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뉴스신문=곽중희 기자]
故 박원순 시장의 마지막 뒷모습은 안개가 낀 광야처럼 황량했다. 불과 실종 하루 전까지 서울시청에서 ‘서울판 그린뉴딜’을 설명하며 ‘서울특별시장’으로서의 업무를 다했던 그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니, 가히 큰 충격이다.
(사진=조선일보 캡처)
9일 오전 10시 44분경 서울시장 공관을 빠져나오던 그의 마음엔 무엇이 있었을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충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실종 전날인 8일 박 시장에 대한 전(前) 비서의 성추행 관련 고소장이 접수됐다. 그리고 하루만인 9일 그는 생을 마감했다. 이로 사건의 공소권은 사라졌다. 그리고 유족의 뜻에 따라 사인 또한 알 수 없게 됐다.
경찰은 시신 발견 후 “타살 정황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시청 청소 직원에 의해 발견된 유서에는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라는 내용과 가족에 대한 마음이 담긴 글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극단적 선택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기록돼 있지 않았다.
(사진=박원순 시장 관련 사진, MBC, 연합뉴스 캡처)
오랜 시간 정치권에서 수많은 이권 갈등과 논란 속에서 자신의 길을 걸어 온 유명 정치인이, 이렇게 허무하게 갈리는 없는데 말이다. 보통 사람이 죽음을 결심할 때는 무언가 큰 핵심 요인이나 압박이 있기 마련이다.
인권변호사로 시작해 사회운동가까지 그리고 서울시장을 3연임한 유명 정치인이기에, 그의 죽음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사진=故 박원순 시장의 사법연수원 시절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그의 서거소식이 알려진 후,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그의 죽음을 둘러싼 루머와 각종 추측성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박 시장이 정두언 의원과 동일하게 cctv가 없는 한 야산 공원에서 죽었다. 같은 방법으로 반대 세력에 의해 타살된 것은 아니냐” “3.10 집회사건, 아들의 병역비리, 딸 편입비리 등의 논란이 터졌을 때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그가 미투 의혹 때문에 그렇게 될 일은 없다, 말이 되지 않는 죽음이다” “의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다, 정치적 이유로 인한 타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등이다.
유명 정치인의 죽음이기에 피할 수 없는 담론들이겠지만, 밝혀지지 않은 진실 속에서 우리의 입들이 더 이상은 가벼워 지지 않았으면 한다.
진실은 이미 세상을 떠난 고인이 영혼만이 알고 있을 테지만, 한동안 그의 죽음을 둘러싼 말들은 계속 세상의 허공을 떠다닐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산 자들의 입만이 풀린 신발 끈처럼 나풀거릴 뿐이다.”