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남북 체육교류를 재개시킨 북한 농구의 어제와 오늘

기사입력 2018.07.0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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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아시안게임-서장훈과 리명훈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공격기술에는 걷기, 달리기, 조약, 정지, 돌기 등 공을 가지지 않고 수행하는 이동기술과 공을 가지고 수행하는 기술이 있다. 공을 가지고 수행하는 기술에는 련락, 잡기, 넣기, 몰기, 몸빼기, 급출발, 급정지, 방향바꾸어달리기, 돌기 등이 있다.”(<조선대백과사전(7)>, 614쪽). / ‘리바운드’를 ‘튄공’, ‘드리블’을 ‘공몰이’라고 하는 북한의 ‘롱구(籠球)’에 대한 설명입니다. 우리의 ‘농구(籠球)’입니다. 1997년 사회안전성 소속의 압록강체육선수단의 남자 ‘롱구’팀이 <태풍>으로 개명하여 프로팀으로 출발한 북한 프로 농구, 1999년 서울에 왔던 <우뢰>도 프로였습니다.

 

그 때 서울에 왔던 ‘리명훈’은 우리 농구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했으며, 농구인들 사이에서 "빨리 통일이 되어 서장훈을 포워드로, 리명훈을 센터로 쓰면 아시아 정상은 물론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8강은 충분할텐데"라는 말이 돌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때 리명훈은 서장훈과 만나기도 했는데 각각 서장훈이 대한민국 최고의 농구선수, 리명훈이 북한 최고의 농구선수로 소개되었습니다. 그 뒤 ‘북한 농구’하면 ‘리명훈’이라고 했는데, 김정은이 북한의 수장(首長)이 된 뒤에는 그와 미국의 괴짜 농구선수가 늘 뉴스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농구는 남북 스포츠 교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1999년에 최초로 ‘남북통일농구대회’가 태동(胎動), 첫 대회가 1999년 9월 평양에서 열렸고, 2차 대회는 12월에 서울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 대회에서 화제는 단연 북한의 리명훈 선수였습니다. 키가 235㎝에 달하는 리명훈은 서울의 2차대회 둘째 날 28득점 20리바운드를 기록했습니다. 이와 같은 남북 농구의 교류는 남북의 상호 이해에 도움이 되었고, 이후 2000년 남북정상회담 개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로드먼(2014.1.8. 김정은 30회 생일. 평양페육관).jpg
김정은 위원장과 로드먼(2014.1.8. 김정은 30회 생일. 평양페육관)

 

국제무대에서의 남북 농구대결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있었습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농구대표팀은 중국을 꺾고 우승한 대한민국에 101-85로 완패했지만, 일본을 꺾고 5위에 올랐습니다. 한편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대표팀은 8년 만에 만났습니다. 이 경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96-66으로 30점차 완승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2003년 평양 류경 정주영 체육관 개관식 때 남북 농구 교류전이 마지막으로 열렸습니다. 그리고 2018년...

 

남북은 2018년 6월 18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남북체육회담을 가졌는데, 이 회담은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남북은 공동보도문에서 “7월 4일을 계기로 평양에서 남북통일농구경기를 개최하기로 하고 가을에는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하였다”고 밝혔습니다. 평양 경기에 남측 남녀 선수단을 북측에 파견하며, 경기는 남북선수 혼합경기와 친선경기 형식으로 진행되고, 규모는 선수단과 심판, 지원인력 등 약 101명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4·27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의 체육 교류를 농구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4·27 남북정상회담 후 첫 공식일정으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던 중 이런 뒷얘기를 털어놨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경평축구’보다는 농구부터 하자"며 “세계 최장신인 리명훈 선수가 있을 때만 해도 우리가 강했는데, 리 선수가 은퇴한 뒤 약해졌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은 10대였던 스위스 유학 시절 미 프로농구(NBA)의 팬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데니스 로드먼과 만나면서 농구광(籠球狂)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데니스 로드먼! 훌륭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미국의 전직 농구선수에 빠진 김정은!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개최 몇 시간을 앞두고 싱가포르에 모습을 나타낸 로드먼은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를 하다가 감정이 복받친 듯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는 문을 열어놓고 새롭게 출발해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그 웃기는(?) 미국인이 우리 속담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속담에 “개에 호패(號牌)”(격에 맞지 않고 지나침)라고 했고, “송충이가 갈잎을 먹으면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제 직분에 맞지 않는 딴 생각을 하다가는 실패를 한다는 말입니다.

남북통일농구경기 환영만찬의 남북농구선수들(평양 옥류관. 2018.7.3.).jpg
남북통일농구경기 환영만찬의 남북농구선수들(평양 옥류관. 2018.7.3.)

 

김 위원장이 ‘농구광’이라면, 그의 아버지는 ‘축구광’이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89년 6월 2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과 한 담화’인 “체육을 발전시킬데 대하여”에서 “우리는 체육사업에 큰 힘을 넣어 나라의 체육을 하루빨리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겠습니다. 체육에서는 축구가 기본입니다. 축구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체질에도 맞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축구가 북한 체육의 기본이라고 했는데, 아들은 농구를?

 

7월 4일 한 일간지는 [농구단 싣고 평양에 내린 특전사 침투용 공군 수송기…북 인사 “왜 군용기 타고 왔나”]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신문은 “허재 감독과 한국 남녀 국가대표 농구선수단 등 101명이 3일 공군 C-130H 수송기 2대를 타고 방북해 평양 땅을 밟았다...이번에 방북단이 이용한 C-130H는 현재 공군이 직접 운용 중인 기종이다. 작전부대에 배치돼 운용 중인 실전 공군기가 북한 지역을 찾은 건 6·25전쟁 이후 처음이다.”라고 했습니다.

 

남북통일농구경기는 7월 4일에는 혼합경기로 남북 선수들을 섞어 ‘평화팀’, ‘번영팀’으로 편성하여 경기를 펼치고 7월 5일에는 친선경기로 청팀(남측), 홍팀(북측)으로 나눠 경기를 합니다. 경기 장소는 류경정주영체육관입니다. 대표단장의 말처럼 “15년 만에 통일농구대회 참관을 위해서 출발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의 초석이 되고 이번 평양 통일농구대회가 한반도 평화를 더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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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소장/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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