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나경택칼럼>중국의 언론 자유투쟁

기사입력 2013.02.0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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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징에서 발간되는 인민일보 자매지 경화시보와 광명일보 자매지 신경보가 작년 9월 “중앙지”에서 “지방지”로 격하됐다. 중국에서, 지방신문이 된다는 것은 취재, 보도 범위가 제한되고 통제도 강화된다는 뜻이다,

두 신문은 저장성, 윈저우, 고속철 참사를 보도하면서 당국 눈 밖에 났다, 작년 7월 고속철이 추돌하면서 39명이 숨진 사고도, 철도 당국은 희생자 명단과 생존자 구조 현황을 제때 공개하지 않은 채 객차 잔해를 땅에 묻어버렸다, 경화시보와 신경보는 보도지침을 무시하고 사고 원인 특집 기사와 비판적 칼럼을 연이어 실었다, 현장에 온 원자바오총리에게 따지듯 캐묻기도 했다,

얼마 안 가 두 신문 간부진이 윗선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고 신문 지위가 강등됐다, 중국에서 언론은 공산당 이념과 정부 정책 선전 도구 취급을 받는다. 중국 어느 기자는 사적인 자리에서, “우리는 상부 지시 없이 함부로 취재할 수 없다”고 한탄하곤 했다,
 
천안문 사태가 일어났던 1989년 상하이 세계경제보도가 후야오방 전 총서기 추모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곧바로 장쩌민 당시 상하이 당 서기에게 폐간 당했다, 중국 기업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는 죽음까지 각오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광둥성 주간지 남방주말 기자 80여명이 성명을 내고 “지난해 기사 1034건이 삭제 수정됐다”며 “무식한 광둥성 선전부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기자들은 신년 특집 “중국의 꿈, 현장의 꿈”에서 정치 개혁을 촉구하려 했다, 그러자 광둥성 선전부 당국이 ”우리는 어느 때보다 꿈에 가까이 있다“는 찬양기사로 바꿔버렸다, 중국 기자와 네티즌들은 과거와 달리 중국이 찍어 누른다 해서 수그러들지 않는다, 광저우의 남방주말 사옥 앞에서 시민 수백 명이 언론자유 등을 쓴 피켓을 들고 지지 집회를 열었다.

”진실의 한마디는 전 세계보다 무겁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3000만 팔로어를 거느린 인기 여배우 야오천은 솔제니친의 말을 인용해 힘을 보탰다, 한국과 동남아에선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를 넘기면서 정치 민주화 바람이 일었다,

소득 5000만 달러를 넘은 중국도 언론에서부터 민주화 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지난 해 미국으로 망명한 인권 변호사 천광청은 ”남방주말 사태는 중국 언론과 당국이 충돌하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요즘 중국은 여러모로 한국의 80년대를 연상시킨다, 중국헌법도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공산당이 헌법 위에 있다, 당 중앙 위원회 선전부는 이번에도 당 간부들과 언론 담당 관리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중국 매체는 당이 절대적으로 통제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방주말에 대해 지식인과 시민은 물론이고 다른 지방 언론들도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기세라면 언론 자유, 나아가 중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제2의 천안문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시 총서기는 작년 11월 취임 이래 부패 척결과 정치개혁,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선언해 중국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과학원은 ”지금 같은 성장세가 이어지면 2019년 경제 총량에서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부패와 사회 불안정, 부적절한 자원 배분, 미약한 기술 혁신 등으로 성장에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시라이 전 충칭 시 서기의 추락이 상징하듯 중국 권력층 내부의 고질적인 부패는 이제 체제 안정을 위협하고 경제의 발목까지 잡는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대신해 부패하기 쉬운 권력을 감시한다,
 
언론 통제 사회에선 비판적이고도 창의적인 생각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국이 아무리 그럴싸한 짝퉁 제품을 세계에 쏟아내도 혁신적 테크놀로지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선진국으로의 도약에도 제약이 있다, 중국의 민주적 발전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 안정과 번영, 평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나경택 기자 sunday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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