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러시아와 김일성,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기사입력 2019.04.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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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2019년 4월 24일. 블라디보스토크 도착.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조선후기, 대한제국의 정치인으로 개화파 운동가였으며 일제 강점기 조선 시대의 교육자, 청년운동가,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 언론인이었던 월남(月南) 이상재(李商在/1850~1930)는 3·1운동에 연루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렀고, 논문집 <청년이여> 등 많은 저서를 남긴 지식인이었습니다. 그는 뿐 만 아니라 많은 일화(逸話)을 남겼습니다. 그는 언제나 풍뎅이(머리에 쓰는 방한구의 한 가지) 위에 중산모자(中山帽子)를 쓰고 긴 지팡이를 들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청년회관에서 한 청년이 그의 몸차림이 하도 우습게 보여서 “선생님, 중산모 밑에는 풍뎅이를 쓰는 법인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놈아, 그럼 중산모 밑에다 풍뎅이를 쓰랴?”하여 웃음을 터트리게 했습니다. 이상재 선생님이 썼던 중산모자는 “꼭대기가 둥글고 불룩한 예장용의 서양 모자”입니다.

 

우리의 모자(帽子) 중에서 조선시대 이후를 보면, 조선시대에는 왕을 비롯하여 서민에 이르기까지 계급에 따라 다양한 모자가 있었으며 그 유물과 기록도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모자로는 면류관·원유관(遠遊冠)·통천관(通天冠)·익선관(翼善冠)·전립·복두·공정책(空頂幘)·양관·제관(祭冠)·탕건(宕巾)·초립·감투·평량자(平凉子)·갓·방립(方笠)·동파관(東坡冠)·충정관(沖正冠)·정자관(程子冠)·복건(幅巾)·방건(方巾)·와룡관(臥龍冠)·유건(儒巾)·휘항(揮項)·풍차(風遮)·만선두리(滿縇頭里)·송낙·고깔·대삿갓·화관(花冠, 華冠)·족두리(簇頭里)·여자용 전립 등이 있었습니다.

 

개화기 이후에는 서구(西歐)의 영향으로 서구의 모자가 도입되었습니다. 남자의 모자는 단발령으로 머리에 상투를 틀지 못하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 유행한 모자에는 파마나 모(帽)를 비롯해 중산모자·중절모자 등이 있으며, 1970년대까지도 노인들이 중절모를 쓴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중절모자(中折帽子)는 “둥글게 생긴 꼭대기의 가운데를 눌러서 쓰는, 챙이 둥글게 달린 모자”입니다. 최근 북한의 수장(首長) 김정은이 러시아에서 쓰고 다녔던 모자가 바로 중절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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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절모+코트'로 할아버지 김일성 패션 따라한 김정은.

 

김정은의 중절모자! 한마디로 할아버지 따라하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2019년 4월 25일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019년 북러정상회담(北러頂上會談)을 가졌습니다. 김정은이 4월 24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역에 도착했는데, 그는 긴 코트 차림에 검은색 중절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때는 모자를 쓴 적이 없었습니다.

 

김일성 전 주석의 1949년, 1956년 소련 방문 사진을 보면 역시 코트 차림에 중절모를 쓰고 있습니다. 김 주석의 머리 모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머리 모양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손자는 70년 세월을 건너뛰어 비슷한 차림으로 러시아를 방문했습니다. 김일성의 1949년 소련 방문은 남침을 15개월 앞둔 시점이었고, 1956년 방문은 한국전쟁 이후 남북의 냉전적 대결이 심화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3대 세습왕조(世襲王朝) 독재자’라고들 하는데, ‘할아버지 따라하기’가 ‘독재’는 아니겠지요?

 

필자는 김일성 사망(1994.7.9.) 전인 1992년 4월 12일 “북한인은 두 태양을 싫어한다”라는 칼럼(아래 발췌)을 썼습니다. “춘풍이 태탕(駘蕩)함에 만물이 발휘(發揮)하는 공유차신(恭惟此辰)에 정양체후(靜養體候)가 만강(萬康)하십니까. 먼저 김일성주석의 강생(降生) 82회를 뒤늦게나마 배하(拜賀)드리며, 가문의 경행(慶幸)이 이번으로 끝나기를 간절히 비는 바입니다. 김 주석, 당신은 정말 전대미문의「위대한 정치가」입니다. 당신 아들이 차린 당신의 잔칫상을 보면 그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의 생일잔치가 「북한최대의 정치 이벤트」라고 하더군요. 착한 북한동포들이 「죽이고 싶은」당신을 아직도 「위대한 수령님」이라고 부르며 「높이 우러러 모시겠다」고 하는 걸 보면, 당신은 「위대한 정치가」가 틀림없습니다. 그건 당신의 가짜 이력서에서도 증명됩니다.

 

1912년에 평남 대동군에서 태어난 당신의 진짜 이름은 성주(成柱) 아니면 성주(聖柱)였지요. 18살 때 쯤 찢어지게 가난했던 아버지를 따라 만주로 건너가 길림(吉林)에서 중학교 중퇴, 32년에 항일유격대원으로 활동하다가 중국공산당에 입당, 그리고 41년 유격대원들과 함께 소련에서 4년간 청년간부훈련을 받았던 당신, 김성주는 어느 날 갑자기 전설적인 민족영웅「김일성장군」과 이름이 똑같아 졌습니다. 그때까지의 이력서를 보면 당신이「위대한 정치가」로서의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학벌이 정치가의 첫째 조건은 결코 아니지만 배운 것도 별로 없고 지도자가 되기 위한 길을 걸은 적도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김일성」으로 작명한 덕분에, 독립투사들이 죽어가고 있을 때 소련에서 4년간 「로스케」들에게 아첨(?)을 한 덕분에, 당신은 1948년에 수립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총리가 되었고 이듬해 조선로동당을 결성하여 당중앙위원장이 되었으며, 50년에는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한반도를「불바다」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죽지도 않고 「위대한 수령」행세를 하고 있으니 「위대한 정치가」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지요...”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 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jpg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 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할아버지 따라하기가 ‘중절모자’ 뿐이겠죠?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집권 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방(訪)러 기간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두 정상은 1시간 넘게 단독회담을 한 뒤 확대 회담, 만찬, 환영회를 갖고 5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는 회담에서 “이번에 우리가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공동으로 정세를 관리하는 데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고, 전통적인 관계를 발전적으로 키워나가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처음으로 공식 진행하는 해외 방문 일정입니다. 북·러 정상회담은 2011년 이후 8년 만으로,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처음 만났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뜻대로 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푸친도 ‘독재’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非核化)’의 길을 걸으면 ‘독재’의 사슬고리를 끊게 될 것입니다.- “힘으로써 사람을 수렴(收斂)하는 자를 패자(覇者)라 한다.”(맹자/孟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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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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