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칼럼]여론과 국회 외면한 임명

기사입력 2019.04.2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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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칭찬합시다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선데이뉴스신문=나경택 칼럼]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36억 주식 투자’ 의혹의 이미선 후보자와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 문형배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강행 임명했다. 현 정권에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4명으로 늘어났다. 역대 정권에서 30여 차례 헌재소장·재판관 인사청문회가 있었지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대통령이 강행 임명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런데 이 정권에선 재판관을 뽑을 때마다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더니 재판관 절반 가까이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재판관 인선을 정권과 코드가 맞는 자기편 위주로 하다 보니 벌어진 결과다. 9명 중 4명이 이렇다는 것은 헌법재판소 구성 자체가 심각한 도덕적 흠결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민주적 정통성까지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미선·문형배 재판관이 임명되면서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우리법·인권법연구회 출신 헌법재판관이 4명이나 된다. 대통령이 민정수석 시절 비서관을 지낸 민변 회장 출신도 재판관이 됐다. 법조계 신주류로 불리는 정권 코드 집단 출신들이 헌법재판소를 사실상 장악한 것이다.

 

우리 사회 핵심 이해와 가치에 대한 헌법적 판단이 이들 손에 맡겨지게 됐다. 야당에선 “마음에 들지 않는 법이나 적폐로 규정한 법을 무더기 위헌 결정 하려는 것” “좌파 독재의 마지막 키가 완성된 것”이라고 한다. 법조계 등에선 사형제나 국가보안법 폐지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재판관은 자기 재산과 관계 있는 기업의 주식을 거래한 의혹 등이 불거져 야당으로부터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설사 검찰 수사와 금융당국 조사를 거쳐 많은 의혹이 해소된다 쳐도 괜찮은 행위였다고 보는 국민은 많지 않다. 이해충돌이 많은 현직 판사가 거액의 주식투자를 했다는 것 자체에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청와대가 국민과 국회의 반대 속에 임명을 강행하면서도 이해와 양해를 구하는 설명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강행은 야당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직후 문 대통령 순방지에서 전자결재로 서둘러 이뤄졌다. ‘헌법재판관의 공백이 하루라도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상투적 변명이 나왔지만 그게 전부다. 시간이 좀 가면 잠잠해질 거란 안이한 판단은 국민을 무시하고 얕보는 발상이다. 강행은 코드 때문으로 보인다.

 

헌재는 위헌법률 심판 권한을 가진 최종적인 헌법 해석자다. 헌법 해석을 통해 입법을 통하지 않고도 사실상 입법자 역할을 한다. 이 재판관 임명으로 과반수가 진보성향 단체 출신이 됐다. 대통령·대법원장·여당 지명 재판관들로만 독자적 위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족수도 채웠다. 다양성과 균형이 깨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좁은 인재 풀과 코드 인사를 넘어 정권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까지 묻는 국민은 늘고 있다.

 

도덕성을 앞세우는 문재인 정부에서 도덕성에 문제 있는 후보자가 유독 많고, 똑같은 일이 거듭 반복되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경실련이 실시한 국정평가 조사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낮게 평가한 대목 역시 인사 정책이었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졌다고 해서 마음대로 하라는 뜻은 아니다. 결함이 있든 말든, 반대가 크든 작든 그저 임명을 밀어붙일 생각이라면 청문회를 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독선·독주와 불통에서 벗어나라’는 4·3 재보선 민심의 경고를 받은 게 불과 얼마 전이다.

 

헌재는 국민 기본권은 물론 대통령 탄핵, 정당 해산, 정부 부처간 권한 쟁의 등에 관한 최종 결론을 내리는 기관이다. 파급력이나 영향력이 정부 부처 이상이고 대법원보다도 적다고 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고 무엇보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절실하다. 헌법이 재판관 인선 권한을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행사하도록 배분해 놓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경택 기자 cc_kyungte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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