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오펀스'

상처를 따뜻하게 어루만지다
기사입력 2019.10.0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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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현대인들은 수없이 상처를 받는다. 특히 대인관계에서 그렇다. 대인관계는 사회생활을 오래 해도 어려운 문제다. 3일 관람한 연극 '오펀스'는 사회생활에서 상처받는 현대인들을 따뜻하게 치유하는 작품이다. 

 

세상과 단절된 두 형제(내가 관람한 날은 여배우들 나온 날)와 우연히 같이 살게 된 갱스터가 처음엔 다투다 나중엔 서로 상처를 보듬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연극이었다. 남자배우들이 하는 역을 여배우들이 하는 것도 신선했고(김태형 연출 말대로 여배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극 전개도 지루하지 않았다. 1막이 조금 거칠었지만(욕이 많이 나온다) 2막은 부드러웠다. 마지막 결말이 조금 슬펐지만 뭔가 시원한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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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순, 최유하, 최수진 세 여배우 모두 연기를 잘했지만 압권은 정경순이다. 마치 90년대 홍콩영화 주름잡았던 매염방(메이옌팡..아니타 무이)이 떠오를 정도였다. 무대를 압도했고, 목소리도 연극에 맞았다. 영화, 드라마에서 정경순을 주인공 다음에 나오는 조연 정도로 생각했는데 연극 '오펀스'를 보고 편견을 깼다. 앞으로 연극에서 정경순을 자주 봤으면 한다. 정경순 눈빛과 걸걸한(?) 목소리는 꽤 오래 남을 듯하다. 

 

폭력적인 형 '트릿'을 연기한 최유하(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다)는 역에 완전히 몰입한 듯하다. 7월 초 대학로 갔을 때 최유하랑 마주친 적 있었는데 짧은 머리에 옷차림이 남자같아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알고 보니 연극 '오펀스'  역할 때문에 그런 거였다. 2010년 뮤지컬 '엣지스'부터 최유하 봤는데 그때부터 한눈에 들어오는 미모와 맑은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서 발성이 연극과 맞다고 생각했는데 '오펀스'에서도 특유 목소리가 연극과 어우러졌다. 힘을 빼고 감성적인 연기가 돋보였다. 최유하가 보여줄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세상과 단절된 채 집안에 갇혀 사는 동생 '필립' 역을 연기한 최수진은 자기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 첫 연극 무대 도전이라 어떻게 할까 궁금했는데 나름 열심히 연습하고 나온 듯하다. '필립' 역은 원래 남자 배우가 연기해도 힘든 역인데 최수진이 했다는 자체에 점수를 주고 싶다. 예전 중학교 시절(1990~1992년) 내 모습과 비슷한 '필립'은 '오펀스'에서 제일 관심 가는 역이다. 최수진이 어려운 역을 연기했으니 다음 작품은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리라 믿는다. 

 

현대인들 수많은 상처들을 따뜻하게 감싸줄(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연극 '오펀스'는 불안한 이 시대(이것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이다. 남자 배우들과 여자 배우들 연기가 다르니 두 번 볼 것을 추천한다. 11월 1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박지일, 정경순, 김뢰하, 김도빈, 최유하, 박정복, 최수진, 김바다, 현석준이 나온다.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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