과학연구소. 조감도(사진자료-중국 신화사).jpg
평양남새과학연구소. 조감도(사진자료-중국 신화사)

 

지금도 북한은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합니다. 유월의 첫날, 문득 엣 ‘보릿고개’가 떠올랐습니다. 햇보리가 나올 때까지의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서 농가의 식량 사정이 가장 어려운 시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던 말입니다. 유의어(類義語)는 궁절(窮節),궁춘(窮春),맥령(麥嶺),춘궁2(春窮),춘궁기(春窮期),춘황(春荒),맥령기(麥嶺期)입니다. 지금 북한의 보통사람들은 ‘보릿고개’를 넘고 있을까요?

 

지금 북한의 정계는 요동치고 있습니다. 고급관리가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는 등...결국 북한의 '식의주(食衣住)'가 세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힘들게 ‘보릿고개’를 넘고 있을 북한 주민들은? 동족의 아픔을 달래주는 일은 민족 화합의 첩경이며,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우리도 북한의 ‘보릿고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의 남·북한의 위정자(爲政者)들은 왜 미국·중국·소련 등과 씨름하고 있는지를 항상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미끈 유월”! 유수(流水)처럼 흘러갈 유월입니다. 미국의 작가 J.스타인벡은 “불만의 겨울”에서 “유월은 모든 가능성(可能性)을 배태(胚胎)하는 계절(季節)”이라고 했습니다. 하루 빨리 북한 경제가 회생되어서 북한 주민들의 식탁에 정말 깨끗한 남새가 풍성하게 오르고, '식의주'가 다시 '의식주'로 바뀌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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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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