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 김정일 시대의 북한 ‘설명절’, 그리고 지금의 ‘설풍습’

기사입력 2020.01.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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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통적인 설풍습-자료 북한 월간 조선.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한반도의 ‘설’, 한민족의 ‘설날’이 내일입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 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 이래요/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 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저고리” - 이 “설날”은 과거 우리 겨레들이 잘 알고 불렀던 윤극영(尹克榮/1903~1988/동요 작곡가)의 동요입니다. "모두들 童心으로 살면 社會 밝아져요"라고 한 그의 동요〈반달〉은 어린이 뿐 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널리 불렸던 노래였습니다. 그의 동요가 ‘2020 설날’에 한반도를 환하게 밝혀 주었으면...

 

설날(음력 1월 1일)은 원일(元日), 원단(元旦), 원정(元正), 원신(元新), 원조(元朝), 정조(正朝), 세수(歲首), 세초(歲初), 연두(年頭), 연수(年首), 연시(年始), 신일(愼日), 달도(怛忉), 구정(舊正)라고도 합니다. 이 말의 어원(語源)을 살펴보면 '설다, 낯설다'의 '설'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설(說)과 '삼가다' 라는 뜻을 지닌 '사리다'의 '살'에서 비롯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세시풍속(歲時風俗) 자료들에는 ‘설’을 신일(愼日)이라 하여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표현했습니다. 남한에서의 설날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한 해의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우리나라 최대 명절” 입니다.

 

그러면 북한에서는 ‘설날’을? <조선대백과사전(14)>은 “설날-정월 초하루, 세수, 원단, 원일이라고도 하였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시였다.《설은 예로부터 우리 인민이 해마다 새해의 첫날을 기념하여 쇠는 명절이다.》력사 기록에 의하면 고구려에서는 해마다 정초가 되면 강가에 모여서 돌팔매놀이와 같은 상부적인 편싸움놀이를 진행하였으며 백제와 신라에서도 여러 가지 행사를 하면서 설명절을 즐기였다고 한다.”라고 기술했습니다. 김정일의 ‘지적’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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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설날- 평양 거리의 설날 홍보 현수막.

 

김정일 시대의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의 설명절 풍습”에서 “설음식을 온 가족과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함께 들었으며 설 인사를 하려고 찾아온 사람들에게도 대접하였다. 설음식을 든 다음에는 여러 가지 민속놀이들을 하였다. 오랜 세월 이어져온 설명절 풍습은 민속전통을 계승 발전시킬데 대한 조선로동당의 정책에 의하여 더욱 꽃펴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민속전통을 계승 발전을 망친 것은 ‘조선로동당의 정책’?

 

위의 “조선의 설명절 풍습”을 읽어보면, 남한과 북한의 풍습과 민속전통의 계승은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설풍습을 얘기하면서 “조선로동당의 정책에 의하여 더욱 꽃펴나고 있다.”는 독재정권의 홍보가 다를 뿐입니다. 그리고 김정은 시대인 2019년의 <로동신문>은 “우리 민족의 설맞이풍습”라는 기사에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시였다. 《우리 인민들속에서 민속적으로 전해오는 좋은 관습들에는 민족의 고상하고 아름다운 정신적 풍모와 정서가 반영되여있습니다.》” 라고! 계속되는 김정일 우려먹기!

 

<로동신문>은 이어서 “우리 인민들은 설을 쇨 때마다 떡국을 반드시 끓여 먹는 것으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흔히 애들의 나이를 물을 때면 《떡국을 몇 그릇 먹었느냐.》라고 묻기도 하였다...설명절을 특별히 장식하게 한 것은 여러가지 민속놀이였다. 이날의 민속놀이로는 윷놀이와 널뛰기,연띄우기와 썰매타기,팽이치기,제기차기,바람개비놀이 등이 있었는데...이처럼 오랜 세월 이어져온 설맞이풍습은 오늘 당의 현명한 령도에 의하여 선군시대의 요구에 맞게 더욱 빛나게 계승발전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당의 현명한 령도”는 김정일의 영도(領導)를 의미합니다. 설날도 영도하는 대단한 무덤 속의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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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2019년 농업부문 총화회의 축하공연-로동신문. 2020.1.21.

 

여기서 북한 설날의 대표적인 행사인 “학생소년들의 설맞이공연”을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통해서 살펴보기로 합니다. ‘설맞이공연’이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더욱 더 화려하게 펼쳐졌는데, 그것은 뒤에 있는 김정일의 생일잔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생일잔치의 식전 행사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서두(序頭)는 “김정은 원수님께 설 인사 드려요”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설명절을 축하합니다》,《설맞이》라는 글발들과 전광장치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공연장소는 위대한 태양의 품속에서 선군혁명의 계승자, 강성조선의 주인공으로 억세게 자라나는 크나큰 긍지와 자부심을 안고 설명절을 맞이한 학생소년들의 환희로 설레이고 있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서장 《김정은 원수님께 설인사 드려요》로 시작된 공연무대에 학생소년들의 행복의 꽃 물결, 기쁨의 춤 물결이 굽이쳐 흘렀다. 전체 관람자들은 숭고한 후대사랑, 미래사랑으로 새로운 주체100년대의 첫해를 력사에 특기할 대경사로 빛내여 주시고 태양민족의 밝은 앞날을 펼쳐가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에 대한 열화같은 흠모와 신뢰의 정에 넘쳐있었다. 무대에는 3중창과 합창 《김일성원수님 품에 우리는 행복하여라》, 5중창 《내 나라는 대원수님의 한평생이죠》, 2중창과 합창 《더 높이 부르자 김정일장군의 노래》등의 다채로운 종목들이 올랐다.”고 했습니다. 이 공연 속에는 어린이들의 힘겨운 나날이 들어 있습니다. 김정은 우상화의 극치(極致)!

 

최근 남한의 공영방송 기자가 북한의 설 풍경을 소개했습니다. 방송 보도에 따르면 북한 <조선중앙TV>는 2020년 1월 5일 오후 "설명절음식-떡국"이라는 제목의 영상편집물을 내보내고 설 연휴를 맞아 떡국을 먹으러 창광음식점거리에 있는 떡국음식점을 찾은 평양시민들을 보여줬습니다. 영상은 이어 돼지고기 육수에 돼지고기 편육을 넣어 만든 북한식 떡국 요리법 등을 자세하게 소개했습니다.

 

같은 날, <로동신문>도 “설 명절 전야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설 연휴를 앞두고 한복을 맞추기 위해 평양 중구역의 경림조선옷점을 방문한 가족을 소개했습니다. ‘신문’은 또, 강원도 원산시 해안광장에서 주민들이 연을 날리는 풍경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남한 기자는 또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음력설을 쇠지 않고 양력설만 기념하다가 1989년부터 음력설을 다시 민속명절로 기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헌데 ‘수박 겉 핥기’?

 

2020년 17일에서 19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2019년 농업부문 총화 회의’에서 참가자들은 ‘다수확 열풍을 더욱 세차게 일으키자’ ‘쌀로써 우리 혁명을 보위하자’고 결의를 했습니다. <로동신문>은 1월 21일 “2019년 농업부문 총화회의 참가자들을 위한 축하공연이 20일에 진행되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에게 “학생소년들의 설맞이공연”보다 더 중요한 행사? 북한의 2020년 설날은 ‘쌀 생산’을 다짐하는 날? 김정은 위원장! 설날 하루 만이라도 백성들이 즐겁게 지내도록 해 주기를! 북한 백성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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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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