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코로나19 ‘누적된 한일갈등’ 또 터져

기사입력 2020.03.0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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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선데이뉴스 신민정 국장

  

[월간 선데이뉴스=신민정 칼럼] 일본 정부가 5일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한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는 2주간 격리할 방침이라고 발표하자 외교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설명을 요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발표에 여러가지 불분명한 점이 있어 설명을 해달라고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2주간의 격리는 비자 효력정지, 무비자 입국중단, 한국발 항공기 착륙지 제한, 한・일간 선박 여객 운송 정지로 사실상 한국 전역에서의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가 무비자 입국을 중단할 경우 일본을 방문하려는 한국인은 관광 목적이라 하더라도 별도로 비자를 취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달 27일부터 14일 이내 대구와 청도를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만 금지해 왔다.

 

아베 총리는 아울러 한국과 중국에서 오는 항공편의 경우 수도권 관문인 나리타(成田)공항과 서 일본 관문인 오사카 소재 간사이공항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4월로 예정했던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일 연기가 발표된 직후 한국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해 이뤄졌다. 이번 조치로 일본인이 90일 이내의 단기 체류 시 무비자로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제도도 중단된다. 또한 일본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누적된 한일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한국의 주요 교역국이면서 인적교류가 활발한 일본이 입국 규제를 강화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본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다. 지난해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 여파에도 558만명이 일본을 찾았다. 2018년보다는 25.9% 감소한 수치이다.

 

입국 제한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입 교역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며, 일본 수출규제 대책을 총괄해온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KBS에 출연해 “사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과감하게 투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 1만 3000명의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데, 일본이 우리만큼 투명할까, 이 부분은 의심스럽다”며 “일본이 그런 과격한 조치를 한 데 대해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본이 발표한 입국 규제 강화책에 대한 상응조치로 오는 9일부터 일본에 대한 사증면제 조치와 이미 발급된 사증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익을 감안할 때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방역 실패로 도쿄올림픽 개최까지 위기에 처한 일본 정부가 한국인에 대해 먼저 방역을 이유로 장벽을 만든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우리 국민들도 일본의 과잉 조치에 상당한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즉각적 대응은 상호주의라고 보기에는 너무 어설프다. 무엇보다 중국 지방정부가 빗장을 걸고 우리 국민을 격리했을 때는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침묵을 지키던 정부가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한 대응은 당연한 것이지만 모양새가 안 좋은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국제고립이 한·일 간 ‘특수한 관계’ 때문만도 아니다. ‘한국인 입국금지’를 발표 직전에야 통보해 온 호주, 비행 중인 한국 국적기까지 돌려보낸 베트남, 초기부터 냉랭했던 이스라엘의 조치를 외교부는 어떻게 설명할 텐가. 물론 더 큰 문제는 중국에서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수모다.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아직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은 17개 성(省)과 시(市)에서 한국발 입국자를 격리하고 있다.

외교부는 그동안 한국 방문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 조치하는 국가들이 가파르게 늘어나자 주한 외교단을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입국 제한 최소화에 주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처럼 특정 지역 입국 금지에 이어 한국 전역에서 오는 방문객 격리 등 이중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는 나라들이 나타나자 당혹해하는 분위기이다. 이날 오후 8시 기준으로 한국 방문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100곳에 육박했다.

 

이러하듯 여러 나라가 한국에 입국 제한 조치를 하는 동안 방관하다시피 했고,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잇따라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한국인 거주자들을 격리하는 모욕과 불이익을 주는데도 애써 외면했던 정부가 유독 일본에만 맞대응하는 결과가 됐다.

일본 정부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냉정함을 되찾아야 하며 방역과 국익만을 바라보면서 실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가 파국을 피하려면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 코로나19의 기세를 꺾는 게 급선무다.

이번 충돌로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진 뒤까지 한일관계가 악화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또 다른 악재로 한・일 무역 전쟁이 재연되지 않길 바란다.

[신민정 기자 sunday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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