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 할 만큼 심각한가!

기사입력 2009.07.28 17:41
댓글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어릴 때 보던 죽창이었다. 시뻘건 깃발도 똑같았다. 60여년 전 이북의 공산주의자들은 죽창으로 인민재판으로 무자비하게 부모 형제들의 생목숨을 앗아갔다. 아무리 고향땅이지만 더는 살 수 없어 맨몸으로 월남했고 대한민국을 이만큼 일궈냈다.

그런데 서울 한복판에 다시 죽창과 시뻘건 깃발이 등장하다니 60여년 전 실향민 단체들이 조직된 뒤 처음으로 대한민국 정체성 확립을 위한 800만 이북도민 시국선언문을 낸 최명삼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대표(84)는 “참다 참다 못해 나섰다”고 했다.

“누구보다 북한 실상을 잘 아는 우리들로선 작금의 사태를 보면 암담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한강의 기적이 ‘민주주의 후퇴’라면 김일성왕조 3대 세습은 민주주의의 진보냐” 함경북도 도민회장인 최 대표는 격양돼 있었다.

60여년 전에도 완장 찬 그들은 ‘김일성 장군님’이라고 극존칭을 하면서 이승만은 역도니, 살인자니, 친일 매국노라고 매도했다. 지금도 깃발 쳐든 이들은 김정일에게 꼬박 꼬박 국방위원장이라면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한테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붓는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는 겪어보지 않고선 모른다. 남한 사람들은 명절 때 차가 막힌다고 ‘고향길이 지옥길’ ‘귀경전쟁’ 등 배부른 소리를 해대지만 가볼 수 없기에 미치도록 사무치는 곳이 북녘에 있는 고향 땅이다.

실향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도 금수강산이었던 내 고향이 핵 기지로 둔갑됐다는 점이다. 내 핏줄이 배곯을 줄 알면서도 “북한이 핵을 폐기할 때까지 모든 대북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혈혈단신으로 월남해 자수성가한 이북 사람들은 내 눈으로 확인한 것, 내 손에 쥐어진 것만 믿을 만큼 현실적이다.

‘햇볕정책’으로는 북한의 적화통일 야욕을 꺾을 수 없음은 너무나 잘 알면서도 좌파정권 10년간 이들은 속으로만 삭여야 했다. 그랬더니 이 시대의 일부 지식인과 종교인 등이 현 정권을 독재로 규정하며 연일 시국선언이라는 것을 내고 있다.

그 내용이 지나치다. ‘시국선언’으로 이름할 만큼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 심각하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상황을 보는 안목의 편협함 때문이다. 노 전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부인 권양숙 여사가)돈을 받은 사실을 처음 시인했을 때 민주당 대변인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성역 없이 공개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그 무렵 한재선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는 친노 경쟁을 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친노386’ 낙인찍기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인간적인 비애를 느낀다”고 했을 정도다.

정당이 민심과 여론을 최대한 자신의 정치적 에너지원으로 흡수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접시에 담지 못한 민심을 민주당이 끌어다 자기 접시에 담으려 하는 것은 당연한 정치적 행동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얼마 전 까지 집권 여당이었던 정당으로서 생각해야 할 게 있다.

지금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 비난하고 있지만 대통령 가족이 청와대 관저에서 100만 달러의 현금 가방을 전달받고 500만 달러가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로 들어가고, 다시 40만 달러가 자녀의 집 사는 데 흘러들어 간 걸 검찰이 수사하지 말았어야 한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걸 보복 수사라며 하지 말았어야 할 수사라고 한다면 어떻게 지금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만일 민주당이 지금 집권당이라 해도 이렇게 나올 수 있겠으며 국민이 그런 정당에 국가를 맡겨도 되겠다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나경택 기자 ]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선데이뉴스신문 & www.newssunday.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신문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