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툭하면 폭행에 욕설..끊이지 않는 경비원 갑질...피해 발생시 관리자·사용자 연대책임

기사입력 2020.05.18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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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선데이뉴스 국장

 

 

[월간 선데이뉴스]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  경찰조사까지 받게되자 억울함을 호소하며 한 경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런 슬픈 일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사회적 구도와 경비원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며칠 전 아파트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린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해 공분을 사고 있다. 사건은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이중 주차된 차량을 밀어서 옮기던 중 차주 입주민과 시비가 붙었다. 경비원은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폭행과 폭언 갑질을 참아야 했다. 그러나 이 입주민은 그런 약점을 악용하여 계속적으로 경비원은 괴롭혔다. CCTV가 없는 사각지대인 경비실 내 화장실로 끌고 가 폭행했고 또 경찰에 경비원을 폭행으로 고소해 정신적 압박을 가했다.

 

  이에 경비원은 문제 입주민의 계속된 협박성 문자메시지에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유서에는 “억울하다”면서도 자신을 도와준 입주민들에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서에 적힌 문구를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먹먹하고 울분을 느끼게 하고 있다. 문제 입주민은 "얼마나 잘났기에 이런 아파트에서 근무하냐” "급여도 쥐꼬리만큼 받으면서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느냐” "머슴주제에...“라며 경비원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괄했다. 이런 내용이 유서와 지인을 통해 공개됐다.

 

  경비원의 억울한 죽음이 알려지자 경비실은 임시 장례식장이 되었고 수많은 주민과 외부에서 고인의 억울함과 명복을 빌어주고 있다.
그러나 문제 입주민은 끝내 나타나지 않고 경비원의 명복을 빌어주지도 않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하며 오히려 자기가 피해자라고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어이가 없다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문제 입주민은 한줌의 양심과 반성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주민들은 “경비원도 한 가정의 사랑받는 할아버지, 남편, 아빠”라며 “입주민의 갑질은 없어져야 하고 오히려 아파트를 위해 고생하고 있는 경비원들에게 응원을 해야 한다”면서 모두가 경비원을 보호해달라고 호소했다.

  아파트뿐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고된 일을 맡고 있는 경비원을 대상으로 한 폭행과 욕설은 이번뿐이 아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경비원을 상대로 한 갑질, 기업 총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동안 공동주택 관리업계 및 경비업계 관계자들은 고령 경비원들을 위한 안전장치가 없어 입주민으로부터의 폭행 등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긴밀한 방범체계 마련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2018년 10월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고객응대 노동자에 대한 고객의 폭언 등 행위 예방 및 보호조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를 아파트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다.

 

  현재는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는 경우 사용자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직원들을 입주민의 폭언 및 폭행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해야 하지만 문제 입주민이 계속 거주하고 있는 이상 해결이 어렵고, 관리소장의 직원 상담으로는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경비원들은 24시간 교대근무, 주차관리 등 많은 업무를 맡고 있는 근로환경도 원인일 것이며 다른 직종은 노동조합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경비원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관공서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일시적인 캠페인만으로는 매번 반복되는 경비원 상대 갑질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 또한 경비원 갑질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사건 당사자뿐만 아니라 경비원을 고용한 고용 업체, 입주민대표회의 등 사건 발단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에게 공동 책임을 묻는 규정도 만들어야 할 것이며, 경비원들의 불안정한 신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갑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경기 고양시는 최근 입주민의 갑질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 사태와 관련,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경비업 종사자들의 최소한 인권과 복지를 보장하는 ‘경비원 인권지원 조례’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이번 사건처럼 계약관계를 이용한 갑질은 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결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행법상 개선이 불가능하다면 시 차원에서라도 경비원의 최소한의 인권과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경비업법’에는 경비원의 자격기준과 지도‧감독 등 경비업 종사자들의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만 있을 뿐, 이들에 대한 복지나 피해방지 조항은 전무한 상황이다.

  경비업 종사자들은 근로자들에게 최소한으로 적용되는 근로시간, 휴식과 휴일에 관한 규정도 적용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중 ‘감시 또는 단속적으로 근로에 종사하는 자’는 근로시간·주휴일·연장수당 규정의 예외로 하고 있는데 경비원들도 이 예외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또 경비원들은 경비업법과 공동주택관리법의 ‘이중법’을 함께 적용받고 있어 이러한 복지 사각지대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경비업법은 경비원이 순찰·관리 등 일반적인 경비업무 외에 다른 업무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공동주택관리법상 위탁관리는 이를 포함하고 있어 사실상 경비원은 분리수거·택배·주차관리 등 대부분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회에서 사람이 사람을 머슴으로 취급하는 갑질 폭력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며, 경비원에 대한 무차별 폭행 등이 강한 처벌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갑질' 사건에 대해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민정 기자 sunday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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