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3연이 더 기대되는 뮤지컬
기사입력 2020.02.02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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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여명의 눈동자'는 1991년(중학교 2학년) TV로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던 드라마다. 화려한 영상과 배우들 뛰어난 연기, 대한민국 슬픈 역사(제주 4.3, 위안부를 이 때 처음 알았다)를 그대로 드러낸 이야기까지. 정말 강렬하고 슬픈 드라마였다. 그 '여명의 눈동자'를 2019년 3월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초연으로 봤을 때 크게 감동했다. 새로운 무대(나비석) 시도와 슬픈 음악(음악이 정말 슬프다), 감동적인 서사까지 잘 만든 창작 뮤지컬이라 생각했다. 

 

이대로 끝나기엔 무척 아쉬웠는데 2020년 1월 국내에서 가장 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재연하게 돼 무척 기뻤다. 설레는 마음으로 1월 31일 공연을 관람했다. 초연과 약간 달라졌지만 큰 틀에선 같았다. 슬픈 음악(여명의 눈동자 넘버를 들으면 저절로 눈물이 나온다)과 배우들 연기와 노래(김지현, 온주완, 이경수, 조태일 등), 강렬하고 장엄한 서사(우리 민족 아픈 역사를 그대로 볼 수 있는)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창작 뮤지컬의 힘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 작품을 빛내는 것은 단연 배우들이다. 눈빛이 무척 슬픈(내가 여러 번 리뷰에서 언급했지만) 김지현은 '윤여옥' 역에 딱 맞는 캐스팅이다. 2019년 3월 초연에서도 김지현 나오는 날을 일부러 골라 관람했었다. 이상하게 김지현이 나오면 그 장면이 슬퍼진다. 뛰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그녀는 관객 마음을 울리는 매력이 있다. 대한민국 슬픈 역사와 이념대결에 희생되는 슬픈 여인 '윤여옥' 역은 김지현이 프레스콜에서 말한 것처럼 거절할 수 없는 운명인 듯 하다. 

 

'여옥'과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는 '최대치' 역 온주완(송정식)은 노래와 연기가 나아진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날들'에서 온주완 모습을 봤을 때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여명의 눈동자'에서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로 극을 지배했다. '여옥'을 사랑하지만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는 남자 '장하림' 역 이경수는 지난해 초연보다 더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가 부르는 '행복하길'은 정말 슬펐다. 엄청난 성량(지난해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과 묵묵히 '여옥'을 보내주는 착한 남자 '장하림'을 슬프게 표현했다. 이경수의 연기와 노래는 이 작품에서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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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에 희생되는 '권동진' 역 빅스 한상혁과 조선인으로 일본 앞잡이가 되어 '대치'와 '하림'을 괴롭히는 '최두일' 역 조태일, '여옥'의 아버지로 카리스마를 보여준 김진태 등 모든 배우들(앙상블까지)이 자기 몫을 다한다. 앙상블 군무는 지난해보다 더 좋아졌다. 드넓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꽉 채우는 앙상블들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여명의 눈동자'를 관통하는 주제는 1월 30일 프레스콜에서 노우성 연출이 말한 것처럼 다시는 이 땅에 이념 갈등으로 인한 비극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6.25 때 피난(강원도 회양에서 서울로)온 실향민 3세인 나에게 크게 다가왔던 부분이다. 2019년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갈라진 이념대립이 광화문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말 안타깝고 슬프다. 중도 실용으로 가야 하는 이 시대 아직까지 이념갈등은 무척 안타깝다. '여명의 눈동자' 마지막 '여옥'이 죽는 장면에서 자꾸 눈물이 나왔다. 40 넘어서 그런지 조금 슬픈 장면 나오면 바로 눈물이 2~3방울(안구건조증이라 많이 안 나온다) 떨어진다. 요즘 뮤지컬, 연극, 영화 보면서 계속 눈물이 나온다. 

 

30일 프레스콜 노우성 연출 말과 31일 '여명의 눈동자' 장면들이 겹치면서 안타깝고 슬펐다.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기도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劉德華(유덕화..리오더화) 노래 天意(천의..티엔이...하늘의 뜻) 가사(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고, 모든 일은 순리대로 하라는 뜻)처럼 모든 것은 하늘의 뜻이다. 이념갈등이 사라지고 남북관계가 좋아져 천만 실향민들이 고향에 자유롭게 가는 그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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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건 극장이다. 뮤지컬에 적합한 공연장인 충무아트센터(배우, 관객들이 인정하는 극장), LG아트센터에서 세 번째 공연하면 더 좋아질 듯하다. 대관료, 제작비 등 돈이 문제지만 꼭 충무아트센터에서 세 번째 공연했으면 한다. 내가 좋아하는 '번지점프를 하다', '서편제'처럼 꾸준히 관객들과 만나는 창작 뮤지컬이 됐으면 좋겠다. 이대로 끝나기엔 무척 아쉬운 작품이다. 아마 관객들 생각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빛나는 공연을 두 번이나 올린 제작사, 노우성 연출 등 제작진들, 배우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조만간 '여명의 눈동자'를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2월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김지현, 최우리, 박정아, 테이(김호경), 온주완(송정식), 오창석, 마이클 리, 이경수, 정의제, 한상혁(빅스) 등이 나온다.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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