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마리 퀴리'

여성 연대는 강하다
기사입력 2020.03.0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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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 김종권 기자]   그동안 뮤지컬을 보면서 느낀 점은 여성을 다룬 작품이 적었다는 점이다. 남성을 다룬 작품은 무척 많았지만 여성을 다룬 작품은 정말 드물었다. 그런 점에서 2월 29일 관람한 뮤지컬 '마리 퀴리'는 신선하면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우리가 위인전을 통해 알고 있는 여성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을 다룬 이 작품은 2018년 초연(초연을 관람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과 많이 달라졌다. 2018년 초연은 마리 퀴리와 남편 피에르 퀴리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재연은 마리 퀴리와 여성 직공 안느 코발스키 우정을 그렸다. 2018년 초연은 시연회(프레스콜) 때 잠깐 봐서 어떤 내용인지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재연은 시연회와 본 공연을 직접 보면서 달라진 부분을 조금 느꼈다. 공연 시간(100분-150분)도 늘어났고, 넘버와 무대(조명)가 달라져 관객들을 더 배려한 듯하다. 그동안 우리가 지나쳤던 여성들 연대(우정)와 마리 퀴리의 인간적인 모습(라듐을 발견했지만 라듐의 위험성을 알면서 고민하는)을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그 점이 좋았다. 

 

한국 창작 뮤지컬에서 보기 힘들었던 여성 연대를 그린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나 역시 남자들만 있는 곳(2남 중 장남에 아버지는 3대 독자다. 여성들 심리 잘 모른다)에서 자라 여성들 문제(남녀차별, 성희롱...)를 잘 몰랐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른다.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그런 문제에 신경쓸 여지가 없었다. 중.고등학생 때 교회에서 여자애들(주로 동갑)과 예배 후 성경 공부, 방학 때 수련회 가서 얘기한 게 전부다. 그것도 주로 연예인 이야기, 성적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여자들 심리를 전혀 모르고 44년을 살았다. 

 

그런 나에게 이 뮤지컬은 그들이 처한 상황을 조금 이해하게 만들었다. 한국(일본보다는 낫지만) 남녀차별은 내가 봐도 심하다. 2018년 미투 열풍은 여성들이 계속 참다가 터뜨린 울분이라고 생각한다. 29일 '마리 퀴리'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한국 여성들이 뮤지컬을 많이 보는 이유도 사회에서 차별 받으니까 울분 풀려고 많이 보는 게 아닐까?' 내 추측이지만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 작품은 1막이 조금 지루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설명하다 보니 조금 늘어진 듯하다. 대신 2막은 좋았다. 마리 퀴리(리사)와 안느 코발스키(김히어라)의 연대가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이 부르는 '그댄 내게 별'은 정말 슬펐다. 시연회(프레스콜) 때도 그 노래가 슬펐는데 어제 보면서 조금 눈물이 났다. 남자인 나에게도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이 아프게 다가왔다. 내 주위 여성 관객 두 명은 소리내어 울었다. 여성들은 나보다 더 깊이 공감하는 듯했다. 음악과 조명, 배우들 연기가 모두 좋았다. 

 

작품이 주로 여성들 이야기지만 남자 배우들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루벤' 역을 맡은 김찬호와 '마리 퀴리' 남편 '피에르 퀴리' 역으로 나온 김지휘(김동혁)도 자기 몫을 다했다. 특히 김찬호는 미성(목소리가 좋다)과 약간 능글맞은 연기가 인상적이다. 배우들 조화가 이 작품 매력이다.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운 '마리 퀴리' 인간적인 모습과 여성들 연대가 아름다운 이 작품은 한국 창작 뮤지컬 벽을 허무는 데 기여했다. 앞으로 여성 서사를 다룬 뮤지컬이 많아지길 기도한다. 몇 년 전 글에서도 밝혔지만 연극 '프라이드'를 보고 동성애 편견을 깼다면(아직 완전히 깨지 못했다), 이번 뮤지컬 '마리 퀴리'를 보고 남녀는 평등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내가 유일하게 보는 예능 MBC '복면가왕' 기획 의도가 '편견을 깨자'다.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운 과학자 '마리 퀴리'가 새삼 위대하게 느껴진다.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가 관객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았으면 한다. 나처럼 권위주의 틀(?)에 갇힌 수많은 남성들(남자들이 이 공연을 보면 좋을 듯하다)을 바른 길로 이끌었으면 한다. 이런 작품이 많아져야 남자들도 많이 깨닫지 않을까 한다.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3월 2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관객을 만난다. 김소향, 리사(정희선), 정인지, 이봄소리(김다혜), 김히어라, 김찬호, 양승리, 김지휘(김동혁), 임별 등이 나온다.                       

[김종권 기자 kjk2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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