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흑사병(黑死病)과 후천면역결핍증(後天免疫缺乏症)

기사입력 2019.05.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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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 서부지역 비얀 홍고르 아이막 흑사병-中国 新闻网(2019년5월6일)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2019년 5월 6일 / 中国 新闻网 : 러시아 38세 남편과 37세 임산부 부인이 몽고 서부지역 비얀 홍고르 아이막을 여행중, 남편이 들쥐를 포획한 후 완전 익지 않은 들쥐의 내장을 먹은 후 페스트에 감염되어, 4月 27日 남편이 사망하고, 4月 30日에는 부인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몽고정부는 5月 3日, 이 부부가 페스트에 감염되어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 인구 2만 8천명의 홍고르 아이막을 전면 봉쇄하고 격리시키고 있다. 현재, 수십 명의 외국여행객들이 홍고르 아이막에 격리되었으며, 여행객들은 러시아, 미국, 한국,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스위스, 여행객들이며, 그외 사망한 부부와 직접 또는 간접 접촉자 158명도, 정밀 관찰을 받고 있다. 지난주 초, 홍고르 아이막에서 수도 울란바토르공항에 도착한 여객기에도, 방역대원들이 방역복을 착용하고 기내에 승선, 페스트 감염증상을 검사한 후, 승객 11명이 병원으로 이송되어 검사를 받았다. 현재, 몽고정부는 페스트 발병 지역인 홍고르 아이막 지역을 5月 말까지 봉쇄, 격리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북아시아 몽골의 서북부 바얀올기 지역서 흑사병이 발병해, 6일간의 격리 검역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2019년 5웚 7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대형 설치류(齧齒類/척삭동물문 척추동물아문 포유강의 한 목에 속한 동물군)인 마못(marmot/쥐목 천축서과에 속하는 설치류)의 생고기와 생간을 먹은 남녀가 페스트균(菌)에 감염되어 숨졌습니다. 마못 간(肝) 생식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스태미너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명적 전염병인 흑사병 출현에 세계보건기구(WHO) 등 검역당국은 지난 5월 1일 격리·검역 조치를 선포했습니다. 사망한 남녀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여 이들과 접촉한 118명에 대해 격리와 함께 항생제 투여 등 예방적 조치를 취했는데, 격리 조치된 사람들에는 한국인을 포함해 스위스, 스웨덴. 카자흐스탄 등 외국 관광객 7명도 포함돼 있습니다. 숫자가 다른 보도도 있습니다. 검역 당국은 6일간의 검역(쿼런틴/quarantine) 기간 동안 추가 발생자가 없어 격리 조치를 해제했습니다.

 

2018년 8월 1일~10월 10일 사이에는 아프리카 대륙 남동쪽에 있는 공화국 '마다가스카르'에서 흑사병 환자가 500명 발생하였고, 사망자는 54명(치사율 10.8%)였습니다. 페스트가 지구상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몽고, 마다가스카르 등에서 쉽게 확인됩니다. 그런데 “흑사병은 중세 유럽 전염병의 대명사”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게 걱정을 하고 있지 않는 같습니다.

 

542년경에는 페스트로 알려진 전염병이 아라비아와 이집트에서 창궐하였고, 로마 제국으로 번져 30여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 병으로 1340년대 유럽에서 2,000만~3,000만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당시 유럽 인구의 5분의 1 내지 3분의 1이 희생된 것입니다. 1347년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을 시작으로 페스트는 약 3년 만에 전 유럽을 휩쓸었습니다. 1348년 무렵부터 페스트는 차츰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지만, 이후에도 페스트는 1700년대까지 100여 차례에 걸쳐 각국에서 재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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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까랑데 연극 카차와 데바야니-번역 이용웅-표지.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1913년~1960년)의 소설 <페스트>! '페스트'라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20세기 문학이 남긴 기념비적인 고전으로 꼽힙니다. 무서운 전염병이 휩쓴 폐쇄된 도시에서 재앙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모습이 묘사됩니다. 인물들은 재앙에 대처하는 서로 다른 태도를 드러내 보입니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 절망과 맞서는 것은 결국 행복에 대한 의지이며, 잔혹한 현실과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진정한 반항임을 이야기합니다.

 

연극 <카차와 데바야니>(번역:이용웅)를 집필한 프랑스 작가 마리 까랑데(Marie Callender)는 “인도에서 발생한 흑사병은 중세 즉, 1346년부터 1353년 사이에 지중해 연안에서 2천 5백만 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갔다. 이 풍토병은 3세기 동안 계속되었고, ‘베테치아·리용·니메그·런던·마르세이유’ 등 수많은 도시를 동강내버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오늘날의 흑사병은 인간의 ‘생리적·정신적·영적·상징적’인 내면세계에 구멍을 내면서 전 세계를 휩쓸려고 하고 있고, 인간의 생명과 사랑의 상징인 피와 섹스의 액체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침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 “흑사병 발생 초기, 이 병이 특정한 사람들, 예를 들면 예술가, 마약중독자, 동성연애자, 색골, 관능추구자들이 걸리는 병으로 인식되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에 따르면 이 전염병은 누구나 걸리는 세계적 병(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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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인도 대서사시 마하바라타 번역서 표지.

작가 까랑데의 연극 <카차와 데바야니>에는 “에이즈 연극”이라는 부제(副題)를 붙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MAHABHARATA)>에서 영감을 얻어 쓴 희곡으로, 에이즈 퇴치를 위한 모임이 계기가 되어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1993년 11월 25일에 초연(初演)되었습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육체와 언어의 시(詩)와 그림, 색깔과 소리, 서사시와 환상이 ‘삶·사랑·쾌락·아픔’을 찬양하는 시간과 장소를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이것이  후천면역결핍증, 즉 ‘에이즈’ 퇴치를 바라는 작가의 소리입니다.

 

알베르 카뮈는 그의 소설 <페스트>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무의미한 재앙 앞에서 인간들이 서로 힘을 합치는 것만이 그 재앙을 극복하는 길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 존재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야말로 세상의 불합리와 악에 맞서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이라 가르쳐 주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카뮈의 반항 정신이 인류애를 바탕으로 하는 연대주의로 발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까랑데는 우연히 만나 친구들, 예를 들면 연극 관객들과 더불어 ‘감정·욕망·동정·경외심·사고’에 관한 동일한 자유를 느끼고 나누고 싶다고 했습니다.

 

흑사병(黑死病)과 후천면역결핍증(後天免疫缺乏症)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무서운 질병입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이 병들이 재앙(災殃)이며 악몽(惡夢)인 것이 절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카뮈나 까랑데의 메시지는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무절제한 자유는 어제 어디서든 두 병(病)을 다시 만나게 할 것입니다. “병(病)은 모든 사람의 주인“(Sickness is every man's master)"! 영국 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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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논설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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