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시진핑과 김정은 만남

기사입력 2019.02.1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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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1953년 11월 김일성이 중절모에 까만 코트를 입고 6·25 이후 첫 방중 길에 올랐다. 저우언라이 총리가 국경까지 달려나가 손을 잡았다. ‘동북왕’ 가오강과 국방부장 펑더화이도 국경 기차역에서 영접했다. 중국 지도부는 김일성을 최고 국빈으로 모셨다.

 

국·공 내전 때 김일성이 무기를 대주고 부상병과 군인 가족을 돌봐줬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김정은이 4차 방중에서 66년 전 김일성과 똑같은 옷차림을 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일곱 중 시진핑 주석과 왕후닝 서기 둘만 김정은과 밥을 먹었다. 김정일 때만 해도 상무위원 전원이 회담이나 식사 자리에 나왔다. 김정은은 중국에 네 번이나 갔지만 한 번도 그런 경험을 못 했다. ‘상하 의전’의 시작이다. 중국 CCTV가 북·중 정상회담을 방영하면서 김정은이 시진핑의 발언을 받아 적는 모습을 일부러 서너 차례나 보여줬다.

 

마치 중국 주석의 훈시를 지방관이 메모하는 광경을 떠올리게 했다. 북에서 신이나 다름없는 김정은이 누구 말을 받아 적는 장면은 상상도 할 수 없다. CCTV는 김정은이 시 주석의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는데, 그 환대와 관심 부분을 ‘관화이’라고 표현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보이는 관심과 배려에 감사했다는 뜻이다. 김정은을 슬쩍 ‘아랫사람’으로 만들었다. 중국은 한국에도 그렇게 하고 있다. 주한 대사는 하급직을 보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를 두 차례나 테이블 하석에 앉혔다. 홍콩 행정장관이나 지방관이 주석에게 보고하는 자리 배치였다. 그 무렵 방중한 일본·베트남·라오스 특사는 시 주석과 대등하게 나란히 앉았다. 심지어 방중한 문 대통령까지 노골적으로 홀대받았다.

 

길들이려는 시도가 명백한데도 우리 정부는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한국 정권은 중국 공산당의 혁명과 통치에 환상을 가졌던 사람들이다. ‘시 황제’ 소리를 듣는 시진핑은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는 역사관을 피력한 사람이다. 중국은 1861년 외교 전담 부서를 만들기 전까지 주변국과 동등한 관계로 마주 앉은 적이 없다. 중국이 패권을 추구할 때 한반도가 어떤 운명을 겪었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한국과 북한 모두 제 발로 중국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형국이다. 김정은 4차 방중 이후 양쪽 모두에서 ‘두 정상이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종해 나갈 것’ ‘중국은 북한의 믿음직한 후방’이라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북·중 수교 70년을 맞아 시진핑 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방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북·중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난 뒤 김정은이 달라졌다”고 공개 경고하자 한동안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면서 다시 밀월을 과시하고 있다. 미국 국내 정치에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북핵과 대중 무역 협상에서 ‘성과’를 얻는 데 급급한 나머지 한국 안보를 재앙에 빠뜨릴 엉뚱한 결정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돌출 행동을 막으려면 어떻게든 한·미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와 반대로 가는 것 같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10차례나 실무 협상을 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트럼프가 한국 분담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고집하기 때문이지만 실무 협상에서 타결하지 못하고 고위급 회담을 검토하는 건 전례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언급하자 미국에선 바로 “미국과 관계를 악화시키고 북핵 폐기를 위한 노력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타임)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은 북핵 폐기의 유일한 지렛대인 제재를 한국이 기회만 있으면 흔들려 한다는 의심을 한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기류가 심상치 않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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