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로 이용웅 칼럼]大邱의 봄봄봄! 이라다 보면 봄이 안 오겠습니꺼?

기사입력 2020.03.0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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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석좌교수, 한국지역대학연합(RUCK) 강의 촬영-2006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이용웅 칼럼] ["우얍니꺼, 봄은 오겠지예" 할머니는 팬지꽃을 심었다] / 2020년 3월 7일 字<조선일보>의 1면 제목입니다. [사투 속에 피어나는 희망...문화부장 대구 르포]입니다. 문화부장은 “칠십은 족히 돼 보이는 인부 예닐곱이 코를 땅에 박고 호미로 작은 꽃모종을 심었다. 흰색, 분홍색, 파란색...꽃말이 '나를 기억해주세요'라는 팬지꽃 수천 송이. "이렇게 나와서 일해도 괜찮으세요?"라고 묻자 마스크 위로 눈만 내놓은 할머니가 흙을 고르며 말했다. "집에만 있으려니 숨통이 멕혀서. 자슥들한텐 운동 간다 거짓말하고 나왔지. 꽃을 이래 심으니 싱싱한 흙냄새도 맡고. 우얍니꺼. 버티야지. 이라다 보면 봄이 안 오겠습니꺼?" 

 

그는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현장 “대구에도 봄은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보통사람들을 만나고 비극의 현장을 찾았습니다. 그가 만난 택시기사는 "우린 지금 3차 세계대전 중이라예.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한다 아입니꺼"라며 씁쓸히 웃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나와야지예. 전시(戰時)엔 목숨 걸고 싸운다 안합니꺼. 정부요? 포기한 지 오랩니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임금님은 백성이 등 따숩고 배불러서 임금이 누군지도 잊고 살게 하는 사람이라카데예."라고 했습니다.

 

대구(大邱)! 바이러스와 사투(死鬪)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그곳에서 정부와 정치인들은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었고...하지만 여기저기서 미담(美談)도 꽃 피고 있었습니다, 문화부장은 "페스트균은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가져다주기 위해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울 것이다."는 프랑스 작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유족의 숨죽인 흐느낌은 우리 모두의 고통이자 흐느낌이었다. 화장터 너머 붉게 물든 저녁 하늘로 새들이 날아올랐다.”고 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대한민국 작가의 말을 인용해 주었으면’ 했습니다. 그때 필자는 우연히 북한의 <조선문학개관1>의 “리상화와 그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조선문학개관1>를 읽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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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의료진들이 퇴원을 축하하고 있다.-대구동산병원 제공.

 

대구(大邱)! ‘리상화’는 바로 대구 출신의 ‘이상화’입니다. 필자는 잠시 바이러스 이야기를 멈추고 대구의 시인을 북한에서 만나봅니다. 시인 이상화(李相和/1901~1943), 일제강점기 “나의 침실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을 발표한 시인! <조선문학개관1>에는 ‘리상화’는 3.1운동 이후, 모색과 방황의 세계에서 벗어나 건전한 창작의 길로 걸었는데, 《백조》파에서 뛰쳐나왔으며 《파스큐라》를 거쳐 《카프》에 망라되었다고 했습니다. 그의 시문학은 1925년경부터 새로운 질적 내용을 가지고 현저한 발전을 가져왔다고 했습니다. 

     

그런 ‘리상화’의 시문학에서 빛나는 자리를 차지하는 것의 하나는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1926) 입니다. 이 시는 아름다운 언어와 풍부한 정서를 가지고 빼앗긴 조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시의 서두에서 시인은 이러한 수사학적 질문을 제기하고 결구에서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겼네.”라고 노래함으로써 조국을 빼앗긴 백성에게는 자연의 봄, 생활의 봄이 찾아올 수 없다는 절통한 심정, 조국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사랑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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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저항시인 이상화 고택-대구시 중구 계산동 2가.

 

시인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리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마음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해라 말을 해다오”- 시는 가리마 같은 논길,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가웁다 웃는 종조리, 고맙게 자란 보리밭, 살진 젖가슴같은 부드러운 흙, 마른 논을 안고 적시며 흐르는 물...조국의 대지 위에 존재하는 그 모든 정답고 소중한 것을 매혹적인 화폭으로 펼쳐 보입니다.

 

 <조선문학개관1>은 “서정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풍부한 예술적 형상수법과 세련된 시어, 아름다운 운률을 다양하고 적중하게 구사하여 땅을 빼앗겨 봄마저 빼앗긴 조선 농민들의 비통한 심정과 애국적 지향을 시적으로 일반화한 우수한 작품의 하나이다. 리상화의 시문학은 당대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과 항거정신으로 일관된 주제사상적 내용과 세련되고 완미한 형식이 조화롭게 결합된 높은 사상예술성으로 하여 조선시문학의 발전 풍부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했다고 했습니다. 북한이 칭찬하는 일제강점기 작가는 드뭅니다. 이당시 ‘불후의 고전적 명작’을 쓴 작가는 김성주(金成柱), 훗날 주석이 된 김일성(金日成) 뿐이기 때문입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 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大邱의 봄봄봄! 이제 대구에 봄이 안 오겠습니꺼?- 졸속(拙速) 행정을 자랑(?)하는 정부와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이 아직 우왕좌왕(右往左往)하고 있고, 총선을 앞두고 일부 정치인들은 탐욕(貪慾)에 눈이 멀어가고 있지만...대다수 국민들은 대구를 열렬히 돕고 있고, 사랑과 봉사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필자도 학생들과 함께 응원하고 있습니다. 대구 계명대학교 학생들은 아주 오랫동안 필자의 사이버강좌와 함께 해왔습니다. 계명대와 경남대 등 8개 대학은 ‘한국지역대학연합(RUCK)’의 한 가족입니다. 분명 봄은 오고 있습니다!

 

大邱의 봄봄봄! 곧 대구에 봄이 안 오겠습니꺼?- 틀림없이 봄은 오고 있습니다. 봄! 봄! 봄! 봄은 확실하게 오고 있습니다. 곧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종식될 것입니다. 틀림없이 빠른 시일 안에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면 전 국민의 올 봄 나들이는 대구로! 이 참에 “민족 저항시인 이상화 고택‘, 두류공원에 있는 동상, 여러 시비(詩碑)들도 보고, 발전한 대구의 자랑스런 면면(面面)도 보고 또 보고! 이제 곧 대구에 봄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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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魯 李龍雄/ 석좌교수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선데이뉴스신문/상임고문/
한반도문화예술연구소 대표/

 

[이용웅 기자 dprk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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