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여성들의 외침’

기사입력 2018.07.0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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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2013년 독일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앞으로 상의를 벗은 여성 3명이 “독재자!”라고 외치며 달려들었다. 반라의 여성들을 끌어내야 하는 경호원들은 당황했다. 정치적 구호가 적힌 가슴을 노출하는 기습시위로 유명한 활동가 ‘페멘’이다. ‘성 극단주의’를 표방한 이들은 세계 곳곳에서 논쟁적인 활동으로 종종 물의를 빚는다.

 

하지만 이들이 가슴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세상이 유심히 봐줬을까! 최근 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성적 대상화, 외모 평가 등 ‘불편한 현실’을 거부하는 행동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은 반라 시위 사진을 음란물로 보고 삭제한 페이스북코리아에 항의해 상의 탈의 시위를 벌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탈코르셋’ 운동도 커지고 있다. 화장, 긴 머리, 다이어트 등을 사회가 강요한 ‘코르셋’이라며 색조화장품을 부수거나 쇼트커트로 자른 사진을 SNS에 올린다.

 

 이른바 ‘꼴페미(꼴통 페미니스트의 준말)’만의 일이 아니다. ‘홍대 누드모델 불법촬영 사건’에 대한 경찰의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2차 대규모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1차 집회 때보다 참가자(주최 측 추산 3만여명)가 더 늘어났고, 일부 참가자들은 삭발을 하기도 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 주최로 혜화역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남자에겐 화장실, 여자에겐 불법촬영장’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여성 유죄, 남성 무죄”등의 구호를 외쳤다.

 

‘불편한 용기’는 발표한 성명에서 불법촬영 및 유포행위를 보다 강력하게 처벌할 것을 사법부에 요구하는 한편 현재 계류 중인 불법촬영 관련 법안을 신속히 입법할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기업 내 여성 고용 50%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정하고, 남녀 임금격차를 공개하는 법과 성별에 따른 차별임금을 금지하는 법을 마련하라는 요구도 내놨다. 집회를 관통한 핵심 메시지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불평등이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여성을 2등 국민으로 대우하고 있으며, 여성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여성들의 주장은 불법촬영 수사만이 아니라 고용, 임금을 포함한 모든 일상을 통해 각성되고 집약된 것이다. 불법촬영 수사는 차별감이라는 화약고에 던진 성냥불이었을 뿐이다.

 

지난달 집회 이후에 두 번째 대규모 집회를 연 이유는 정부의 대응이 그다지 피부에 와닿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대상 범죄를 중대범죄로 다루는 ‘인식의 전환’을 언급했고, 경찰이 불법촬영물 집중 단속에 나섰지만 대부분 남성들로 구성된 권력기관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깔려 있다. 지난 여성 8명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자 대학생에게 법원이 “짧은 치마로 보이지 않고 피해자가 성적수치심을 느낄 것 같지 않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도 기름을 부었다. 집회 성명에서 ‘남성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을 파면하라’는 주장이 등장한 것은 남성중심의 권력기관이 성평등 문제를 해결할 리가 없다는 근원적인 불신감의 표출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평등 문제는 이제 북핵 문제나 사회경제적 정점 못지않게 폭발력이 큰 의제가 됐다. 여성들에게는 북한 핵보다 불법촬영이 더 위협적인 일상의 공포다. 적당히 관리하는 선에서 무마하려는 태도는 더 큰 분노를 살 뿐이다. 몰카 피해자가 남성이라 수사가 신속했다는 주장은 비약일 수 있다. 그러나 젊은 여성들이 표출하는 집단 분노에는 절박함이 있다. 지금의 20대는 공부면 공부, 학급에선 반장 등 여러 측면에서 남학생들을 능가하는 ‘알파걸’로 자랐다. 그런 여성들이 화장실 몰카, 취업 차별 등 여전히 후진적인 현실을 맞닥뜨리곤 페미니즘에서 해답을 발견한 것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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