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뷰]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영국 '앤(ANNE)'여왕 시대의 '여인천하' 스토리.

기사입력 2019.02.15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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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김건우 기자] "진흙탕처럼 질척거리고 묻으면 떼어내기 힘든, 권력에 대한 블랙 코미디"

 

14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 여우주연상 외 10개 부문으로 최다 노미네이트 되는 등, 많은 영화제에서 호평과 수상을 거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The Favourite)』(감독 오르고스 란티모스)가 언론 시사회를 갖고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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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 페이버릿', 앤 여왕 역 올리비아 콜맨의 스틸 컷 / 제공=20세기폭스 코리아]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The Favourite)』은 『더 랍스터』, 『킬링 디어』로 '인간 본성'에 관하여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관을 구축해 온 오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18세기 초 영국 '앤' 여왕 치세하의 구중궁궐에서 벌어졌던 세 여인('앤' 여왕, 사라 제닝스, 애비게일 힐)의 권력을 둘러싼 질투와 음모, 사랑, 아픔, 배신을 관찰카메라처럼 밀착하여 사실감 있게 연출, 이번에는 권력을 앞에 둔 '인간의 본성'에 대해 현미경처럼 묘사한 영화이다. 
 
영화는 인물들에게는 마치 예능처럼 카메라를 밀착시켜 그들간의 심리 묘사를 정밀하게 관찰하고, 공간을 묘사할 때는 과도할 정도의 광각 카메라를 사용해 '앤' 여왕 시대의 궁궐 등 화려한 공간 이면에 깃들인 휑한 공간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 실제 당시에 영국 황실이 가졌을 크고 화려한 공간을 오히려 더욱 더 왜곡되게 확장시킴으로서 외적으로 보이는 절대 권력자(여왕)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공허함을 아주 탁월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그 공간을 힘겹게 끌려다니는 '앤' 여왕의 휠체어가 그것들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 외에 조명(촛불 등)이나 의상, 소품, 미장센 등을 요소요소 아주 디테일하게 배치해 인물 외에 다른 오브제들도 캐릭터화하는 탁월한 미술적 연출도 보여준다.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여배우들이다. 가장 먼저 시선을 받은 것은  『라라랜드』등 할리우드 대세 배우, 엠마 스톤(애비게일 역)과 한 시대를 지나오며 이제는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고 있는 레이첼 와이즈(사라 역)였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두 배우가 권력('앤' 여왕)을 사이에 두고 긴장감을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연기는 이 영화를 봐야하는 첫번째 요소이다.  

 

하지만 영화가 중반으로 접어들고, 끝나갈 무렵에는 '앤' 여왕 역의, 우리에게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 올리비아 콜맨에게 단연 시선이 꽂힌다. 중반을 넘어서며, 연기 잘 한다는 엠마 스톤과 레이첼 와이즈의 존재감 마저 무색케 만들어버리는 올리비아 콜맨의 연기는 전율 이상의 깊이감을 느끼게 한다.

 

히스테리를 온 몸으로 감싸 안으며 왕이 가질 수 있는 절대권력 이면에 내재된 고뇌와 갈등, 그리고 여러 자식을 잃은 것,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에 맞서는 것 등, 뒤에 오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숨소리 하나까지도, 혼을 실은 연기로 보여준다.

 

특히 엔딩을 앞두고 사라를 향한 인간적 고뇌에 휩싸이고 애비게일을 앞에 두고 딜레마를 겪으며 또 권력자로서의 의무(혹은 헤게모니)를 놓지 않으려는 '앤' 여왕의 심리와 표정 연기는 올리비아 콜맨 연기의 압권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를 통해 또 한 명의 대배우 탄생의 순간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그에 걸맞게 올리비아 콜맨은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제76회 골든 글러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에서도 가장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족을 하나 단다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엠마 스톤과 레이첼 와이즈의 연기도 당연히 훌륭했지만 문득 떠 오른 이미지로, 애비게일 역에 크리스틴 스튜어트, 사라 역에 케이트 윈슬렛이 캐스팅 되었어도 멋진 조합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엘리자베스'같은 중세 영화가 주는 화려한 액션(스토리)이나 볼거리(미술)를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의아함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캐릭터 간의 깊이감을 제대로 표현한 세 배우의 멋진 연기 앙상블과 18세기의 먼 과거, 중세 영국의 이야기지만, 마치 지금 우리 현실(권력)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법하게 잘 대입되고 사실감 넘치게 연출된 웰메이드 영화가 바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라고 말하고 싶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올리비아 콜맨의 수상 여부 등이 궁금해지는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현지시각 24일)을 며칠 앞둔 오는 2월 21일, 우리 관객을 찾아온다.

   

 

[김건우 기자 geonwoo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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