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는 혹시 '코로나19 혐오 바이러스'에 걸리진 않았을까?

‘중국 우한'에서 ‘신천지, 성소수자, 쿠팡’까지, 꺼지지 않는 혐오의 불길
기사입력 2020.06.1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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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뉴스신문=곽중희 기자] 

코로나19는 펜데믹(전염병 대유행)이 되어 온 세상을 뒤덮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8일 9시 기준으로 전 세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825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만 44만명에 이른다. 이는 국내로 치면 큰 위성도시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 수준이다. 수많은 지구촌 가족이 목숨을 잃은 것도 통탄할 일이지만, 그보다 더 아픈 일이 있다. 바로 '보이지 않는 상처’를 야기하는 ‘코로나19 혐오 바이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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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의 한 병원에서 사용한 '중국 우한 폐렴주의'라는 문구가 적힌 코로나19 관련 검진 안내문 캡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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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코로나19 관련 중국인들에 대한 루머에 관련된 kbs 뉴스방송' 캡쳐본)
 

지난 12월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 일부 언론과 단체는 그를 ‘중국 우한 폐렴’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 명칭이 중국 우한 지역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WHO(세계보건기구)의 판단이 나왔고, 그 공식 명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이미 퍼져버린 중국인과 우한교민에 대한 혐오를 쉽사리 막을 순 없었다.   

중국인들에 대한 혐오의 불길은 국내에서 코로나19의 감염이 급속으로 늘었던 대구 신천지 교회와 대구시로 옮겨 붙었다. 이로 인해 기성교단의 이단프레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신천지 교회는 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신천지 코로나’라는 말까지 생기며 교인들에 대한 혐오와 비난은 지속됐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단성 혐오’에 ‘전염병 혐오’까지 더해져 혐오는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이에 신천지 교회는 방역을 위해 모든 교인의 명단을 정부에 제공했지만, 신천지 교회에 대한 극단적 혐오를 막을 순 없었고 해당 교인 중 일부는 가족과의 종교 불화로 안타까운 선택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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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익산 공용버스 터미널 출입구에 '신천지 방문금지'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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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에 위치한 양문교회가 운영하는 카페에 '신천지의 출입을 절대 금한다'는 내용의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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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의 한 기업 건물 엘리베이터에 근처 '신천지 교회의 위치를 공개하는 내용'의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대구 신천지 교회가 위치한 대구시민의 마음앓이도 깊었다. 경기 연구원이 실시한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구시민의 65.3%가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정신건강의 이상증세)를 겪고 있다고 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이게 모두 다 신천지 교회 때문”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서로 같은 대구에 사는 시민이지만, 전염병이 가져 온 혐오의 가시를 꺾을 수는 없었다. 

대구 신천지 교회 집단감염 이후 사태는 조금 잠잠해지나 싶었다. 하지만 감염은 이내 수도권에서 다시 번지기 시작했다. 이태원에 위치한 성소수자 관련 클럽이었다. 이내 혐오의 불살은 성소수자들에게로 이어졌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이들은 직장에서, 가정에서 공포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코로나19와 관계없는 ‘성소수자’들만의 성문화(찜방, 블랙수면방)까지 공개돼 무차별 비난을 받기도 했다. 성소수자 A씨는 본인이 원하지 않음에도 회사에 자신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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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관련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kbs뉴스방송 캡쳐본)

 

이제 코로나19 혐오는 집단 감염이 일어난 부천 쿠팡 물류센터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택배 혐오·택배기사 혐오’로까지 번지고 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는 쿠팡 택배를 시키지 말자는 의견이 주민들 사이에서 나왔다. 쿠팡 택배기사 B씨는 배달을 하며 “쿠팡이다, 짜증나” “으. 세균 덩어리 가까이 오지 마” 등 가슴 아픈 비난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와 업계 전문가들이 ‘택배상자’를 통해 코로나19가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누차 얘기했지만, 주민들 사이에 번진 이 혐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 소비자는 “택배 서비스가 있기에 위험한 외출을 피하고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너무 심하다”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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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쿠팡직원 출입자제' 내용의 안내 캡처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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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부천 쿠팡 물류센터의 코로나19 감염 발생으로 당분간 쿠팡 주문을 자제해 달라 내용의 주민 권고문' 캡처본)

 

코로나19는 이미 우리의 몸을 넘어 마음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고 있다. 만약 코로나19에 걸렸다면, 방역당국의 권고에 따라 격리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퇴원하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이 사태는 끝나지 않겠지만 그 동안 다른 바이러스들과의 전쟁을 봤을 때, 이 전쟁은 언젠가 인류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코로나19 혐오’는 다르다. 이 마음의 바이러스에는 백신이 따로 없다. 하지만 하나의 희망은 이 혐오 바이러스는 감염병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선 쿠팡 배달기사 B씨는 배달 중 “작게라도 따뜻한 격려의 말을 받을 때면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린다”고 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병든 사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역이 단순이 사회적 거리두기, 위생수칙 준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우리가 '코로나19 백신'과 함께 개발해야 할 치료제는 이 사회에 팽배한 혐오 바이러스를 이겨낼 ‘따뜻한 말 한 마디, 격려의 메시지, 이해와 공감'의 백신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떠한가? 이 백신을 가지고 있는가?" 

[곽중희 기자 rhkrwndgm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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