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사법개혁 공정한 법관 인사

기사입력 2018.10.1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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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영장실질심사제를 놓고 법원과 검찰이 한창 대립할 때였다. 대법원에서 회의를 마치고 자리를 뜨려던 검사들을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붙잡았다. '사무실에서 술 한잔 하자'는 거였다. 판사·검사 넷이 둘러앉은 탁자에 양주 두 병, 생수통이 놓였다.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 제 주량을 넘어선 검사는 희미해져가는 정신 줄 붙잡으며 간신히 적진(대법원)을 벗어났다. 담장 하나 사이 아군 진영(대검)에 들어서자마자 고꾸라졌다. 나중에 검사가 그때 일 떠올려 '술고래들'이라고 판사들 흉을 봤다. 행정처 판사들은 뭐든 잘했다. 야근하다 술자리로 이어져도 자세 흐트러지는 사람을 별로 못 봤다. 회식 때 행정처 판사가 음식점 종업원처럼 접시를 나르는 모습도 보았다.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마주칠 때마다 '폴더 인사'를 하는 행정처 고위 간부에게 국회의원이 "당신 법원 직원이냐?" 물었다는 일화도 있다. 엄살도 섞였겠지만 검사들이 "우리 로비 능력은 판사들한테 못 미친다"고도 했다. 행정처는 법원 인사와 예산, 사법 제도 연구, 송무, 등기, 공탁 등을 담당한다.

 

기본적으로 재판 지원 조직이다. 유럽에선 법무부가 그 일을 하는데, 우리와 일본은 대법원 산하에 따로 조직을 뒀다. 재판뿐 아니라 행정 업무도 독립적으로 맡겨 '사법부 독립'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엔 군인이나 검사들이 10년 넘게 행정처장을 했지만 지금은 대법관이 처장을 맡고 그 밑에서 30여 판사가 근무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행정처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행정처가 관료 조직처럼 변하면서 소수 엘리트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는 비판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폐지론에 불을 붙였다. 대법원장은 행정처가 법원 위기를 불러온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조직을 여럿으로 쪼개고 핵심 권한은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위원회에 넘긴다고 한다. 행정처 판사들이 만든 문건을 보면 납득이 안 가는 게 많다. 뛰어나다는 판사들이 굳이 이래야 했나 싶다. 그러나 재판 거래가 없었다는 것은 대법원장도, 의혹을 주장하는 판사들도 다 알고 있다. 모르는 척할 뿐이다. 법원 불신을 불러온 걸로 치면 자기 편 챙기기 코드 인사만 해온 대법원장 책임은 없나. 요즘은 재판받는 원고·피고가 판사가 어느 서클 소속인지부터 알아본다고 한다.

 

어쩌면 이것이 재판 거래일 수 있다. 행정처 해체를 보며 세월호 때 해경 해체가 떠오른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사법행정권 남용의 진원지였던 행정처로 인해 불신이 증폭된 만큼 대수술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내년 정기인사에서 행정처 근무 법관 중 30%만 감축한다고 한다.

 

법원에 깊이 뿌리내린 행정처 중심의 사법운영을 단시일 내에 바꾸면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행정처의 폐지로 신설될 사법행정회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그러나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이 기관에는 인사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대법관 인사는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미치는 법관인사위원회에서 여전히 관장한다. 행정처가 법원 내의 권력기관처럼 기형적으로 변한 것은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권 때문이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 인사를 획기적으로 개혁할 뜻을 밝혔지만 제대로 실천할지 지켜봐야 한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의 폐지는 다수의 법관이 희망한다. 그러나 법관 재임용 제도가 있으나 마나 한 상황에서 재판에 열의가 없는 ‘승포판사’(승진을 포기한 판사) 문제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인사개혁도 법원편의주의가 아니라 좋은 재판을 열망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

 

개혁의 세부 시행을 다룰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법원공무원노동조합 등에서 추천한 외부 전문가 4명과 법관 3명으로 구성되는 후속추진단의 인선을 보면 사법개혁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부터 ‘코드 인사’ 논란이 벌어지거나 일방통행식이면 사법개혁은 요원하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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