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신문=김건우 기자] 2004년 초연을 시작으로 한국 뮤지컬의 지평을 열었던 『지킬 앤 하이드』가 지난 11월13일부터, '전설의 캐스팅',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가 '지킬/하이드'역으로, 윤공주, 아이비, 해나가 '루시'역으로 그리고 이정화, 민경아가 '엠마'역으로 캐스팅 되어 공연에 들어갔다. 이미 오프닝 주간에 전 좌석을 매진 시켰으며, 커튼 콜 기립박수와 뜨거운 입소문 속에 새로운 전설의 출발을 알렸다.
[사진=2018 '지킬 앤 하이드' 포스터 / 제공=오디컴퍼니]
(*本리뷰는 박은태+해나+이정화 배우, 캐스팅 공연을 보고 작성한 주관적 감상 리뷰 임을 밝힙니다.)
오후까지 따뜻했다가 갑자기 추워진 목요일 밤 '샤롯데 씨어터'에는 공연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의 한 껏 기대에 찬 술렁임으로 가득했다. 가족, 연인, 부부, 중년의 모임, 사업상 모임에서 온 듯한 사람들 등, 다양한 관객 층이 한 공간에 모여 있었다. 마치 어느 무도회의 플로어처럼. 물론 혼자 조용히 공연을 보러 온 나홀로족도 눈에 띄었다. 이것이 『지킬 앤 하이드』가 햇수로 15년을 지나오는 동안 전세대, 전연령층의 관심을 받는 국내 뮤지컬의 마스터피스가 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윽고 꽉 찬 객석의 소음을 가라앉히는 공연을 알리는 차임벨이 울리고 프롤로그 그리고 첫 넘버, 지킬 박사(박은태)의 'Lost In the Darkness'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진='은지킬' 박은태 배우의 공연 프로필 사진 / 제공=오디컴퍼니]
명불허전! 단점을 찾을 수 없는 완벽에 가까운 무대였다. 평일 밤에도 꽉 들어찬 관객의 박수와 환호, 커튼 콜 후, 박은태 배우에 대한 찬사와 감탄의 말이 여기저기 들려왔다. 박은태의 헨리 지킬과 에드워드 하이드는 두 명의 인격 뿐 아니라 '박은태' 라는 그 안에 자연스레 스며있는 또 하나의 인격을 포함, 마치 세 명의 인격이 무대 위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는 듯 하는 소름 끼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선과 악 그리고 박은태 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연기가 마치, 변화무쌍하는 색채처럼 '현란하다' 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으니 역시 '은지킬'이라 불릴만 하다. 브로드웨이 공연도 관람했고 지난 시즌 공연 등, 세 배우의 버전도 모두 보았다는 한 열렬 여성관객은 세 배우 모두 훌륭한 것은 물론, 각기 다른 세 배우만의 지킬과 하이드를 표현해 주어 3번을 봤음에도 전부 다른 느낌을 받았다며, 특히 오늘 공연의 박은태 배우는 팔에 소름이 돋을만큼 너무 멋졌다, 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 주었다. 2018년 『지킬 앤 하이드』에서 보여준 박은태 배우의 연기는 이미 그동안 보여주었던 훌륭함을 넘어 이제는 어느 정도는 그만의 '지킬과 하이드'의 경지에 올랐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사진=박은태 배우와 무대 배경. '살인, 살인' 부분 / 제공=오디컴퍼니]
무대 또한 훌륭했다. 층고가 높은 뮤지컬 전용극장의 무대를 아주 잘 이용한 무대 디자인 미술이었다. 빅토리아 시대 느낌의 클래식한 후면 무대 세트와 지킬의 섬세한 날카로움과 하이드의 악마적 광기를 잘 표현한 은빛의 실험대와 이중인격을 이보다 잘 표현 할 수 있을까 싶은 두 개의 대형 거울, 5M 높이로 무대 끝까지 치솟아 위압적인 시선(?)으로 관객석을 내려다보는, 수를 셀 수 없는 메스실린더와 약병으로 가득 채워진 실험약 수납장 등으로 세팅된 '지킬박사 실험실'의 세련되고 훌륭한 무대 미장센은, 등장하는 순간 감탄을 짓게 만들었다. 더불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입장과 퇴장을 거듭하는 무대 장치와 극적 클라이맥스 때 마다 변화 무쌍하게, 캐릭터 못지 않은 개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조명과 미술은 요즘 말로 '신박한' 볼거리와 시각적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었다.
[사진=엄청난 양의 메스실린더와 약병으로 꾸며진 지킬 박사의 실험실 / 제공=오디컴퍼니]
공연 후에는 다시 만족스러운 관객의 술렁거림이 들려왔다. '박은태'라는 이름이 여기저기 들려왔고 조승우가 좋으니 홍광호가 좋으니 하는 여성 관객들의 작은 논쟁도 들려왔다. 공연장 밖을 나와서도 간헐적으로 '지금 이 순간'을 흥얼거리는 남자관객의 음성도 들렸다. 공연이 끝났음에도 관객 모두들 그 여운을 갖고 귀가를 하는 듯 했다. 이처럼 매공연 관객들의 찬사와 기립박수를 받는다는 이야기들이 인터넷을 채우고 반복관람 했다는 관객들의 피드들이 올라올 만큼 이번 연말연시에는 역시 『지킬 앤 하이드』 관람이 최고의 선물이라는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꽃 피고 여름으로 접어드는 2019년 5월 19일까지 뮤지컬 전문 공연장인 서울 잠실 샤롯데 씨어터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