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재벌의 기내식 파동’

기사입력 2018.07.2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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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1998년 처음 대한항공 기내에 비빔밥이 채용됐다. 그 전만 해도 기내식은 대개 ‘서양식+밥’이었는데 한식으로 처음 채용된 것이 비빔밥이었다. 비빔밥이 외국에 널리 소개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비빔밥이 불고기나 갈비처럼 한류 음식의 대표가 된 데는 기내식 비빔밥을 맛본 외국인들의 입소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현대 항공문화가 낳은 기내식 비빔밥도 전주비빔밥처럼 명물 비빔밥으로 분류하고 싶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노밀’사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빚어진 차질이다. 기내식 때문에 싼 외국 항공사를 놔두고 비싼 국내 항공사를 선택하는 승객도 적지 않은데 승객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제부터는 간단하나마 전 항공편에 기내식이 제공됐다고 하지만 비빔밥 등이 제공될 정도로 정상화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는 기내식 공급업체 LSG스카이세프와 계약을 해지하고 한국에서는 처음 기내식을 공급하게 될 게이트고메와 계약을 맺었는데 이 회사가 공장 화재로 공급을 맞추지 못한게 사태의 원인이었다. 아시아나는 급히 다른 기내식 공급업체 샤프도앤코아 단가 계약을 맺었으나 샤프도앤코의 능력으로는 충분한 양을 공급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때 납품 압박을 견디지 못한 샤프도앤코의 한 협력업체 대표가 자살하는 비극까지 빚어졌다. 30분만 공급이 늦어도 가격의 절반이 깎이는 상식 밖 조건에 따른 부담을 그가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라 ‘배고프다. 고로 화가 난다’다. 제대로 식사도 못하고 장시간 비행기를 탄 승객들이 토해내는 말이다.

 

기내식 사태는 7월 이전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상황이었음에도 아시아나는 태연히 비행기를 띄웠다. 사태가 불거진 5일 동안 승객을 배려하거나 존중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기내식은 이륙 24시간 전에 1차 주문을 하고 비행 4시간 전 최종 주문을 한다. 하루 8만명분을 넘기는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본부 매출은 2000억원이 넘고, 아시아나항공에 지난달까지 기내식을 공급했던 업체는 1800억원 정도였다. 영업이익률이 20%를 웃돌 정도로 수익성이 높지만 쉽지 않은 사업이다.

 

비행 스케쥴과 톱니처럼 맞물려 제때 주문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면 이륙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간 2000만명(연인원) 이상이 국제선을 타는 시대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비용이고, 큰맘 먹고 타는 사람들이 많다. 금호는 기내식 공급업체 변경이 경영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재인수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업체를 무리하게 바꾼 것이 발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박삼구 회장은 과거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무리하게 인수하다 승자의 저주에 걸려 그룹을 망가뜨린 장본인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금호타이어 처리와 관련해서도 자본력도 없이 욕심만 부리다 시간을 허비한 끝에 결국 헐값으로 중국 업계에 넘어간 일은 기억에도 새롭다. 기내식 대란 상황에서도 경영경험이 전무한 박 회장의 딸은 버젓이 금호리조트 상무로 입사했다. 참으로 몰염치한 행동이다.

 

박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기내식 교체 관련 준비부족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이를 수긍하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이번 기내식 대란은 회사를 사유물로 여기고 멋대로 쥐락펴락하는 재벌 체제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비리에 이어 아시아나 총수 일가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감독관청인 구토교통부의 처사도 납득할 수 없다. 아시아나의 기내식 위탁업체 문제는 국토부의 관리감독 사안이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여지껏 입장표명은커녕 진상조사도 착수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국토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절실하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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